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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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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왓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154회 작성일 16-04-21 09:35

본문

밤에는 녹초가 되어 쓸 수 없었던 일기를 아침에 쓴다

처음엔 남들 밤에 쓰는 일기를 아침에 쓰야하나 싶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다른 사람들도 아침에 일기를 쓰야 할 것 같다.

첫째로 정신이 싱싱하다

그리고 어제를 돌아보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서두에서 오늘을 바라볼 수 있어서 좋다

분노나 원망도 시간이라는 약을 먹고 바라보면 용서가 되는 것이니

어제의 감정들을 하룻밤 푹 재워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돼지 국밥은 국밥집이 아니라 고깃집이였다.

돼지 고기집 답지 않게 벽에 몇 편의 시가 걸려 있어

물수건을 쥐고 바닥을 닦는 내도록 가슴이 뛰었다.

혹시 그집 사장이 시인일까? 그집의 딸이 시인일까?

00 흑돼지라는 제목으로 시인 이복규의 시가 걸려 있었다.

처음엔 이복규를 몰랐지만 그 집에 걸려 있는 시 중 장원이라

이복규를 검색해 보았다. 경남 거제에 살고 있는 시인이였다.

여름 방학이면 내려와서 술을 마시러 온다고 했다.

그집 딸은 0 0이라는 시인이라고 했다.

마침 오랫동안 일해 줄 사람을 찾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일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아침에 빗자루나 진공 청소기를 달라고 했더니 한 백평은 족히 넘을 것 같은 홀을

물수건으로 닦으라고 했다. 쪼그리고 앉아서 앉은걸음으로 일한다는게

여자들에게 어떤 골병을 안겨다준다는 걸 모를 것 같지 않은데

시인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집이라는 환상이 깨졌다. 내 몸 아까워 그런 것이 아니다

돈 도 벌만큼 벌었고, 자식들 공부도 남부럽지 않게 시켰고,

그 집도 돈도 벌게 해주고, 자식들 공부도 시키게 해 주었을 사람들에 대해

그렇게 무신경한 것이 싫었다.

그리고 두번째는 손님이 없는 시간에도 잠시 쉬라는 말 한마디 없었다.

요즘엔 어지간한 식당엔 거의 브레이크 타임이 있다. 그것은 종업원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지만, 결국 손님에 대한 배려다. 오전의 업무로 지칠대로 지친

종업원이 단 삼십분이라도 휴식을 취할 수 있다면 오후 업무는 한결 가뿐하게

처리할 수 있거니와 그것은 바로 친절이나 손님에 대한 배려로 직결된다.

피 같은 돈이다. 손님들이 두세 쪼가리 팔천원이 넘는 고기를 먹으면서

피로에 찌든 종업원의 무뚝뚝한 서비스를 견뎌야할 까닭이 어디 있는가?

그것은 자신들에게 돈을 벌어다주는 종업원에게도 손님에게도 무신경한 처사 같다.

그리고 세번째는 식사다.

식당 종업원들은 아침 청소를 마치고 열한시 전후로 아침 식사를 한다.

그리고는 골든타임에 들어간다. 한참 쟁반을 들고 뛰다보면 금새 배가 고프다.

그런데 두시가 지나도 세시가 지나도 밥 줄 생각이 없더니

저녁 영업이 시작되는 다섯시가 되어서야 밥을 차려오는 것이다.

그때 손님이 들이 닥치면 종업원들의 식사는 거의 찬밥이다.

앉았다 일어섰다 몇번 반복하다보면 금새 입맛이 딱 떨어지고 만다.

이해는 한다. 그렇게 악착을 떨어서 아들 딸 공부 시킨 마음을

그러나 세상에 혼자 이루는 일이 어디 있을까?

당연히 자신의 땀값을 받았겠지만, 그들이 있었기에 그 모든 것들이 이루어진것이다.

 

역시 나는 시와 인연이 희박한가보다 하며

다른 곳에 일을 달라고 했다.

