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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는 짬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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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113회 작성일 25-03-05 05:55

본문

​웃기는 짬뽕





플로어에 반짝이는 까만 구두가 꿈결처럼 미끄러져 간다. 은은한 조명은 마주 잡은 두 손을 은근히 땀에 젖게하고 두 사람의 호흡도 점점 가빠지기도 하며 밀착한 두 몸은 허공을 돌며 왈츠의 풍모로 시간에 잠겨 가기도 한다. 끈적한 음악이 끝나자 차차차 리듬이 이어지고 날렵한 두 몸이 나비처럼 날아다닌다. 밤이 이윽토록 꾼들의 환락은 이어지고 땀을 훔치며 자리에 앉은 새벽은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든다. 아쉬운 눈초리로 바라보는 플로어의 스텝이 내일을 기약하고.


밤을 사냥하는 이들이 득실대는 동천동 일대에는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지하 1층에 댄스학원을 차려 놓고 낮에는 제자들의 스텝을 하얀 분필로 바닥에 그림을 그려 가며 가르침에 열정적이었고 발을 밟아가며 길러 낸 제자들을 밤에는 실전에 투입한다는 명목으로 인근 캬바레로 현장교육을 가는 도전적 춤선생이었다. 그래서 그날 그날 배운 스텝들을 현장에서 실질적으로다가 실습을 하니 제자들의 실력이 일취월장은 당연한 결과였다. 그런 빛나는 결과 때문에 그 업적이 소문에 소문을 업고 꼬리에 꼬리를 물어 댄스학원에는 원생들이 들끓었다 한다.


호사다마라 했던가. 학원이 번창하자 명예와 기세는 하늘을 찔렀고 캬바레 밤무대의 황제로 소문이 나자 수 많은 여인들이 그의 주위를 맴돌았고 정신이 돈 몇몇의 여인이 그의 주위에 또아리를 틀고 앉았다. 花蛇의 붉은 혀는 판단력을 상실할 정도로 요염했고 달콤하기가 단술 같았다. 환락의 밤은 꿈처럼 이어지고 정신줄을 놓은 시간도 세월을 잊어 버렸다. 그러자 어느 때 부터인가 새벽이 되면 늘 검은 안경이 그림자처럼 주위에 어른거렸고 불혹不惑의 나이에도 미혹迷惑하여 그져 안개 속을 헤매고 있었다. 설마설마 하면서 시간은 그렇게 흐르고 있었다.


형무소 문을 나서는 그의 몰골은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간통죄로 일년여를 복역한 그의 자태는  우리들의 댄스의 제왕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의 초췌한 모습으로 세상에 나온 것이었다. 마누라야 구치소에 입소한 그날 두 아이를 안고 집을 나갔고 몇몇 세간살이만 남은 집구석에 들어서자 우리의 댄스의 제왕은 맥을 놓고 쓰러지고 말았다고 한다. 그 후로 들리는 소문에는 포항에서 건어물을 한다는 이들도 있었고 조금씩 돈이 모이자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간간히 밤무대도 뛴다고 귀뜀을 해주는 이도 있었다고 했다.


아는 형이 점심을 먹자 해서 황성에서 유명한 중국집을 찾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저 만치 하얀 양복에 빨간 구두를 신은 노신사 옆에 아는 형이 손을 들었다. 자리에 앉자 그 동안 간간이말로만 듣던 80이 넘은 전설의 춤의 제왕을 내게 웃으며 소개하여 주었다. 흘러 간 옛 영화배우를 만나듯 신기하기도 하고 반가워서 밝은 웃음으로 인사를 하며 손을 잡는데 과연 그 손길이 역전의 춤꾼답게 부드러운 느낌은 내 기분탓도 있었을까 어쨌던 묘하고 생소한 그런 느낌이었다. 나 같은 딸깍발이야 춤 같은 것은 도저히 정서적으로 수용이 안 되고 이물질 같은 것이어서 그져 강 건너 불구경하는 정도라 하겠다. 주문한 얼큰한 해물짬뽕이 탁자 위에 놓여졌다.


