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원{同心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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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원 (同心圓}
동심원이란 같은 중심을 가지며 반지름이 다른 두 개 이상의 원이 그려져 있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나는 이 것을 나무에 비교해 본다. 나무를 잘라 보면 그 중심에 까맣게 석회질화 된 부분이 있다. 그리고 그 주위를 촉촉히 물기를 감싸고 있는 생명을 느끼는 부분이 있다. 나는 까맣게 석회질화 된 부분을 조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주위를 촉촉히 둘러싼 물기를 가진 부분을 후손이라고 생각한다. 이 두 조합이 어우러져야 나무의 우람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석회질화 된 꼿꼿한 선조들이 계시고 그 주위를 둘러싼 후손들이 선조님들을 우러러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동심원이라는 단어가 참 어감이 좋다. 그래서 종친의 임원진 모임을 동심원이라 이름짓고 두 달 걸러 한 번씩 모임을 한다.
이번 모임은 매년 1월1일 열리는 문중총회의 회의의 안건을 채집하고 그것을 매끄럽게 진행하기 위하여 모이는 리허설 같은 모임이다. 먼저 회장님의 인사가 있고 또 주손의 인사가 있고 그리고 이번 행정고시에 입격을 하여 국가의 동량이 되어 내려온 종친의 인사가 있다. 어느해 보다 들뜬 신년회가 기대 되기도 하지만 문중회의란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말이 많고 결론을 쉽게 내지 못하는 것도 많다. 그져 내 주장이 옳다하여 죽어도 그 주장을 꺽지 못하고 싸움으로 끝나기도 한다. 올해는 임원진들이 모두 다 임기가 만료 되기 때문에 새로운 임원진 선출에 산고를 겪을 게 분명하다.
그래서 동심원 회원들이 사전에 모여서 새로운 임원들의 밑그림을 그리고 개인의 성향에 따라 직책을 배분해 가며 고민에 고민을 더하며 머리를 맞대는 것이었다. 회장은 유임으로 가닥이 잡히는 것 같고 80넘은 부회장들을 실무를 챙기는 젊은 부회장들로 교체하기로 결정이 났다. 문중돈은 빼 먹는 놈이 장땡이라고 의심을 해서 감사는 올해부터 둘을 두기로 했다. 간간히 술잔이 기울어지고 취기가 도는 가운데 회의는 갈 수록 비틀거렸다. 유임이 확정된 회장이 느닷없이 나 이제 쉬고 싶으니 좀 빼주면 안 되겠니? 한다. 70후반이라 하루하루가 아쉬운 나이다. 지난 2년 동안 문사에 매달려서 서울출장등 자질구레한 일을 많이 겪었다. 체질에 맞지 않는 일이긴 했으나 선천적인 리더쉽 때문에 2년여를 고생고생 하셨다. 지금 회장님이 손을 놓으시면 우리도 마 고마 할랍니더! 하며 60중반의 사무총장과 60초반의 재무가 쌍심지를 돋우며 대든다. 회장님 2년만 더 하이소! 그라면 우리도 문사를 조금은 더 공부가 될끼고,,,하니 문사는 부딪혀 가며 배우는 것이지 무슨 교과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나도 처음에는 아무 것도 몰랐다며 거품을 문다. 참으로 망연한 사태가 진행 되고 있었다. 긴박한 고요가 한참을 흘렀다.제가 옆에서 도와 드릴테니 사무총장 말씀대로 한 이년만 저와 함께 고생 함 해 보입시더! 하니 곁눈질을 하며 맥주 한 컵이 힘겹게 넘어간다.
아직도 남부지방 일대에서는 이런 문화들이 만연해 있는 것 같다. 우리네 고유문화이기는 하지만 시대가 갈 수록 버겁다. 귀향을 해서 늘 고민을 하지만 아직도 풀지 못할 과제를 숙제처럼 안고 있다. 문중문화의 개선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해보지만 늘 장애물처럼 자그마한 사연들이 발목을 잡는다. 향토에서 태어나 일생을 산 종친들의 관습을 하루 아침에 바꿀 수는 없지만 시대정서에 맞는 계단식 변화는 지속 되어야 그들의 노고를 가볍게 해 줄 것이다. 선조에 대한 향념과 기본적 윤리를 지켜가며 현실에 맞는 문중의 형태를 꾸준히 추구할 것이다.
긴 시간의 토의 끝에 깔끔한 결과가 나와서 종친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어쩌면 일 이 십년이 지나면 못 볼 수도 있는 다정한 얼굴들, 문중문화의 한 지점에 서서 역사의 흔적을 만들어 가는 종친들의 얼굴이 볼 수록 임의롭다. 화랑로와 반월성을 흐르는 겨울밤의 별빛들. 싸늘한 별빛들이 따듯하게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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