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면집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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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면집 형님
늘그막히 내 주변에 있는 분 중에 닮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쫄면집 형님이다. 제법 지역에서 이름난 쫄면집을 운영해서 시내에 작은 딸이 운영하는 본점이 있고 불국동에 큰 딸이 본점보다 더 크게 운영하는 지점이 있다. 마음 내키면 이따금 한 번씩 양쪽 식당을 돌아보지만 늘 손님이 북적거린다. 남쪽지방에서 유명한 밀면과 옛날 포장마차의 우동의 면발 중간쯤 되는 면발에다 구수한 국물은 일반 쫄면의 상상을 초월하게 한다. 아마 오랫동안 연구개발한 노력의 산물일 게다. 이름값을 하는 브랜드로 키운 1세대가 2세대인 딸들이 물려 받아 운영중이라고 보면 맞을 것이다. 2세들이 물려 받아 운영을 하고 있는 가게를 보면 늘 나는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참 열심히들 사는 것 같아 부럽다.
예전에 비지네스로 일본 동경에 들렀을 때 그 곳 본사 사람들과 점심을 먹으려고 우동집에 들린 적이 있었다. 4평도 안 되는 자그마하고 조금은 답답한 바형 우동집이었는데 주방을 향해 둥그렇게 앉아 먹는 테이블에 손님이 가득 앉아 우동을 훌적거리고 있었다. 홀에도 테이블 몇 개에 손님들이 가득해서 문 앞에 선 우리 일행은 서서 기다리는 형편이었다. 본사의 타끼모도군이 일본의 런치타임에는 일상적이라고 설명을 해주었고 다른 손님들도 아무 불평없이 식사를 마치면 훌훌 자리를 비워 주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우동집이 120년이나 된 우동집이라는 것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현재의 주인이 창업주의 5대손이라는 것이었고 더 입을 다물지 못하는 것은 지금의 주인이 동경제대 법학부를 나온 재원이었는데 우동집의 대를 잇기 위해 모든 걸 접고 면발을 말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고개가 갸웃해지는 놀라운 이야기였다.
형님은 80이 넘은 나이지만 체력과 정신이 청년 같다. 지역 볼링협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고 서예에도 조회가 있어 대상이며 입선작이 수두룩한 명망있는 서예가이기도 하다. 같이 골프라도 나가면 나이 어린 나보다 비거리가 비교도 안 되게 멀리쳐 초장부터 꼬리를 내리게 하고 아예 기를 죽여 버리는 체력이다. 참 부러운 체력이다. 부러워 하면 진다는데 두 말 할 것 없이 내가 진다. 라운딩 내내 젊은 내가 헉헉거리며 따라간다. 하루에 두 바퀴 세 바퀴는 보통이다. 억양이 충청도 홍성 사람이라 옥에 티처럼 조금은 어색하지만 오랜 경상도 생활에 잘 버무러진 사투리라 낯 설게 귀향한 내 어눌한 서울말과 짬뽕이 되면 제법 조화를 이루는 것 같아 친밀하다.
형수는 이곳 터줏대감이라 거칠지만 상냥한 성격이고 남편과 결혼후 수십 년은 죽을 고생을 다했다고 만나면 침을 튀겼다. 이것 저것 다 망하고 헤매던 어느 날 허기진 배를 안고 찾은 허름한 우동집. 한 그릇을 후루룩하며 포만한 배를 안고 아! 이것이구나 하며 우동집을 하리라 해서 처마도 없는 허름한 집을 얻어 천신만고 끝에 오늘에 이르렀다고 했다. 형수! 이제 일 좀 놓고 편히 사시지 그래요! 하면 개구리 같은 눈을 껌벅이며 못 믿어요! 아이들을! 불안해서 못 매껴요! 50초반의 아이들을 불신의 대상으로 보니 어안이 벙벙하다. 일에 중독도 있겠지만 홀로히 일궈 낸 지독한 사업이라 누가 맡으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불안하다. 병리적 현상 같지만 그녀만의 철학이 있을듯 하기도하여 안타깝지만 쳐다만 본다.
그래도 나는 두 부부의 노익장이 부럽다. 내가 백수이기도 하지만 부러운 건 부러운 것이다. 한 업종에 일가를 이루고 그 지혜와 정서를 이어 받은 두 딸을 둔 것도 부럽다. 화요일과 수요일은 쉰다니 내일쯤 점심에 한 번 뜨끈한 쫄면을 오랫만에 한 입 빨고 싶다. 구수하고 따듯한 국물이 그리운 계절이다.
댓글목록
물가에아이님의 댓글

쫄면 참 좋아라 하는데예~
보통 우리가 먹는 분식집 쫄면 보다는 한 급 위 인듯합니다예
뜨끈하고 구수한 국물에 대한 기억은 없고에
맵싸하고 쫄깃한 면빨 만 기억에 남아있네예~
무엇이든 진심으로 하면 통 한다는 생각 입니다
장삿속으로 하면 되는게 없더라고예~
처음 개업한 식당에 가보면 손님들 입맛에 딱 맞게 주어서 단골이라도 할량이면
몇달 지나면 어느새 맛이 바뀌고
주방에 들여다 보면 주방장 내 보내고 주인이 어슬픈 흉내를 내고 있지예~
결국 손님 떨어지고 장사 접더라고예~
진심은 누구에게나 통 합니다
욕심은 모든걸 망쳐놓고 말지예
첫눈 내린 서울에 계시는지예
생신 축하드립니다~~~~
계보몽님의 댓글

눈사태에 사방이 난립니다
볼 일이 끝났으니 오후에나 내려갈까 합니다
남쪽지방은 눈 소식이 전혀 없나 봅니다
생각하시는 쫄면과 조금 다른 듯 합니다
물면도 있고 비빔면도 있습니다
구수한 국물이 일품입니다
성공한 식당이지요,부모와 두 딸이 아직도 관리를 하고 있으니요
감사합니다 정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