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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팀목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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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초록별y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125회 작성일 24-12-25 18:01

본문

버팀목


 

  기쁨이 여러 형태로 찾아오듯 슬픔 또한 여러 가지로 마음 아리게 찾아온다. 부모의 죽음, 지인들의 배반, 사회의 어두운 소식, 남북의 대치가 늘 마음을 어둡게 하고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또 하나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지인들이 갑자기 내 곁을 떠나는 일이다. 마음을 같이 하고 뜻을 같이하다가 어느 날 남이 되어 등을 돌려 버릴 때의 슬픔, 그건 친구에게서 멀리 떨어져 나오는 외로움이 되어 나를 슬프게 한다.

  처음 이별의 슬픔을 맛본 것은 초등학교 때였다. 단짝으로 있던 친구가 어느 날 전학을 가버린 것이다. 인사도 없이 떠났다. 선생님으로부터 이야기만 들은 나는 엉엉 울면서 집에 돌아왔다. 어머니가 무슨 일이 났나 하여 뛰어나왔다. 다음날 친구네 집에 찾아가니 낙엽만 가득 마당에 구르며 나를 맞아 주었다. 고무줄놀이도 같이하고 사방치기도 하며 즐겁게 놀았고 숙제도 함께 하면서 우리 우정 변치 말자며 손가락을 걸었던 친구였다. 나한테도 말을 안 하고 떠나다니 나쁜 계집애야 하며 며칠을 그 아이 때문에 쫑알거렸던 기억이 난다.

  나는 모태신앙으로 결혼 후에도 안양에 와서 교회를 정해 다니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곳도 예외는 아니어서 잘 다니던 교우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는 일이 있다. 무슨 일인가 알아보면 인간관계의 작은 다툼이 있었다고 한다. 나 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는데도, 전화하면 받지 않는다. 나중에 소식을 접하면 다른 교회에도 나가지 않는다고 한다. 안타까운 마음에 잠이 안 온다.

  사진을 공유하는 카페를 드나드는데 그곳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온라인상이라고는 하나 사진을 공유하며 사진 평을 하고 격려하면서 마음을 나누다 보면 어느 사이 정이 드는 사람이 있다. 본명은 모르고 별명으로만 통하지만 매일 카페에서 인사하는 게 즐겁고 행복하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분도 사라지는 것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댓글로 대화를 나누었는데, 간다는 인사도 없이 귀띔도 없이 온데간데없이 자취를 감추는 것이다. 그럴 때 인간관계의 허무를 느낀다.

  아파트경비실 아저씨도 아침저녁으로 인사를 나누고 다녔음에도 그만둘 때는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진다

아파서 요양을 떠났거나 저세상에 먼저 갔거나 하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누구나 작별인사 정도는 하고 떠나는 게 예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진정한 인연과 스쳐가는 인연은 구분해서 맺으라는 말이 있다. 진정한 인연이라면 최선을 다해서 좋은 인연을 맺도록 노력하고 스쳐 가는 인연이라면 무심코 지나쳐버려야 한단다. 그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만나는 모든 사람과 헤프게 인연을 맺어 놓으면 좋은 인연을 만나는 대신에, 어설픈 인연만 만나게 되어 그들에 의해 삶이 침해되는 아픔을 받아야 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기독교 정신에 비추면 설사 배반을 당하고 아픔을 당하더라도 사람 사귐에 있어 진실하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나를 하찮게 여기고 경홀히 취급하였다 해도 나는 마음을 주는 면에서 거짓이 없이 진솔하다면 그들이 내게 준 아픔은 자신들이 언젠가는 알게 되지 않을까. 작은 인연, 스쳐 가듯 만나는 나그네 같은 길의 만남이라도 정직하게 최선을 다하는 사귐이 되었으면 하는 게 나의 작은 소망이다.

  혹시 나도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적은 없을까. 무심하게 한마디 던진 것이 아픔과 눈물이 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얼마 전에 들은 이야기다. 이십 년 전이던가 성가대에서 음이 자주 틀리는 한 교우에게 집에서 연습 좀 해 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 분이 그 말이 가슴에 맺혀서 세월이 흘러도 섭섭함을 잊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다른 사람을 통해 듣게 되었다. 나는 생각도 안 나는 이야기. 음이 자주 틀리니 집에서 연습 좀 해 오라는 말. 그게 그리 섭섭해서 이십 년이 넘은 오늘 이야기를 하다니.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듯 아픔이 깊고 멍했다. 며칠 몸살을 하다가 그분을 찾아갔다. 당황하는듯한 그분에게 정중히 사과했다. 잊지 못하는 것은 상처가 컸다는 이야기니 용서하고 마음을 풀라고 했다. 나는 별 뜻 없이 한 이야기지만 가슴 아팠으면 내가 잘못한 거라고 했다.

