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 법회 > 소설·수필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소설·수필

  • HOME
  • 창작의 향기
  • 소설·수필

☞ 舊. 소설/수필   ♨ 맞춤법검사기

 

 

모든 저작권은 해당작가에게 있습니다.무단인용이나 표절을 금합니다

동지 법회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100회 작성일 24-12-23 05:52

본문

​동지 법회





칼바람이 부는 금오산 기슭, 불향이 감도는 금오산은 언제나 붓다의 성지다. 신라 천년의 불국정토가 21세기에도 그 향기가 전해져서 주말이나 사찰의 절기행사에는 늘 산기슭 전체가 꿈틀댄다. 금오산 자락에 있는 중흥사는 칠불암의 말사인데 내가 가끔 찾는 조그만 교회당 같은 절이다. 중흥사도 동지를 맞아 수 많은 사람들이 아침 일찍부터  합장을 하고 마당이나 법당에서 웅성거리고 있었다. 좁은 어귀를 돌아 도착한 절마당에는 불향이 여늬때처럼 그윽하고 상냥한 스님들이 합장을 하며 오랫만이네요 처사님! 하면서 부처님의 향기를 웃음으로 보낸다.


눈으로 좋은 것만 보지 말고 귀로는 좋은 것만 듣지 말고 코로는 좋은 향기만 맡지 말아라, 그리고 혀로는 좋은 맛만 탐하지 말고 몸으로는 편한 것만 찾지 말고 생각에도 집착을 하지 말아라. 집착에 끄달리는 순간 사람은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진다. 천국에서 살 건지 죽음의 지옥에서 살 건지는 본인의 한 마음에 달렸다고 법사의 금언이 도량을 울리고 있었다. 그렇지만 중생들은 그게 잘 안 된다. 내 맘 속에 부처님이 살아 계신다는 데 그  부처를 발견하지 못하고 일생을 집착에 매달려 죽어 간다. 내 맘 속에 하느님이 사는 데도 하느님은 하늘에만 있는 줄 알고 사바세계를 헤맨다. 내 맘은 거울과 같이 맑다. 살면서 갖은 때가 거울을 더럽히지만 그 때를 닦아내면 영롱한 나의 마음의 거울이 거기 있다. 매달리면 죽고 놓아 버리면 산다. 고 한 시간을 열변을 토하지만 중생들은 초등학생 첫 수업처럼 네 네 하며 대답은 잘 한다.


공양간에는 백명도 넘는 불자들이 줄을 섰다. 김이 오르는 팥떡을 한 입 베물며 한 발 한 발 줄을 따라 가며 공양을 기다린다. 상큼달큼한 팥죽 한 그릇을 들고 긴 나무 탁자로 가서 집사람과 마주 앉아 동지를 맞는다. 맑고 시원한 동치미 한 그릇을 놓고 동지를 먹는다. 부처님의 말씀을 동지처럼 먹는다. 김이 오르는 뽀얗게 펼쳐진 공양간의 모습이 허기진 식욕들로 가득하기는 하지만 어찌 이런 모습이 지옥의 모습인지 천당의 모습인지 느닷 없이 노년의 모습이 현기증으로 비틀거린다.


不二門을 나서며 세상은 둘이 아니며 절대로 평등하다는 생각이 불현듯 뇌리를 스쳤다. 너와 내가 한 몸이고 세상이 모두 크게 보면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손가락질 하고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세상 어떻게 보면 末法의 시대 같지만 진실은 살아 있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그렇게 서로에게 아픈 말로 상처를 주고 받던 저만치 쳐져 걷는 집사람이 가엾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당신! 오늘 고생했어요! 하니 성불하십시오! 하며 맞장구를 친다.


