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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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타운
오랫만에 술을 좋아하다 간을 절반이나 잘라 낸 친구가 월 기백 만원씩을 지불하며 지내는 지방 소도시의 실버타운에서 전화가 왔다. 목소리에 기력이 없고 잘 살고 있냐 하는 새해 인사에 그래 새해에도 아프지 말고 잘 살아 보자 하며 메마른 년초의 대화가 이어진다. 수술을 하고 죽느니 사느니 하던 때가 두 해나 지났으니 부부가 실버타운에 입소한지도 벌써 일년을 넘었다. 슬하에 딸 하나가 미국에 가서 살고 있으니 찬바람 부는 벌판에 나무 한 그루 같은 차갑고 고독한 삶을 살고 있다 하겠다. 소싯적에 부동산 투자로 재물은 많이 모아 놓았으니 노년은 여유롭겠다고 거친 혀의 친구들이 이구동성으로 부러워 마지 않는 친구이기도 하였다.
소식통에 의하면 동마다 스포츠 시설이 완비가 되어 있고 먹고 싶으면 먹고 말고 싶으면 마는 뷔페가 끼니 때마다 진상처럼 차려져 있고 또한 동화 같은 산책로랑 끝없이 펼쳐져 있는 골프장은 환상적이라는 것 하며 다리에 힘만 있으면 이런 천국은 지상에 없다는 꿈 같은 소식이 친구들 사이에 저승처럼 전해졌다. 또한 부부가 함께 있으니 그 행복은 감히 누가 함부로 계량할 수 있을까도 싶었다. 비록 병마를 타고 입소를 했지만 여생은 꿈처럼 살다 가겠구나 하며 모두가 부러워마지 않는 그런 친구였다.
친구야! 창살 없는 감옥이 따로 없네! 삭신에 기력이 없으니 만사가 귀찮다 하였다. 동화 같은 산책길도 끝없는 골프장도 맨몸 자유로운 수영장도 포근한 실내도 모두가 기력이 있을 때 얘기지 오성급 고급 호텔에 1년 이상을 머무는 것처럼 피곤하다고 하였다. 그래 건강 없이야 좋은 옷이나 좋은 환경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마음이나 잘 다스리면서 살아야지! 이런 말이 입 속에 맴돌고 있었다. 우리네 인생은 속수무책으로 허무에 젖어 들었다. 길게 내 뿜는 한숨소리를 들으며 내 언제 시간나면 한 번 들릴게 하지만 허무한 약속이 지켜질지는 내 자신도 모를 일이었다.
두주불사라는 말이 있다. 말술도 마다 않는다는 뜻이 겠으나 나이들어 보니 그것이 죽음의 길인 줄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친구와 나도 산업화의 시대에 산업화의 역군으로 시대처럼 마셨다. 밤을 세우며 마시고 회사에 출근하면 하루가 몽롱해도 저녁이 되면 우리는 국가를 위해 마셨다. 지방에서도 해외 출장을 가서도 밤이 새도록 곳곳에서 국가를 위해 사람들을 마셨다. 그때의 전장에서 싸우던 전우들이 하나 둘 쓰러지고 나라가 일어 섰다. 나는 가끔 내가 덕 지은 일도 그리 없는데 여태까지 살아 있는게 신기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지금의 나는 보너스의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 적이 많다. 그때의 전우들 가운데 몇 안 남은 잔병중의 한 사람으로 살아 남았기 때문이었다.
실버타운이던 초가집이던 마음 편히 살다 가는 게 목표겠다. 安貧樂道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찬바람이 부는 새벽이지만 마지막 남은 온기로 아침을 일어선다. 부엌의 도마소리가 정겨운 사랑의 아침이다. 실버타운 같은 아침이다.
댓글목록
물가에아이님의 댓글

천번만번 들어도 실감나지 않던말~
이제 다 늦어 실감 합니다~
"건강이 제일 이다 제일 큰 재산이다~!!"
철 들자 이별 이라더니~
호화로운 실버타운 몸이 마음대로 움직여야
시설도 마음껏 이용 하지예~
酒귀신에 씌였던 적이 있지예~
몸 안에 또 다른 酒鬼神이 따로 사는듯~
맛나고 어울리는 분위가 좋고
평소 보다 속내를 들어내 놓는 친구들이 좋았던 시간~
후회는 없는데 아프니 그것도 탓 일까~
잠시 생각해 봅니다
한양 출타는 잘 하고 오셨는지예~
좋으신 상태로 내려 오셨으리라 믿습니다~
여독이 얼른 풀시시길예~~~~
계보몽님의 댓글

오랫만입니다 정아님!
병원을 나서다 생각지 못한 불상사로 재입원해서
얼굴 치료를 받다 퇴원을 해서 가료중입니다.
마른 날에 날벼락이라고 우리네 인간사 만사가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진실을 배우고 왔습니다
녹진한 마음에 화끈거리는 얼굴이 다가오는 명절이 두렵습니다
아이들이 몰려 온다면 어디 숨을 곳이 있을런지요
편안한 하루 이어가시길요! 정아님!
안박사님의 댓글의 댓글

#.*계 보 몽* 詩人니-ㅁ!!!
"서울"에 定期檢診을,다녀`오셨으리라눈 生覺을..
檢診은 잘 받으셨눈지,아니면 못`가셨눈지 窮굼해`如..
아마도 檢診結果는,좋을것이라 生覺합니다!못`가셨으면..
어찌何시다,負傷을 當하셨나요?本人도 骨折負傷으로,아직도..
3個月째,"깁스"를 하고 지냅니다!"계보몽"任!快兪하시길,祈願요!^*^
계보몽님의 댓글

안녕하세요 안박사님!
노년의 골절부상으로 고생하시는군요
제 주변의 어떤 이도 손가락 골절로 2개월째 고생중입니다
속히 완쾌 되시길 기원합니다
저는 진료결과를 보고 차시간 때문에 서두르다
병원 2층 계단을 헛디뎌서 얼굴에 찰상을 입고
딸래네 집에서 1주일을 더 머물다 귀향을 했습니다
읍내 병원에서 왕진중입니다만 명절이 문제군요
늘 무탈한 일상을 빕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