그기 오래 다니면 그 집 딸 시인도 만나고

방학이면 술을 마시러 온다는 그 집 단골 시인도 만날 수 있었겠지만

나는 되도록이면 종업원에 대한 따뜻한 감사의 마음이 없는

업주들의 집에서 일하지 않는 것으로 내 나름의 항거를 하고 싶다.

아무리 뼛골이 부서져야 한 평생 먹고 사는게 인생이라지만

그 흔한 빗자루, 진공청소기, 스팀 청소기 하나 사 줄

인정머리가 없는 집에선 일하고 싶지 않다.

손님이 없으면 장사가 않되어 그런가보다 하겠지만

내 집에서 돈 벌어 밥술이라도 뜨려면 그 정도 성의는

보여야하지 않겠냐는 마음이 종업원들이 물수건으로 쪼그리고

앉아서 닦아야할 바닥에 깔려 있는 것 같다.

또 시인들이여! 안녕이다.

내가 술 한 잔 할 수 있는 시인은 아무래도 나 자신 뿐인 것 같다.

 

오늘 일기를 내일 아침에 나누어 쓰야겠다.

비가 내린다.

송재학의 만어사? 라는 시 한 편을 붓글씨로 필사했다.

솔베이지의 노래를 들었다.

만어사가 말이 많은 절인지 물고기가 많은 절인지 모르겠다.

늘 자신의 팔랑임에 대해 자아비판을 하던

이곳의 어떤 시인에게 말해주고 싶다.

팔랑임의 미덕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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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이경호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경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재밌당.... 글이 생동감 있고 참 재밌습니다. 이야기 속의 식당 주인은 너무 못됐네요. 아마 장사가 잘 안될 집일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사람의 마음은 뻔드름하게 비치는 것이라서 볼멘 종업원들의 기운이 알게 모르게 손님에게 전염이 될 것이고 손님들은 부지불식간에 뭔가 이상한 기운을 느낄 테니까 말이죠.

전 이야기와 작자를 철저하게 일치시키지 않는 과라 왓칭님의 일기방에서의 글은 왓칭님과의 소소한 직간접의 경험일 수도 있지만 허구일 수도 있다는 전제에서 읽습니다. 습관처럼 억지로 산문이란 장르로 분류해서 이 글을 본다면 참 신명 나고 재밌는 글입니다. 뭍으로 던져진 잉어가 파닥거리는 느낌입니다. 아닌가? 소슬바람에 팔랑이는 콩잎 같은 느낌 일라나? 뭐, 어쨌든 뭐 좀 읽을거리가 없나 하고 여기저기 뒤적거리다가 월척을 봤습니다.

저는 시마을 죽돌이였는데 어느 시인님과 30일까지는 글을 안 올리기로 약속을 해서 눈팅만 하고 있는데 쓰는 것보다 읽는 게 더 즐겁네요.^^ 약속을 어기면 저는 개 아들이거나 말 망아지, 소 새끼, 닭 알이 되므로 어찌 됐든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덕분에 님글을 찬찬히 여러 번 보게 되어 좋네요. 내일 이어질 2탄을 학의 모가지보다 더 길게 빼고 기다리겠습니다.

추신;그런데 팔랑거리는 시인은 대체 누굽니까? 거, 참... 나이도 있을 텐데 뭘 그리 팔랑댄답니까? 이해가 안 되네요. ㅎㅎ

시앙보르님의 댓글

profile_image 시앙보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경호 시인님의 리플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저도 한때 시인(본사 홍보실)이라는 분께 실망한 적이 있었지요.
저도 누군에게는 실망을 많이 주었고요.
인간은 태어나지만, 사람으로 살기는 무척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사람이 되고 싶지만, 늘 좌절합니다.
밑바닥까지 추락했다가 좋은 분들 덕택에 다시 올라왔지요.
고운 심성 예술가들도 많습니다.
저도 작품과 삶이 일체화된 소설가 '이문구 선생님'과 시인 '신경림 선생님'을 존경합니다.
편한 밤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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