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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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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왓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836회 작성일 15-07-27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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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십년은 족히 되어가는 것 같다. 숨이 뱃속에서 명치까지만 올라오다 꽉 막힌 것을 식도 위로 억지로 끌어올리는 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 하품을 해야 겨우 머리에 숨이 닿는 느낌이 드는 병을 앓아 온 것이...어떤 때는 숨을 쉬지 못해 응급실에 가서 산소 호흡기를 꽂은 적도 있고, 종합 검진을 받았던 적도 있는데 검사 결과는 늘 신경성이였다. 한번 속지 두 번 속나 싶어 숨 못쉬는 밤들을 견디고 또 견디다 결국 수영씨의 성화에 못이겨 다시 속으러 병원엘 가고 말았다. 위도 간도 자궁도 폐도 심장도 내 숨을 방해하는 장기들은 아무것도 없다는 의사의 진단이 떨어지기 무섭게 숨 못쉬는 병이 달아나버리는 것이 번번히 신기하다. 그러나 거의 십년째 내 숨의 변죽에 당해 온 수영씨는 의사도 나의 평온도 믿지 못하는 눈치다. 돈도 살림도 넉넉치 못한 팔자도 원망스러운데 개나 소나 쉬는 숨마저 부족하고 편치 못한 내 팔자를 탓하기도 하며 일단의 불편을 면한 것에 신이나서 혹시 위암은 아닌가 해서 먹지 못했던 음식들을 배가 불러 터지도록 먹어치웠다. 건강 검진을 한번 하고 나면 새로 삶을 받은 느낌이 든다. 먹고 산다는 핑계로 허구헌날 술이나 퍼 먹이고, 제 때 제 때 먹이지도 못하고 배에 쫄쫄 소리가 나도록 굶기다가도 배가 터지도록 퍼 먹이고, 몸에 좋다는 것은 멀리하고 맵고 짜고 기름지고 달고 해로운것들로 대접한 나의 몸속을 천리 밖에 있는 피붙이라도 들여다보듯 몇년 만에 들여다보고는 이런 악조건에서도 병들지 않고 건강하게 버텨준 것에 대해 새삼 감사한 마음도 든다. 잘 재우지도 잘 먹이지도 잘 입히지도 못하고 죽어라고 일만 부려먹은 주제에 남보다 이쁘지 않다고, 남보다 날씬하지 않다고, 남보다 머리가 좋지 않다고 구박은 또 얼마나 했던가? 속이 상해서 숨통이 막히고 말았던 것일까? 소통이 잘 되지 않는 머리통에게 서로 통하지 않고 사는 일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나는 화장을 하고 치장을 하면서도 몸이 곧 나라는 사실에 대해 회의적이였다. 랜디 꼬냑병처럼 육체란 영혼이라는 술을 담는 술병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내 몸이 랜디 꼬냑병처럼 화려하고 아름답지 못한 것에 대한 열등감을 위로하고 했었다. 병이 제 아무리 화려하면 무엇하겠는가? 결국 중요한 것은 술의 맛이 아닌가 생각하며 내 몸의 내용물인 내가 좀 그럴싸한 것이라고 착각하기도 했었다. 그래서 이 하얀 종이 술잔 위에 내 몸안의 나를 따라놓고 술병처럼 텅빈 몸을 땅속에 묻어야 겠다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몸은 내 몸안의 내가 부리는, 내 몸안의 나의 몸종인줄 알았다. 그러나 내 몸안의 나는 내 몸의 일부인 뇌를 지나다니는 전기화학반응에 지나지 않았고, 내가 영혼, 즉 내안의 나라고 믿어 온 것은 몸이 가진 기능의 정수에 지나지 않았다. 영혼과 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영혼이 물질화 된 것이 몸이였고, 몸은 영혼의 용기가 아니라 안과 겉을 통째로 베어먹는 사과나 자두였다. 농약이나 오물이 두려워 겨우 겉 껍질만 얇게 저며내고 먹는 과즙과 과육 일체였다. 그래서 내 몸은 어떻게든 살아야겠다는 내 의지를 고스란히 체화 시키고 있었던 것이리라. 내시경을 받기 위해 수면주사를 맞고 침대에 눕고서야 나는 알게 된다. " 더러워서 못 살겠네.." 확 죽어버리고 말지" "차라리 죽는 것이 낫지 않나" 이 입에 발릴대로 발려버린 거짓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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