양피지 연못을 돌아 집으로 돌아 오는 길 모처럼 눈이 귀한 이 지방에 눈이 내린다. 동지법회의 햇살이 서설처럼 반짝이고 눈송이는 포도 위를 앞서서 걸어간다. 장엄한 금오산 산정으로 하얀 눈보라가 휘날린다. 부처님의 가피처럼 하얀 눈이 만다라처럼 내리는 동짓날이다. 세상이 온통 새하얀 자비 같은 눈이 흩날린다. 마음은 하늘을 날고 몸은 허우적 거린다.


추천1

댓글목록

물가에아이님의 댓글

profile_image 물가에아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햐~
마치 영화의 한장면이 그려집니다~
뒤쳐져 걸으시는 어부인 모습에 하얀 눈발이 흩날리고~
"성불 하십시요" 마음의 합장으로 주고 받는 덕담
부처님 말씀 하나도 버릴것없고
들을 때는 가슴을 울리며 치는데 속세에 내려 오면
다 잊어먹고~
어리석은 중생이 여기 있습니다~
관세음보살 _()_

계보몽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구구절절이 가슴을 파고드는 법어들,
하지만 우리 같은 중생이야 그런 불향이 깊이 스며들지 않지요 ㅎ
돌아서면 고놈의 집착때문에 망각의 동물이 됩니다
손해를 보며 살면 모든 것이 푸른 하늘일텐데
그 게 잘 안 됩니다
양산은 잘 다녀 오셨겠지요 별 일 없으리라 믿습니다

편안한 나날 기원합니다! 정아님!

안박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안박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물가에`아이* PHoto-作家님!!!
  요즘에 "소설`수필房"에,들`오셔 "댓글" 주시고..
"계보몽"詩人님의 作品에,글句를 남기시는 "汀兒"님..
"成佛`하십시要!"하시는 말씀에,마음이 肅然해 집니다`如..
"수필房"에서 뵈오니,방갑습니다!"나무아미타불`관세음보살"!^*^

계보몽님의 댓글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안녕하시죠? 안박사님!
늘 여기저기 댓글로 시마을을 풍요롭게 해주시는
너그러움에 항상 고맙다는 마음 품고 있습니다
새해에도 건강하셔서 여유있는 인생 이어가시길
빕니다

메리크리스마스 입니다!

물가에아이님의 댓글

profile_image 물가에아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성불하십시요~"
"나무 관세음 보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인사 입니다
안박사님 ~
수필방에서 뵈오니 더 반갑습니다
이방 저방 군불 때시느라 늘 수고 많으신데예~
메리 크리스마스 입니다~^^*
복 많이 받으시고 성불 하세요~!!_()_

Total 1,756건 2 페이지
소설·수필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726
古木의 하루 댓글+ 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1 1 02-22
1725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 2 02-19
1724
첩실(妾室) 댓글+ 4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 1 02-18
1723
신라의 달밤 댓글+ 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 1 02-16
172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 1 02-14
1721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 1 02-12
1720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 1 02-10
1719
사돈의 눈물 댓글+ 4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 1 02-09
1718
이 편한 세상 댓글+ 6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 1 02-07
1717 메밀꽃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 1 02-06
1716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5 1 02-01
1715
헛디딘 인생 댓글+ 4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 1 01-20
1714
실버타운 댓글+ 4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7 1 01-05
1713
빛 바랜 사진 댓글+ 4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 1 01-03
171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 1 01-01
1711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5 2 12-30
1710 초록별y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 2 12-25
열람중
동지 법회 댓글+ 5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 1 12-23
1708
첫 연주 댓글+ 4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 1 12-21
1707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 1 12-18
1706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 1 12-13
1705
추어탕 댓글+ 7
들향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 3 12-11
1704
노년의 패션 댓글+ 4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9 1 12-10
1703
만세다 댓글+ 4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 1 12-07
1702
그날 댓글+ 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9 1 12-05
1701
여자의 길 댓글+ 4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 1 12-03
1700
겨울이 오네 댓글+ 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 1 12-02
1699
쫄면집 형님 댓글+ 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 1 11-24
1698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 2 11-23
1697
경사(慶事) 댓글+ 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 1 11-22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