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鵲巢日記 15年 12月 27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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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52회 작성일 15-12-27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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鵲巢日記 151227

 

 

    맑았다.

    커피를 다루다 보면 안 접해보는 직업이 없다. 어느 직종이든 커피는 마셔야 하니까 말이다. 10년도 더 됐다. 칠성시장 어느 푸줏간이었다. 마침 그때가 대목이었다. 추석 연휴가 낀 어느 날이었다. 직원으로 보이는 남자가 모두 대여섯, 이들은 도축장에서 온 고깃덩이를 나르고 부위별로 정리하며 팔 것은 따로 정리하고 있었다. 어느 한 친구는 칼을 아주 잘 다룬 모습에 그만 넋을 잃고 바라본 기억이 있다. 칼은 아주 날카로웠으며 이 날카로운 칼로 소 등골을 예리하게 타며 고기를 멋지게 정리했다. 정리된 고기는 어느 노란 소쿠리에다가 착 던졌는데 던진 그 고깃덩이가 마치 물 가득 담은 고무풍선처럼 척 담겼다. 보는 것만도 재미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일은 참! 고되겠다. 종일 서서 저렇게 정리하면 어느 정도 체력과 뚝심은 있어야겠다.

    일반적으로 건물은 옆 건물과 사이 공간이 있는데 이 집은 이 공간을 활용하여 사무실로 이용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건물과 건물 사이 패널로 덮은 일명 가데기였다. 이곳에 미니 자판기 한 대 있었는데 여러 직원은 휴식 삼아 빼먹는 한 잔의 커피가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자판기 있는 곳에서 일보, 옆은 알루미늄 창틀의 유리문이 있었다. 나는 그 미니 자판기 수리 목적으로 오게 되었다. 기계를 수리하며 그 유리문 옆으로 넌지시 힐끔 들여다보았는데 아! 현금만 아마 뭉텅이로 쌓아 놓은 데다가 아직도 못다 샌 현금을 기계로 세는 어느 주인장을 뵌 적 있다. 기계 수리 끝났을 때 수리비가 얼마라고 얘기했더니 다른 집 같으면 깎자는 둥, 왜 이리 비싸냐며 한 말씀 듣는데 이 집은 아무 소리 없이 있는 현금 중 얼마를 바로 끄집어 주는 것 아닌가! 그때 알았다. 고깃집은 장사가 되는 집이다. 그것도 도매상 집은 말이다. 사람은 모두 싸고 양 많고 신선한 고기를 찾기 때문에 이 집은 대목 아래 줄을 세워두며 판매를 한다. 물론 양을 많이 주는 건지는 모른다. 고깃덩이는 하나의 전시효과를 자아내며 내가 받은 고기는 그 일부분이라도 넉넉한 마음은 보았으니까 말이다. 거기다가 갓 들어온 고기니 신선한 것은 확실했다. 일하는 사람은 힘든 것 없이 자기 흥에 겨워 칼춤을 추는 것이며 정리한 고기는 멋지게 소비자가 바라볼 수 있게 전시하고 만다.

    오늘 아침 모 씨와 대화 나누다가 아들은 장래에 고깃집 할 거라는 얘기에 그때 생각이 물씬 나는 거였다. 고깃집은 일은 힘들겠지만 괜찮은 직종이다.

 

    본점에서 커피 한 잔 마셨다. 김 군은 오늘 본점에서 일하는 것으로는 마지막 날이다. 김 군과 커피 한 잔 마셨다. 김 군은 이런 말을 했다. ‘오늘따라 왠지 낯설기만 합니다.’ 전에 군에 있을 때도 이런 기분이 들었는데 그러니까 제대할 때였다. 오랫동안 머문 이 자리가 정 들다가 내 집같이 여겼는데 말이다. 나로서도 안타까운 일이다. 본점에 새로운 사람을 충원하는 것도 힘들며 또 그에 맞게끔 가르쳐야 하는 것도 힘 드는 일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약속한 일이었다. 친구 동원 군 가게에 함께 일하는 것으로 배웠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김 군은 그간 일을 참 잘 해왔다. 앞으로 동원 군 가게에 자주 들리니 그때도 맛있는 커피 해주시게 하며 한마디 했다. 끝까지 유종의 미를 갖춰준 김 군, 고마운 후배다.

