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6年 01月 07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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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29회 작성일 16-01-07 23:44본문
鵲巢日記 16年 01月 07日
맑은 날씨다.
사동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본부에서 부가세 신고에 관한 일을 했다. 매월 마감하며 정리하지만 한 분기 마감하는 것도 꽤 일이다. 직영점과 가맹점 모두 정리했다. 내일 다시 확인해서 다음 주 초쯤에는 마감할까 보다.
정오 때다. 사동 단물고기에서 전화가 왔다. 기계가 이상하다며 한 번 오라는 내용이다. 곧장 공구 통 들고 현장에 가서 확인해보니 온도조절기가 불량이었다. 증상은 드레인박스(기계 아래에 배수를 모으는 곳)에 한 번씩 압력에 못 이겨 스팀이 강제 추출되는 것으로 일하는 직원이나 점장은 상당히 놀랄 수도 있다. 기계가 마치 터지는 듯한 느낌이다. 기계는 새것으로 얼마 쓰지 않은 제품이다. 서울 모(母) 회사에 알아보니 거의 없지만 그럴 수 있다며 한다. 내일 오전에 다시 들러 부품 새 것으로 교체하기로 하고 임시로 쓸 수 있도록 적당한 온도로 맞춰놓고 나왔다.
오후, 잠깐 동원 군 가게에 다녀왔다. 더치커피를 내릴 수 있는 장비를 가져다 놓았다.
저녁, 안 사장께서 오셨는데 이번에는 녹차 파우더에 관한 고민을 한다. 한 군데 물량 꽤 들어가는 곳이 있다. 매출의존도가 약 30% 정도 차지한다. 그러니 꽤 나가는 곳이다. 문제는 이 집에서 요즘 클레임을 자주 제기한다. 맛이 좋지 못하다는 것이 그 원인이다. 안 사장은 우리는 어떤지 물으신다. 괜찮게 잘 쓰고 있음을 확인시켜드렸다만, 다른 집도 모두 괜찮다는 얘기다. 그러니 문제는 딴 데 있을 수도 있다는 내용이다. 맛은 하나의 변명일 수 있으니 말이다. 가격이나 포장이나 다른 어떤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안 사장은 더는 가격 내리기가 어렵다는 것과 거기다가 포장지도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아 거래를 끊기에는 너무 많은 물량임을 말한다.
안 사장은 안색이 초췌해 보였는데 한 십 년은 더 늙어 보였다.
곡즉전(曲則全)이라는 말이 있다. 노자 도덕경에 나오는 말이다. 구부리면 온전하다는 뜻이다. 세상일은 내 뜻대로 되는 것이 없다. 어디 온전한 것이 있겠는가 말이다. 사회는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합의점을 맞춰가며 내 이상을 좇는 것이다. 영 이문이 남지 않으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상대와 합의점을 맞추며 물량공세로 이끈다거나 아니면 포장 단위를 다르게 하여 제품의 질을 더 높이든가 그래도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일이겠다. 여기서 곡이란 완전히 꺾을 수 없는 어떤 자세가 아니다. 이리도 생각해보고 저리도 생각해보고 상대의 처지에 서보기도 하고 고객의 입장에서도 서보아야 할 것이다. 최악의 경우는 제로섬게임이라도 운영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나이도 생각해야 한다. 젊은 나잇대라면 그만큼 활동을 한다지만, 이제는 적은 나이가 아니다. 안 사장께 물었다. 만약 거래가 끊기면 어떡합니까? 참 암담한 일이다. 대출이자와 직원 인건비와 제반 관리비까지 신경 쓸 일이 한둘이 아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여유로운 삶이 되어야 하지만, 점점 경쟁적이며 기계적이다. 그러니 욕심을 첫째 버려야 하며 일을 가볍게 하여 성실하게 이끌 되 무겁지 않은 예술을 곁들인다면 삶은 훨씬 복되고 성취감마저 안겨준다.
40대 후반을 치닫는 사람이 어찌 오십 대 중반의 마음을 알 수 있을까! 주어진 시간에 비례하여 내가 안은 똑같은 빚이라도 많을 수도 적을 수도 있음이다. 안 사장은 몇 달 전에 기계에다가 약 이 억 가까이 투자를 했다.
새 책이 들어왔다. 어제와 오늘 낮까지 어리벙벙했다. 뭐라도 읽을거리가 없으니 가슴 답답했다.
저녁, 우드에 다녀왔다. 점장님과 커피에 관해 대화할 때였다. 어떤 손님이었다. 세 사람이 오셔 라떼 두 잔을 주문했는데 그리고 자리에 앉아 드시는 것도 몇 분 되지 않아 아까 주문했던 손님이 계산대에 다시 와서 아메리카노 리필 한 잔 부탁한다. 점장은 거저 모르는 척 한 잔 시중드는 것을 보았다. 그러니까 중국집으로 얘기하자면 세 사람이 자리에 앉아 짜장면 두 그릇 시켜 먹다가 짬뽕 한 그릇 리필 해서 나머지 한 사람이 먹는 경우다. 이거는 리필이 아니다. 그냥 한 그릇 계산하지 않고 커피나 짬뽕을 얻어먹는 격인데 좀 놀라웠다. 나는 이와 같은 손님이 있다는 것을 어딘가 말만 들었지 실지로 현장에서 대하니 실감 난다. 점장은 이런저런 얘기해 주셨는데 거저 덕을 쌓느니 하며 시중드는 것이다. 나중에 한 번 더 오시겠지 하는 마음이다. 동네에 커피 집이 한 집 건너 한 집이라 야박하게 영업하다가는 인심만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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