  꽃이 피었다가 지는 일도 슬프다. 이름 모를 꽃으로 피어나 아무도 봐주지 않는 산속 어느 모퉁이에서 아름다움을 뽐낼 줄도 모르고 그냥 있다가 지는 꽃. 너무 고와서 사진이라도 찍어둘 양으로 며칠 후에 카메라를 들고 가면 꽃은 이미 시들고 없다. 가슴이 아리다.

  내가 나이를 먹는 일도 그러하다. 마음은 아직 철부지고 단순하고 아둔한데 나이를 먹었다고 어르신이라 불리며 대접 받으면 깜짝 놀라 옷깃을 여민다.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지나간 세월에 미안한 마음이 든다. 선물로 받은 귀한 인생길을 소홀하게 여기며 살아온 것은 아닌가. 슬픔이 썰물처럼 밀려온다.

  더욱 슬픈 일은 내가 아직도 백 년을 더 살 것 같은 마음으로 살고 있다는 것이다. 분명 내 인생의 종착역은 가까워지는데 영원히 살 것 같은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안일하게 지내는 것이다. 눈이 아프다는 핑개로 책도 안 읽고 있는데 생각해 보니 그것도 슬픈 일 중에 하나다. 글을 통해서라도 여행을 해야 하는데 안일하게 집에만 있으니 우물 안 개구리가 틀림없다.

  나를 기쁘게 하는 것은 없을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나에게도 분명 행복한 일들이 있을 거야 생각하니 갑자기 친구들이 생각난다.

  나에게는 진실한 친구가 몇 명 있다. 중학교 친구, 고등학교 친구, 교회에서 만난 친구. 이들은 모두 몇십 년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내 곁에 있다. 멀리 사는 친구도 마음은 지척이다. 미국에 사는 친구도 카톡으로 날마다 안부를 전해온다. 몇 년 만에 만나도 며칠 만에 만난 듯 대화에 거침이 없다. 무슨 이야기를 해도 모두 나의 편이고 무조건 내 말을 믿어 주고 격려해 준다. 극단적인 예로 내가 감옥에 갈 잘못을 저질렀다고 이야기해도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을 거라고 함께 울어줄 친구들. 이별이란 우리 사이에 죽음밖에 없다. 든든한 인생의 반려자들로 살아가는 길에 버팀목이 되어준다.

  우리 가정도 기쁨의 원천이다. 부부가 화목하고, 이만큼 건강하고, 아이들도 떵떵거리며 살지는 않지만 남을 돕기도 하고 무엇보다 형제 우애가 돈독하니 마음이 뿌듯하다. 진정한 부자다. 귀여운 손자들이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큰 행복이고 온 가족이 함께 믿음 생활을 하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이 모든 것이 나를 슬프게 하는 일들을 잊게 해주는 방패 역할을 든든히 해주고 있다.

추천2

댓글목록

안박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안박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초록별ys* 作家님!!!
"초록별"任의 글句를 感動으로,만납니다`如..
 말씀하시는 語輝에,眞心으로 同和되어 感謝하고..
"夫婦가 和穆하고,家族이 幸福해也"="버팀목",입니다..
"초록별"作家님!"甲辰年"이,져물어갑니다!늘,康`寧하세要!^*^

계보몽님의 댓글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버팀목 같은 오랜 지기들이 하나 둘 떠나갑니다
두 해 전에 절친이 졸지에 세상을 떠났을 때
그 망연자실함에 일년을 힘들었거던요
금언 같은 아기자기한 이야기들 잘 읽었습니다
말씀대로 자식들과 주변 지인들을 버팀목 삼아
삶의 여정을 가고 싶습니다

오랫만에 올리신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작가님!

초록별ys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초록별y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계보몽님
마음 놓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올려주시는 글 잘 읽고 있습니다
댓글을 못 씀을 용서하세요^^

들향기님의 댓글

profile_image 들향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믿었든 친구와 헤어지고
 같이 했든 지인들 하늘나라로 가고
우리들 인생사 만나고 헤어지고
하는 연속인가 봅니다
서로가 의지하고 믿고 하는 버팀목이지요
초록별님 가정이 늘 화목하고 손자들 크가는 모습이 기쁨이지요
주위에 모든 분 들하고 서로서로 버팀목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글 잘 읽고 실감했습니다

새해에도 가정에 만복이 들기를 빕니다

초록별ys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초록별y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들향기님
올려주시는 글 잘 읽고 있습니다
감동이에요~~
우리 문우회에 수원에서 다니는 분도 있어요
한번 오시길요^^

Total 1,756건 2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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