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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돈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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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72회 작성일 25-02-09 10:17

본문

​사돈의 눈물 

 




명절이 끝나가는 즈음에 서울에서 받사돈과 안사돈이 경주 사돈집을 찾아 뵙겠다는 기별이 며느리로부터 왔다. 받사돈이 전이된 암세포때문에 항암치료를 이어가고 있는데 천리 먼길 사돈집을 찾아 오겠다니 그 용기가 가상할 뿐만 아니라 특히 한옥의 잠자리가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사전에 귀뜀을 해놓는 차제였다. 그래도 아랑곳없이 안사돈이 다 보호할테니 염려일랑 놓으셔도 된다고 연락이 왔다. 며느리가 누차 다짐을 하고 아버지가 마지막 소원일 수도 있으니 아버님이 힘에 부치시더라도 방문을 허락해 달라는 분부였다. 나긋나긋한 며느리의 부탁보다도 당연히 환영해서 모셔야할 귀한 사돈들이지만 내가 걱정하는 것은 환자의 거주 환경 때문이었다. 각 방에 침대가 하나씩이 있지만 온돌이야 미열만 하루종일 미지근한 노인의 온기 같고 네모난 전기 난방기를 쓰고 있지만 늘 두툼한 외투를 하나 끼어입어야 견딜 수 있는 그런 환경이었다. 세심한 성격탓에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잠자리는 괜찮으셨습니까? 아! 예! 잠은 푹 잘 잤습니다! 공기가 참 좋습니다! 받사돈이 기지개를 켜며 방에서 나온다. 안사돈도 온돌바닥이 첫 경험이라며 만족한 웃음을 지으며 중방에서 나온다. 잠들을 다 잘 주무셨다니 여행의 8할은 해결이 된 듯하다. 며느리가 가고 싶은 곳을 제게 다 알려 주었으니 진지드시고 천천히 움직여 보시지요! 네!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사돈도 성치않은 몸이신데 정말 저희 때문에 심려를 많이 끼쳐드립니다! 하며 아픈 몸을 연신 굽혀 마지않는다.


2년 전 60대 후반의 사돈이 장이 꼬이듯 아파서 병원을 찾았다. 이외로 결과가 위급해서 암센타로 급히 이송을 하고 암이 자라고 있는 대장을 일부 잘라내고 전이된 간 부분등을 도려내며 항암치료에 돌입했다. 요즘에야 에순일곱이면 청년이라고들 들먹거리는데 더우기 사돈은 건장한 체구에 남성적체질이라 암이 찾아든 환자라고는 추호도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2년여 동안 항암치료에 시달리면서 강철 같은 몸은 마른 고목처럼 핏기를 잃어 갔고 암세포가 내성이 생겨 항암제를 몇 번이나 바꾸다 보니 몸은 점점 만신창이가 되어 갔다. 주변에 같이 치료 하던 환자들이 무시로 나무처럼 쓰러졌고 인생의 허무와 항암에 대한 공포가 세포처럼 엄습하고 있었다. 가족 모두의 바램도 두 손 모은 손바닥처럼 단단했지만 속수무책으로 항암제를 공격하는 암세포때문에 나날이 전쟁 같은 삶을 살고 있다.  


불국사 극락전에서 내생을 빌고 극락전 앞의 황금돼지를 쓰다듬으며 현생과 내생의 복을 비는 두 사돈. 사돈이라는 고귀한 인연의 끈을 이어가고 태어난 아이들의 복운도 빌면서 어느새 한겨울 햇살 위로 만다라 같은 꽃비가 내렸고 빙긋한 부처님의 인자한 눈길에 마음의 평화는 천길만길 내달리고 있었다. 마음이 좀 편해지셨습니까? 예! 이제 여한도 욕심도 없습니다. 주변의 여러 인연들이 이렇게 정성을 모아 주시는데 순리대로 주어진 삶을 걸어가면 될 것 같습니다. 무미건조한 세상이라는 생각으로 삶을 살았습니다! 삶도 그렇고 음식도 그렇고 저는 세상이 다 끝난줄 알았습니다! 사는 날까지 최선을 다하며 살아야겠지요! 검은 얼굴에 그림자 같은 눈물이 흘러 내렸다. 돌아서는 안사돈의 눈에도 겨울햇살이 반짝거렸다.


다보탑과 석가탑이 저리도 다정했을까. 번갈아 서 있는 부부를 보며 영생을 빈다. 두 손을 꼭 잡은 이 생의 인연. 이생과 저생은 문턱 하나 차이라는데 자하문의 문턱을 넘어 저승을 가보기도 하고 되돌아 이승을 내려서기도 한다. 이 번 두 분의 방문이 오래오래 기억될 것 같다. 아주 오래 후에 우리 모두 헤어지겠지만 귀한 기억으로 남겨질 추억임에 틀림이 없다. 이 고귀한 추억이 영원하길 비는 마음이 겨울바람에 차갑다.  우리는 또 내일을 살기 위해 오늘을 내려섰다.


추천1

댓글목록

안박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안박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계보몽* 詩人님!!!
"계보몽"任의,"査頓의 눈물"을  吟味하면서..
"바깥사돈 과 안사돈"의,情感어린 感情을 느껴`如..
"바깥査頓"을 "밭査頓"이라고,號稱을 하는것을 알았고..
"慶州`佛國寺"와 "다보塔`석가塔"을,連想해`보기도 합니다..
"부처님"의 恩德으로 "밭査頓"과,"계보몽"任의 快兪를 祈願요!^*^

계보몽님의 댓글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안박사님 어서오시죠
사람이야 언제든지 한 번은 떠나가야 하는 것
하면서도 매일을 고통으로 살아 갑니다
몸에 지병이 제일 문제이지요
조금씩 생기는 스트레스도 사람에따라 고통이 됩니다

건강하신 하루 되시고 또한 늘 격려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물가에아이님의 댓글

profile_image 물가에아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해마다 벚꽃이 필때면 들렀던 경주
불국사 마당의모습이 눈에 선 합니다~
두 사돈 내외분의 오롯한 시간도 보이는듯 합니다~
자식을 나누어 가진 엄청난 인연이 사돈이라지예~
아름다운 시간이 울컥하니
영화 한 장면처럼 뜨오르릅니다~
古都의 경주에서
영원한 추억과 잊지 못할 시간 많이 만드시길예~!!

계보몽님의 댓글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올봄에도 건강하게 불국사 벚꽃사냥을 오셔야지요

이번 사돈의 방문은 제게도 의미있고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가족간의 끈끈한 정을 나누었다고나 할까요
두 분의 건강한 미래를 축원합니다

회자정리라 언젠가 우리 모두 떠나가겠지요
문득 발걸음 멈추는 그 날까지 삶의 길을 충실히 가야겠지요

방문 감사합니다 정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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