 

    본점에서 책을 읽었다. ‘거인의 길을 읽었다. 현대 그룹 회장이셨던 고 정주영의 일대기였다. 이 책을 읽으면 내가 무언가 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기고 또 무엇이든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대단한 분이다. 해방 전과 한국전쟁, 그 이후 한국사회에 어려웠던 배경에도 불구하고 불굴의 의지를 세웠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심어주었다. 거기다가 김선태 선생의 글솜씨가 다분해서 읽는 맛이 있어 지겹지가 않았다. 각종 비유와 인유를 잘 엮어 쓴 책이다.

    세빠, 권 씨가 본점에 왔다. 생두 블루마운틴 커피가 필요하다고 했다. 내일 갖다 주기로 하고 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연말, 옆집에 커피 가게가 생기지 않았다면 아마 매출 얼마를 올렸을 거라며 얘기했다. 신대부적에 로스팅 설비를 갖춘 가게는 옆집과 세빠 두 집뿐이다. 무한경쟁에 더 신선하고 질 좋은 커피를 고객께 드리기 위함이었다.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잘 헤쳐나가는 권 씨를 본다. 마침 커피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가 시지 어느 커피 집에 같이 가보기로 했다. 전에 한 번 슬쩍 보며 지났던 집이었다. 상호는 *’, 가정용 에스프레소 기계를 사용하며 로스터기는 대전에서 제작한 자작 로스터다. 우리는 예가체프를 주문했지만, 커피 맛으로 보면 분명 케냐였다. 커피 값은 상대적으로 싸다. 드립 한 잔에 3,000원 했다. 커피 가격을 왜 이리 싸냐고 물었는데 찾아오시는 고객께 드립을 선보이며 볶은 커피를 팔기 위함이었다. 가게는 10평쯤 돼 보였다. 한쪽 벽면은 수도 파이프 같은 연결망으로 어느 관은 굵고 어느 관은 작게 표현해서 거리감을 느낄 수 있게 그렸다. 테이블은 모두 철재로 간단히 용접한 데다가 그 위에 아무 판재 같은 것으로 하나 턱 올린 것에 불과했다. 빠도 전문적으로 내부 공사한 것은 아니며 메뉴판도 어느 판자때기에다가 대충 써 붙인 글자가 전부였다. 어느 아주머니께서는 이 분도 고객인데 자주 오는 듯했다. 콩을 헤아리며 결점두를 분류했다. 사장은 이 골목 생각보다 장사 안됩니다.’하며 한 말씀 했다. 커피 영업한 지는 올 1월에 개업했다고 하니 다음 달이면 1년을 채운 셈이다. 가게는 굉장히 누추하기만 한데 그 나름으로 멋스러웠다. 어떤 카오스적인 데가 있는데 왠지 뭔가 일어날 것 같은 상상이 들었다. 한쪽 코너에 놓아둔 탁자 위에는 더치를 뽑으려고 설치한 거치대와 거치대에는 삐딱하게 누운 유리관이 있어 마치 화학 실험하다가 젖혀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미 뽑아 놓은 더치도 있었지만 그냥 내버려 둔 상황이다. 사장이 직접 내려준 커피는 예가체프든 케냐든 맛은 꽤 괜찮았다. 드립이니까!

    커피 길은 험난하다. 나도 이렇게 커피 영업을 시작한 지가 있었다. 그때도 커피 전문점은 참 많았다. 80년 전, 이상이 제비라는 다방을 영업할 때도 커피 집은 많았다. 커피가 이 땅에 들어온 이후 어느 시대든 쟁점이 아니었던 시기가 없었다. 하기야 어느 길이든 자기만의 길을 닦아야 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과 교류하며 서로의 삶을 복되게 이끄느냐 하는 어떤 철학적 담론을 제기하지 못한다면 어려운 길이다. 마침 시간적 여유가 나, 세빠와 함께 커피 한 잔 마셨다. 나오며 사장께 한마디 했다. 커피 괜찮아요! 맛있어요. 바깥에 나와서 차에 탈 때였다. 그러니까 세빠는 나에게 한마디 했다. ‘본부장님 커피 무조건 맛있다고 하면 어쩝니까!’

   

    본점 1110분에 마감했다. 동원 군과 정석 군과 함께 늦은 저녁을 먹는다. 동원 군은 선배가 운영하는 p카페를 얘기한다. 한 달 세가 무려 700만 원이라고 했다. 하루 매출은 주중은 80 정도며 주말은 110 가까이 오른다고 했다. 처음에 매출 얘기 들었을 때는 음 괜찮네! 했다. 그래 한 달 세가 얼마지? 700만 원입니다. 본부장님. 밥 먹다가 밥알이 튀어 나갈 뻔 했다. 별 재미 없겠다야! 그래가지고 어째 경영하지! 호 정말 놀랍네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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