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기름집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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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기름집 여인
내가 아내의 심부름으로 가끔 찾아가는 참기름집 여인은 얼굴이 고소하다. 육십이 조금 넘은 초로의 여인이지만 언제나 얼굴에 미소가 피어나고 인사성이 밝아 고소한 인정이 늘 임의롭다. 입술을 앙다물고 졸고 있는 모습을 보면 볼을 한 번 꼬집어 보고 싶다. 뽀얀 얼굴이 내 셋째 여동생을 닮아 더욱 더 친근하다. 고개를 비틀며 단잠에 빠진 그녀를 문을 열까 말까 망서리다가 인형 같은 눈을 갑자기 뜨는 바람에 흠칫하고 선다. 그렇게 대낮부터 졸고 있으면 밤에는 우짤라고! 하니 밤에는 밤대로 잘 잡니더! 하며 샐쭉거린다.
어머니가 50년을 이끌어 오던 가게를 맏이가 이어 받았다. 객지에서 아이들을 모두 출가시키고 홑몸이 된 장녀가 어머니가 업을 이어오던 가게를 이어 받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인정과 인심이 소문이 나며 제법 자리를 잡고 있었고 시장에 있는 지인의 소개로 귀향 후 3년째를 다니고 있다. 그녀는 인정스럽기도 하지만 솔직하여 좋다. 조금은 수더분하지만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잘 베푸는 천성이다. 이곳 향토색이야 직선적이고 거칠어서 처음 귀향했을 때 태생이 여기인 나도 상당히 당황하고 불쾌한 기억이 있다. 속으론 그렇지는 않겠지만 정서와 말투때문에 오해를 부르기 딱 좋은 경상도 어투이다. 그래서 더 정감이 가는 참기름집 여인은 생각할 수록 고소하고 다정하다.
국산깨 참기름 두어 병 주소! 하며 가게 안 평상에 앉는 나를 보고 서둘러 따듯한 커피 한 잔을 뽑으며 사장님! 요즈음은 국산깨 참기름은 구하기도 힘들고 구한다 하더라도 너무 비싸서 팔기가 좀 그래예! 하며 중국산 참기름도 맛이 있어 국산이나 잘 구분이 안됩니더예! 하고 사모님께는 국산이라고 주셔도 잘 모를겁니더예! 하며 내 눈치를 살핀다. 그러지머! 두 병 주이소! 하니 중국산 참기름 두 병을 신문지로 돌돌 말아 까만 봉지에 쑤셔 넣으며 윙크를 한다. 하기사 우리네 제사상이나 우리 일상생활에 중국산을 빼면 생활이 기울 정도가 되는 현실이다 보니 과한 말은 아닐듯하나 보조개를 올리며 윙크까지 하니 기빠진 노인네야 그져 멍하니 쳐다 볼 따름이었다.
참기름 두 병과 율무가루 한 봉을 들고 나와 느릿느릿 상가를 걷다 돌아보니 그새 평상에 담요를 덮고 고소한 잠에 빠진 참기름집 여인. 힘든 세상을 외면한 마네킹처럼 하얀 얼굴의 그녀가 하오의 꿈나라를 헤매고 있다. 다음 손님이 올 때까지 고소한 그녀의 꿈나라가 길었으면 좋겠다는 실 없는 생각을 하며 걷는 해거름은 그 그림자가 끝도 없이 흐르고 있었다. 고소한 오후였다.
댓글목록
물가에아이님의 댓글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나는듯 합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부모님들 하시는 가게를 이어가는일이
많아 지는듯합니다
식당은 맛을 이어가며 전통과 정직이
이어 간다면 참 좋은 일이지예~
글고예~
참기름 중국산 사 가시면 금방 아실걸예~^^*ㅎ
국산과 확실히 달라예~
혹시 혼 (?)나셨어면 솔직 고백 하셔유~~~~~ㅎ
맛나게 자는 잠이 부럽습니다~
깨다 자다하는 긴 겨울밤이 두렵습니다~
오늘도 화이팅 입니다 ~~~~
계보몽님의 댓글

그런가요?
먼저 먹다 남은 참기름이 아직 남아 있어 고요합니다
요즘 음식이 자꾸 짜진다는 것을 모르는 아내
미각에 기대를 걸 수 밖에요 ㅎ
저도 5시간만 푹 잘 수 있다면 하는 소망을 갖고 있습니다
오늘은 어쩌다 6시간을 잤습니다만,,
노년의 숙제 같은 불면, 잠을 위해 몸을 혹사해 봅니다만
지나친 생각 때문에 고놈의 잠을 늘 놓칩니다
감사합니다 정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