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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碑文을 더듬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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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98회 작성일 25-02-26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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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碑文을 더듬으며 





도토리 나뭇길을 한참을 오르면 늦겨울 길가에 묏돼지들이 먹이사냥으로 뒹군 흔적이 어지러이 파헤쳐져 있고 앞장 선 늙은 걸음이 거친 호흡을 삼키며 갈지자로 오른다. 손자 두 명과 이쁜 손녀 하나가 손에 손에 돗자리와 제수를 들고 꿈에도 모를 증조부와 고조부의 산소를 찾아 성묘를 위해 애비 할미와 함께 씩씩하게 오른다. 노인으로부터 13대조 지하의 종택의 묘가 가족묘처럼 꾸민 묘터가 공원처럼 환하다.


7년 여전에 국립공원인 금오산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가 되었다. 일이야 축하 하고도 남음이 없지만 동리에 사는 사람들의 이외의 큰 걱정거리가 생기게 되었다. 예전에야 마을에 사람이 죽으면 으례히 금오산 산자락에 있는 좋은 터만 골라 공동묘지처럼 산소를 써 왔기 때문에 산길에 오르면 온통 산소가 즐비할 정도로 공동묘지처럼 많았다. 등재가 발표 되면서 산소 이전의 공고가 등산로 입구마다 펄럭거렸고 처음에는 선조의 산소이장이란 언감생신 꿈도 못 꿀 불충이라 서로의 눈치만 굴리는 형국이었다. 다음 해에는 산소 1기당 기백만원의 이장료가 공시가 되자 약삭빠른 후손들은 침을 삼키며 대대로 금오산을 지켜왔던 수 많은 선대들의 산소를 옮기기 시작했고 먼 조상은 쥐도 새도 모르게 산야에 뿌리기도 했다. 가까운 조부나 부친의 유골은 보문산이나 안산으로 옮겨 애기무덤처럼 조그맣게 가꾸어 옮긴 후손들도 있었다. 그야말로 수 백 년 산소의 대이동이었고 크나큰 불충의 시대였다.


재작년에 귀향을 해서 보니 내 선조의 산소만 여기저기 10여개의 산소만 남아 있었다. 공원관리공단을 찾았더니 되도록이면 서둘러 옮겨주셔야 금오산이 살고 남산이 살아난다고 입에 침을 튀겼다. 저 10여기나 넘는 산소를 어디에다 다 모실 것인가? 한숨만 가득하고 달리 뾰족한 생각이 떠오르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 길로 보문에 있는 선산에 묘자리를 구해 보려고 가방을 메고 한 일주일을 헤매었던 기억이 있다. 보문 선산에도 석계 고천에 있는 입향조 지하 선조들께서 계시고 그 지하의 자손들이 영면하고 계셔서 일찍부터 공동묘지화 된 문중의 공동묘터 였다. 그렇게 몇날을 헤매던 끝에 내 13대조의 고위와 배위의 묘가 있는 묘터를 둘러 보는데 300년 된 배위의 묘가 허물어져 흔적을 알 수가 없는 지경이었다. 한참을 곰곰히 생각한 끝에 할머니의 묘를 고위의 묘로 힙분을 하고 할머니의 묘터가 한 30여평이 되니 여기에다가 종택의 유택을 만들자 하는 생각이 공중에 꼬리를 물고 사라졌다.


한 달여에 걸쳐 산소 이장 작업을 하고 유골을 함에 담아 배치를 하며 아들과 함께 정성을 다 하여 안치를 하고 온 마음을 다해 엎드려 모셨다. 세자 반이나 되는 烏石에 비문을 짓고 저 간의 내력을 풀어내어 행장처럼 구구절절 비통한 마음을 새겨 놓았다. 시대의 변천이니 어떡하랴.사람들이 다 권유하고 아들도 흔쾌히 시대정서를 따라가자하니 난들 무슨 고고한 윤리를 가진자가 아닌 이상 세파에 아는 척 모르는 척 따라갈 수 밖에 없는 처지였다.


13대조 할머니의 품안 같은 곳에서 어린 손자 손녀들과 음복을 한다. 늘 이 묘터에 앉으면 너무나 포근해서 먼저 가신 님들의 호흡을 느낄정도로 유택이 다정하다. 산 사람이 마음이 편하면 그 유택이 명당자리 아니던가. 무릎에 앉은 내 손 자가 그런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무릎에 앉아 오물거리는 요놈이 가문의 21대손이니 선조의 복이 600년을 거슬러 흐르는 것이었다. 가족의 정은 결국 내 아버지 내 어머니로 부터 출발한다는 명징한 윤리의 근거를 보며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모를 세태의 情理가 궁금해지는 하늘이 너무나 맑아 짓푸르다. 손자 손녀들의 눈망울이 하늘보다 더 푸르다. 

추천1

댓글목록

안박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안박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계 보 몽* "隨筆家`詩人"님!!!
恒常 "계보몽"任의 글句를,感動으로 吟味합니다`如..
故鄕으로 歸鄕을 하시어,古宅과 靈墓를 管理하시는 "울任"..
本人도 10年間 "종친會長"을 맡아,"先靈"을 管理하고 있습니다..
祖上`모심은,後孫의 義務이져!"健康管理"하시며,늘상 康`寧하세要!^*^

계보몽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늘 격려해주시는 안박사님! 고맙습니다
귀향해서 문사의 전반을 맡아보니 여삿일은 아닌듯 합니다
내려오는 정서와 시대의 가치가 혼재 되어서 늘 살얼음판입니다
종친회장을 맡고 계시다니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조상을 모시는 행위가 언제까지일런지도 모르지만
살아있는 동안은 사명을 다 해야겠지요

늘 건강하시고 여여하십시오!

물가에아이님의 댓글

profile_image 물가에아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글 읽어 내려 오며 상상을 해 보니~
아주 포근한 어르신들 품같은 느낌이 듭니다
자손대대 연을 이어서 21대 까지 ~
옛님들 아들 아들 노래 부르시는 뜻이 이해 되기도 합니다
돈에 눈 멀어 조상님도 뼛가루도
 바람에 날려 버리는 고약한
산사람이 편하면 더 이상좋은 유택은 없겠지예~
현 시절의 모범이 되시는
조상 모심이 참으로 깊게 와 닿습니다~
얄궂은 날씨~
얼른 봄이 오기를 기다려 봅니다~
늘 좋은날 되시고 행복 하시길예~!!

계보몽님의 댓글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랫만에 오셨습니다 건강하시지요?
봄비를 재촉하는 비가 3일째 내립니다
주중부터는 날씨가 포근해진다니 봄도 그리 멀지는 않은듯 합니다

숭조사상이 얼마나 이어갈 지 아무도 모르겠지만
그져 내가 배운데로 최선을 다 할 따름입니다
이제는 후대들의 정서에 맡겨야 되겠지요

여행이 길었나 봅니다
늘 건안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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