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성이는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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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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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20회
작성일 25-03-06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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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이는 봄
사람들은 오지 않고 사람들이 떠난다. 오직 오래 산 사람들만 남은 마을. 골목길에 그 많던 아이들의 목소리는 온 데 간 데 없고 이따금 나타났다 사라지는 고양이들, 옛 동무들처럼 반갑다. 이젠 이 텅빈 마을의 공기는 누가 채워 줄까. 검은 밴스의 장례차가 또 한 명의 오래된 마을을 싣고 동네 마당을 휘 한 바퀴 돌더니 정든 마을을 떠나갔다. 뒷산의 오래된 소나무들이 일제히 울어댔다.
최후의 死線을 지키지 못하고 요양원으로 끌려간 봉식이. 그는 봄에 싹이 올라오는 고사리순처럼 아들을 사랑했다. 논 밭 전지를 팔아 전 재산을 쏟아 부어가면서 아들의 공부를 위해 자신의 전부를 걸었다. 남의 땅을 붙이기 시작하고는 봄부터 가을까지 그는 논둑에 편히 앉아 본 적이 없었다. 마을앞 논두락은 거지반 봉식이의 소작농이어서 집 앞에 손바닥 만한 밭떼기를 빼고는 하루 종일 논에 나가 있을 정도였다. 용케 애비의 뜻에 부응이라도 하듯 지방 9급 공무원에 합격이 되어 시청에 근무한다는 소리를 바람에 들었다. 애비는 봄처럼 즐거워 했다.
나이가 들자 뼈마디가 시큰거리고 어깨죽지가 찢어지듯 아파서 시내에 있는 정형외과를 다니기 시작했다. 80이 넘어가니 온몸은 종합병원이 되었고 점점 움직임이 둔해지더니 이따금 동네에 앉은뱅이 휠체어를 타고 골목길을 돌아다니는 걸 귀향해서 신기하게 바라본 적이 있다. 그렇게 외동아들 하나에 일생을 바치더니 이제 늘그막히 몸까지 바치게 되었다며 일그러지는 그의 모습을 얼핏 본 적이 있다. 우리네 세대야 다 자식들을 위해 일생을 살다 가는 것이 관습처럼 생각들이야 하지만 말년이 비참한 건 인간으로써 참으로 서러운 일이었다. 거기에 자식마져 나 몰라라 하면 그 설움이야 짐작이야 하겠는가. 사실 봉식이는 자식의 이런 태도에 삶을 송두리째 팽개침을 당한 듯 괴로워 했다. 형님! 요즘 자식들이 다 그렇습니다! 다 잊으시고 형님 살 생각이나 하세요! 하면 아! 이놈이 요새 나를 요양병원에 집어 놓으려고 안달을 하네! 하며 역정을 낸 게 지난달이었다.
요양병원에 입원한지 한 달 만에 봄빛이 감도는 마을에 검은 세단을 타고 그가 돌아왔다. 울어줄 이도 없고 보내줄 이도 없는 오래된 사람들만 사는 고요한 마을에 그가 돌아왔다. 주책없이 내리는 긴 봄비가 오래된 이들의 마음을 적신다. 몇몇이 돌아서서 우는듯 했지만 모두 산 귀신처럼 서 있었다, 마을에 남자라고는 봉식이 하고 나하고 뒷집 홍로 뿐이었는데 이제 달랑 둘이 남았다. 500년도 넘은 마을이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 서성이던 봄이 휘저휘적 갈 길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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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에아이님의 댓글
물가에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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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짠 한 이야기 입니다~
"500년도 넘은 마을이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 서성이던 봄이 휘저휘적 갈 길을 잃었다."
아가들 웃음 소리가 사라진 마을들
이제 문닫는 학교 만큼 이나 마을들도 사라지겠지예
어쩌다 우리 사는 세상이 이렇게 되었나 생각해 보는 아침 입니다
모든게 욕심 에서 시작된 것 같습니다
배 안 고프고 살 만 하니 옆사람들과의 경쟁에 자식 낳는 것도 조심스럽고
우리시대의 의식으로만 유지 되었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것 같으네예.....
가신 님 명복을 빌어봅니다
계보몽님의 댓글의 댓글
계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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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골목길에서 만난 동네 아지매들은 남의 일인양 죽음이 일상화 된 듯 무덤덤합니다
인생 80이 넘고 속절없이 다가오는 마지막 순간을 목에 걸린 밧줄처럼 세월이 당겨
주기만을 막연히 기다려야 하는 세월.
아파트에는 아이들이라도 재잘거렸는데, 골목을 나서면 바람만 휑합니다
찾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늘 편안하시길 빕니다!
안박사님의 댓글
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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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 보 몽* 詩人님!!!
"물가에"房長님과 같이,共感을 느낍니다`如..
"人生은`未完成"이고,"空手來`空手去" 인것을여..
"서성이는 봄"을 읽으며,"人生無常"을 實感합니다`요..
"계보몽"詩人님!&"정아"作家님!늘,健康하고 幸福하셔要!^*^
계보몽님의 댓글
계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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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욕이 범람하는 말법의 시대입니다
인정은 메말라 가고 그나마 마을을 지키던 노인들이
자고나면 떠나듯이 기약없이 사라집니다
노인정에도 사람이 줄고 문설주 밑에 사라지는 신발들
희망도 행복도 묘연한 세월을 살고 있습니다
늘 건안하십시오 안박사님!
들향기님의 댓글
들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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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집에 5~6 명식 낳아서 옹기종기 살든 때가
좋았든 것 같습니다
시골이나 도시 골목길도 아이들 보기가 힘든 세상이라
학교들도 문 닿고
예전에 60~70명이 한 반인데 지금은 20명이 한 반이라
선생님들의 관심은 더 받겠지요
지금은 너나 할 것 없이 마지막 가는 길이
보호요양원지 싶습니다
자식들도 맞벌이에 생활하다 보니 부모님 모시기가
힘든 세상 이긴 하지만 우리들의 마지막이
보호요양원을 받아들이 일 수박에 없는 현실이
조금은 씁쓸합니다
마지막 가는 인생도 시대에 따라서 변하는 세상 같습니다
계보몽님 항상 건강하세요
계보몽님의 댓글
계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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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기가 참 힘든 것 같습니다
각기 다른 죽음의 행태를 보면 참 암담하기 그지없지요
자기가 살던 집에서 자는 잠에 고요히 떠나는 이는 드문 것 같습니다
어쩔 수 없이 끌려 들어가는 요양시설에서 미이라처럼 말라 가는 노인들
참 서글픈 세월이지요
시설에 가지 않기를 다짐을 해보지만 그게 내맘대로 되는 일이 아니니
더욱 슬퍼 집니다
들향기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