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트) 재수 옴 붙은 사내 이야기 > 소설·수필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소설·수필

  • HOME
  • 창작의 향기
  • 소설·수필

☞ 舊. 소설/수필   ♨ 맞춤법검사기

 

 

모든 저작권은 해당작가에게 있습니다.무단인용이나 표절을 금합니다

(꽁트) 재수 옴 붙은 사내 이야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고현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02회 작성일 16-02-19 16:47

본문

재수 옴 붙은 사내 이야기/

 

나는 횡재수(橫財數)가 없다. 젊고 깡말랐던 시절, 제비나 기생오라비 같다는 소리는 들어봤어도 제비뽑기에 당첨되거나 하는 일은 좀처럼 생기지 않았다. 한 번은 친구 따라 점을 보러 간 적이 있었는데 점쟁이가 하는 말이 횡재수는 없으니까 열심히 살라고 했다. 내가 요행을 너무 바라고 살았는지 그 소리에 왠지 맥이 쭉 빠졌다. 그리고 지금부터 12~3년 전 제대로 횡재수가 없는 사건이 벌어졌었다.

 

그때는 수원에서도 프로야구 경기를 했었는데 현대가 연고팀이었다. 야구에 관심이 없어서 그 팀이 맞는지 기억이 알쏭달쏭하지만 맞을 것이다. 당시 야구에 미친 친구하나 둔 덕분에 온가족이 함께 팔자에 없는 야구 구경을 간 것이다. 야구 구단에선 관중이 지금처럼 많지 않던 시절이라 관중을 불러 모으려고 큰 경품행사를 자주 하곤 했었다.

 

나는 미취학 아들이 둘이었고 완전체 개구쟁이들이었다. 대략 7천 원 정도 하던 입장권 넉 장을 들고 오는 것을 작은 녀석이 보더니 저도 달라고 떼를 썼다. 한 장을 쥐어줬더니 녀석은 고맙게도 야구 구단의 수익과 발전을 위해 곧바로 잃어버렸다. 아주 기특한 녀석이었다.

 

다시 표를 구매하고 야구경기를 지루하게 보고 나자 경품 추첨이 있었다. 추첨 1등은 에어컨이었는데 당시 시가로 200만 원정도 했다. 전광판에 1등의 입장권 일련번호가 떴고 그것은 내가 쥐고 있던 번호 다음 것이었다. 마누라와 나는 열광의 도가니탕을 먹듯 환호하며 넉 장의 입장권을 확인했다.

 

그런데 아뿔사, 코뿔소. 녀석이 잃어버린 입장권이 덜컥 당첨이 된 것이다. 끝자리가 1,2,3,4로 연결되는 식이었는데 중간에 옥수수 이빨 빠지듯 빠진 것이 1등이 된 것이다. 허탈하게 경기장을 나서는데, 나와 정반대로 입장권을 주은 사람은 입장도 공짜로 하고 에어컨까지 얻은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 것이라고 따질 법도 했는데 그땐 왜 그리 순진했던지...

 

나는 정말 재수 옴 붙은 놈인 것이다. 그리고 며칠 전 자주 가던 술집에서 이벤트에 당첨됐다고 금 한 돈을 찾아가라는 문자가 왔다. 술 먹던 중이라 귀찮아서 건성건성 써낸 응모권이 당첨이 됐다는 것이었다. 흥~ 자주 오라고 꼬시는구먼, 하며 아내와 그 집에 갔더니 진짜 순금 한 돈을 주며, 내가 못 미더워하던 부분을 자세히 설명해줬다. 3~4백 명의 응모권 중에 다섯 명을 손님이 직접 뽑아서 당첨이 된 거란다.

 

기분이 째졌다. 아내의 친구 부부도 불러내서 한바탕 신나게 차려 먹었다. 돈으로 주면 식대로 제하려고 했는데 순금으로 준 터라 아내가 들고 집으로 왔다. 이벤트용 금 한 돈은 별다른 모양이 없고 콩 반쪽을 잘라놓은 것 같았다. 무게는 3.75g. 시가로 18만 원 정도? 이제 나도 지독한 횡재수 없음의 징크스를 벗어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그런데 아까부터 소파에 누워서 뭔가 만지작거리던 아내의 외마디 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머, 금이 소파 속으로 들어갔어." 

"젠장, 가만히 좀 놔두지..." 

   

우리 집의 소파는 방석이 없는 일체형이다. 등받이 사이의 틈으로 콩 반쪽 금덩이가 쏙 들어간 것이다. 소파를 뒤집고 별짓을 해도 도저히 꺼낼 수가 없었고 멀쩡한 소파를 찢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세월이 지나고 소파를 버릴 때 금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까먹으면 안 되는데 하는 다짐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순금 덩어리는 소파 속에 수장되었고 나의 횡재수 없음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끝-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642건 12 페이지
소설·수필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열람중 고현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3 0 02-19
1311 김광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5 0 07-09
1310 시몬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86 0 02-20
1309 장 진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7 0 12-22
1308 가을의 바다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66 0 12-22
1307 가을의 바다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72 0 12-23
1306 시몬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57 0 12-24
1305 가을의 바다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1 0 12-24
1304 가을의 바다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4 0 01-02
1303
늑대와 개 댓글+ 2
장 진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86 0 01-03
1302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8 0 01-30
1301 가을의 바다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78 0 12-28
1300 시몬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25 0 12-28
1299 마른둥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49 0 10-27
1298 가을의 바다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0 0 10-27
1297 대기와 환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8 0 12-28
1296 memaa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75 0 10-28
1295 memaa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0 0 10-28
1294 몽진2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42 0 12-28
1293 memaa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0 0 10-29
1292 memaa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9 0 10-29
1291 몽진2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2 0 10-29
1290 memaa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98 0 10-30
1289 o1414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30 0 10-30
1288 memaa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2 0 10-30
1287 김광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95 0 10-30
1286 시몬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28 0 12-27
1285 memaa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74 0 10-31
1284 memaa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51 0 10-31
1283 박성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9 0 12-26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