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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나무에 매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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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왓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44회 작성일 16-04-29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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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의 희망은 거창의 이름모를 과수원 사과 나무에 매달려 있다. 될 놈을 밀어준다는 사람들의 정치적인 견해는 사과 나무에게도 통하는지 나는 사과의 평등을 박탈하러 간다.  클 놈이나 잘 크게 자잘한 사과를 솎아 내는 일을 하게 되었다. 어제 네살이나 다섯살 쯤 된 손녀를 데리고 온 할머니 할아버지는 그 아이가 손으로 주물러서 박살낸 두부를 머리에 다 뒤집어 쓰고 테이블과 그 밑을 난장판을 만들어 놓았는데도 그 아이의 사진을 찍어서 그 어미에게 보내며 웃고만 있었다.  아이에게 남에게 폐를 끼쳐서는 않된다는 교훈을 심어줄 절호의 챤스를 놓치며 그 아이가 자기 밖에 모르는 싸가지 없는 인간이 되기 시작하는 것을 가족들이 모두 함께 축하하고 있는듯 했다. 사과꽃을 바닥에 떨군것이 미안해서 가을이면 아이 머리통만한 사과를 내미는 사과 나무를 떠받드는 것이 먹이 앞에서 이성을 잃고 온갖 추태를 보이는 사람을 견디는 것보다 훨씬 나을 것 같다. 금방 내어놓은 양파 무침에 젓가락도 대보지 않고 그기 앉은 사람 수만큼 양파 무침을 대령해놓으라는 사람의 탐욕을 견디는 것보다 자신의 꽃과 열매를 뺏기지 않기 위해 햇빛 가시로 무장을 한 사과 가지를 올려다보며 뻣뻣해지는 목고개의 통증을 견디는 것이 훨씬 수월할 것이다. 추가 반찬을 달라는 것은 젓가락으로 그릇을 두드릴만큼 당당한 일은 아니다. 내가 쓴 돈의 한도내에서 먹을 것 다 먹고, 죄송하지만 또 달라는 것이다. 웃으며 부탁하듯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식당은 자신들의 집이 아니라 공공 장소다. 무엇이 맛있다고 배가 터지도록 먹는 것이 아니라 사람답게 먹어야 할 장소라는 말이다. 자신이 돈을 내었다는 생각탓인지 염치도 체면도 예의도 없다. 뭘 얼마나 깨끗하게 드시는지 몰라도 테이블 냅킨 한 통을 다 쓰고 식탁위에 널부러뜨려 놓고도 너무나 당당하게 행세하며 식당을 나선다.

 

이제 나는 사과 나무를 우러러보며 돈을 벌 수 있다.

사과 나무는 무엇을 더 달라고 하지 않고

사과 나무가 바닥에 떨어뜨리는 쓰레기는 아름다워서 치우지 않아도 된다

사과 나무는 인상을 쓰거나 거친 말투로 요구하지 않는다

사과 나무는 자신이 낳은 사과가 아무 가지나 뛰어다니며

아무곳이나 굴러다니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사다리를 타고 사과나무 가지의 눈높이에서 사과를 보고 세상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기적을 바라지만

이 세상은 기적 뿐이다.

어떻게 나무에서 음식이 열리는가?

누가 설탕을 넣고 물을 맞추고 모양을 만들어

그릇도 식탁도 필요 없는 이 음식이 나온 것일까?

포크도 나이프도 필요 없이

소매끝으로 쓱쓱 닦아 배를 채울 수 있는 것이다.

땅을 파보면 우리보다 문명이 발달한 지하세계가 있어

그 안에 하얀 옷을 입은 세프들이 사과를 요리하고

배와 복숭아와 살구의 레시피를 보고 있는 것일까?

사과는 사과를 길러서 내꺼라고 움켜쥐지도 않는다

누구라도 먹으라고 바닥에 내려 놓거나

새들과 날짐승이 먹으라고 겨우내 들고 있다

한 두어달 그런 사과 나무를 우러러보고

사과 나무의 시중을 들며 사과 나무에게 서빙을 하다보면

내게서도 사과꽃 향기가 풍길것 같다.

사람에게서 맡고

내 온몸에 함께 찌들어버린 사람의 악취를

사과 나무의 겨드랑이를 드나드는 바람에 씻을 수 있을 것이다.

사과 나무 한그루마다 한 채의 식당이다.

주렁주렁 사과를 요리하는 식당이다.

가지마다 형광등대신 태양을 매달고

나비와 벌과 애벌레를 손님으로 받는 식당이다.

나는 풋사과처럼 얼굴을 그을리며

여물어지고, 달아지고, 풍성해질 것 같다.

한 한두달쯤 사과 나무의 시중을 들다보면

하나 둘 사과의 잘못과 모순과 고질적인 병들을 발견하며

그래도 사과 나무보다 사람이 낫다며

사람에게로 돌아 올 수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사과 나무 밑에서 일을 하며 사람이 그리워하게 되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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