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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월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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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왓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92회 작성일 16-05-31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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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은 되었을 것 같다.

그 때도 오늘 이후가 막막했던지, 복채가 없어 점집은 찾아가지 못하고

시에서 운영하는 자전거 대여점에서 자전거를 빌려타고 강변 자전거 도로를 따라

흐르는 강물을 따라 무조건 달렸었다. 내가 사는 작은 도시 진주는 문화 예술의

도시라는 말이 무색하게 정말 문화 예술과 거리가 멀다는 생각을 나는 한다.

일년 내내 변변한 연극 공연 하나 없고, 뮤지컬도 오케스트라도 잘 찾아오지 않는다.

사실은 자주 공연들이 이루어지는데 내가 바빠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런 공연들이 자주 있다면 문화 예술회관이라는 딱딱하고 관공서 냄새가 나는

곳이 아니라 지하 까페나 거리나, 시내의 어느 골목 어느 거리에서라도 볼 수 있어야

문화 예술의 도시라는 말을 쓰기에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무작정 달리다 당도한 문화 예술회관에 때마침 한국 미술의 역사라는

전시회를 하고 있었다. 아마도 어린이들을 위한 미술 전시회가 아닌가 싶었다.

평소때 미술하고 그리 친한 사이도 아니지만 눈앞이 깜깜해서 앞날이 보이지 않게 되면

눈앞에 보이는 뭐에라도 매달리게 되는 것 같았다. 그림들은 동굴 벽화부터 전시 되어 있었다.

그림이나 예술 작품도 사람과 같아 딱히 나랑 인연이 되는 작품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조선 고구려 삼국 시대, 고려를 훌쩍 건너 조선에 당도하니 일 없는 선비들이 억압과 착취의

방석에 앉아 절개와 지조와 인의와 의리를 노래한 사군자들에 대한 반감을 늘 가지고 있던 나는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정신이 선비 정신이라는 사실도 탐탁치 않았었다. 그런데 이 몽룡도 아니도

어 몽룡이라고 화가 이름이 적힌 그림 한 장이 액자 속에 갇혀 있던 귀신처럼 쑥 하고 그림 앞으로

돌출 되어 내게 빙의 되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 집중력있고, 강렬한, 혹은 서늘한 늦은 가을 저녁 같은

명쾌한 한기가 내게 스며들어 소름이 쫙 끼쳤다. 월매도, 월매도 였다. 지금은 오만원 권 신사임당

뒷면에 그려져 있는 그 월매도였다. 내 생애 그림으로 인한 충격은 여상 다닐 때 학교 빼 먹고 갈 곳이

없어서 갔던 연암 도서관에서보았던 뭉크의 절규 이후 처음이였다. 그것은 충격이라기 보다는 장악이였다.

액자 속을 지키던 혼이 나를 장악해버린 것이였다.  달이 떠 있고, 달을 향해 가지를 곧추 세운 매화가

있는 그림은 내게로 쑥하니 들어와 달은 내 머리가 되고, 곧은 가지는 내 척추가 되었다.

 

여섯시에 합천 가는 버스를 타야한다.

 

그런데 나는 월매도의 형상으로 앉아 자판을 두들기고 있다.

종일 척추를 펴보지 못할 것이다.

마늘의 맵고 독한 정신을 종일 흙바닥에서 캐고 어루 만질 것이다.

달이여!

일을 마치고 그대로 꼬꾸라질 것 같지만

내 뼛속에는 매화의 수액이 흐르고 있다.

달을 향해 꼿꼿하게 등허리를 펴고 앉아야 한다.

 

내 영혼의 갤러리에는 월매도 한 장이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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