80이 넘은 나에도 염색을 한 까만 머리에 반질한 구두는 예나 지금이나 빛나고 있었지만 쭈그러진 주름사이로 간간히 배어나오는 세월의 여담은 철을 잃고 헤매고 있었다. 독거노인으로 혼자 살면서도 옛날의 영화를 무용담처럼 뱉어내는 그의 긴 희망과 꿈은 어디쯤에서 끝이날까. 짬뽕의 남은 국물을 후르륵 마시는 얼굴의 땀이 비릿하게 흘러내렸다. 참 웃기는 짬뽕이었다.


추천2

댓글목록

물가에아이님의 댓글

profile_image 물가에아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햐~
정말 웃기는 짬뽕 입니다 ㅋ
나이들어 남은게 부끄러움 일진데  빨간구두라니예 ~
물가에도 소싯적 대구에 살때 다이어트에 좋다고
친구언니안내로 갔던곳이 있네예~
자그마한 단독 주택에 방을 헐어 마루를 깔아
부부가 선생 이였지예~
남자는 여자제자(?)를 여자는 남자 제자를 맡아
부르스 지루박 등을 배워주든 ㅎ
지루박 동작이 재미 있었다는 기억만 남았네예
한달 선불을 내었것만 한달을 못 채우고 그만 뒀네예~
낯이 익을 수록분위기가 싫은 분위기로 변해가는듯 ~
30년도 넘은 추억의 한 페이지로 들어가 본 아침 입니다
무엇이든 적당한 線은 지켜야 사람 노릇 입니다~
손도 나이들어가는 손이 멋집니다예~
비가 그친다니 얼른 따스함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오늘 하루도 幸福하시길예~!!

계보몽님의 댓글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한때는 춤바람이 불던 때가 있었지요
젊어서는 모두가 호기심으로 여기저기 방황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대 지인의 형은 프로라고하는데 자부심이 가득한 게 뿌듯한 삶을 사는 듯했습니다
다 한때의 쾌락일진데 거기 머물러 아직도 기웃대는 천성을 어찌할런지요

정아님은 개인교습을 받으셨군요 선불까지 주시고,,ㅎ
체질에 맞지 않으셨는가 봅니다 ㅎ
스포츠댄스로 끝나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나 봅디다.

봄비가 그칠줄을 모르네요
화창한 봄빛이 그리워지는군요
늘 건안하세요!

안박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안박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계 보 몽* "隨筆家`詩人"님!!!
"물가에`정아"作家님 말씀처럼,"웃기는,짬뽕" 입니다`예..
 늙기도`서러운데 80歲가 넘어서,옛`時節에 醉하여 居하다니..
 本人도 音樂을 좋아하던 時節에,"춤바람"과 暫時동안  同居했던..
"계보몽"詩人님!&"물가에`정아"房長님!追憶은,아름답져! 늘,康`寧요!^*^

계보몽님의 댓글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안박사님도 한 때의 춤바람을 겪으셨다니 멋쟁이십니다 ㅎ
저도 안박사님의 모교 밑에 있는 명동에서 회사생활할 때가 제일 그립습니다
그 때는 세상 무서운줄 몰랐거던요
외국출장도 잦았고 외국인들과 국내여행도 많이 했답니다
귀향해서도 늘 그리운 그 때 그 시절입니다 ㅎ

격려의 말씀 고맙습니다 안박사님!

들향기님의 댓글

profile_image 들향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글을 읽는 동안 웃음이 절로 납니다
누구나 한 번 쯤은 춤을 배우고 싶었던 기억에 ㅋㅋㅋ
한 번은 춤을 배우고 싶어서 갔는데 등치가 깡패 같은
남자들이 있어서 드라마에서 많이 본 깡패 같은
느낌에 무서워서 그냥 왔든 기억에 웃음이 절로 납니다

계보몽님의 댓글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만 잘 돌아 오셨습니다 ㅎ
그 시절 댄스학원이란 오래 다니다 보면 탈이 납니다
남녀 관계의 문제라 그게 참 어렵습니다 ㅠ
저도 소싯적 그런 유혹도 있었지만 지독한 몸치라
제 분수를 알아서 그만 뒀습니다

찾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행복하세요 들향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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