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레지꽃(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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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지꽃(1) / 박얼서
아침나절이었다. 일주일 전쯤
육백고지 언덕배기에 이름 모를 떡잎이었는데
이틀 전에는
다소곳이 엎드린 자태로
자주색 꽃대 올려
사모관대 한껏 갖추더니
그렇게
궁금증 하나
큼지막이 매달더니
오늘 다시 이박 삼일 만에 만난 요 녀석
그건 분명한 '얼레지'였다
활활 타오르는 자신감으로
금동대향로를 연상시켰던 불꽃머리꽃 그녀
치맛자락 내던지던 그녀가
오늘 다시, 도발 직전의 모습으로 서서
기억을 흔들고, 새봄을 흔들고
모악산을 맘껏 흔들었다.
얼레지꽃(2) / 박얼서
사월 중순, 산비탈 무대를 장악한 춤사위
관중들에 둘러싸인 발레리나들
화무(花舞)에 취해, 제 자신에 취해
화들짝 들춰진 치맛자락
어차피 피치 못할 어이없는 저 쑥스러움
자연에 순치된 아름다움 극치인가!
봄날 햇살 무르익어 넉살 좋은 날
봄바람 핑계 대기 딱 좋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