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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내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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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91회 작성일 25-02-12 11:08

본문

​눈은 내리는데 





하늘에서 하얀 꽃송이가 다발다발 날리어 떨어진다. 뜨락의 작은 소나무 위에도 대문의 등살 위에도 하얀 눈은 내리는 족족 사뿐히 자리를 잡는다. 아랫 지방에는 참으로 귀한 손님이 새벽 아침에 찾아온 것이다. 통창을 활짝 열어 젖히고 마음을 훌훌 털어내며 흩날리는 눈에 온마음을 실어 보내 들판으로 산야로 그리웠던 옛날로 사정없이 달려간다.


겨울이 깊어지고 산에 눈이라도 쌓이면 마을의 아이들은 보다 더 분주해진다. 일년 내내 기다렸던 겨울토끼몰이가 시작되는 것이었다. 짚으로 짠 망태기하며 울타리 말뚝을 하나씩 뽑아 여남명이 의기롭게 꼬깔봉을 오른다. 그때야 산에 작은 나무가 듬성듬성 있어 대머리처럼 거의 민둥산이었고 눈이라도 쌓이면 그져 하얀 벌판으로 변해 버렸다. 그래서 잘만 후리면 겨울 먹이를 찾던 토끼들이 놀라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할 광경을 볼 참이었다. 토끼란 놈은 산 윗쪽으로는 나 잡아 봐란듯이 기가 막히게 잘 오르지만 산 위에서 후리고 아래로 몰아 부치면 고놈이 앞발이 짧아 뒹굴기 일쑤고 그러다 보면 제풀에 지쳐서 나동그라지기도 하고 도망에 지쳐 아이들의 손에 잡히기도 하는 것이었다.


꼬깔봉은 지금의 금오산의 중턱쯤에 자리 잡고 있는 마을 아이들의 놀이터 같은 곳인데 여름에는 소풀을 먹이러 올라가 아스라한 마을을 내려다 보며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정월 대보름에 달집을 만들어 놓고 달집을 태워 가며 달맞이를 하던 곳이기도 하였다. 홍수만 나면 산사태가 일어나서  마을을 위협하기도 하고 논 밭에 심은 농작물이 삽시간에 사라지기도 해서 그 후에 정부에서 시행한 사방사업으로 지금은 장대 같은 소나무가 우거져 옛날의 모습은 상상으로만 남은 전설 같은 마을의 봉우리다.


아이들이 서너발 간격으로 주욱 옆으로 진을 치고 손에 손에 든 막대기로 휘휘 저으며 꼬깔봉 아래로 진격해 내려 간다. 누가 선창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후!야!후!야! 하는 구호를 외치면서 눈에 빠져 휘적거리는 발걸음이 빨라지면 그야말로 누렇게 살찐 토끼 한 마리가 쌩하고 눈 앞을 지나간다. 순식간에 눈 위를 달아나는 토끼를 거북이들이 어떻게 가당키나 할까? 순간 와~! 하고 뒤따르는 아이들이 함성이 잦아들 즈음에 꿈에 그리던 토선생은 간 곳이 없다. 그래도 풀이 죽지 않는 아이들, 며칠을 굶은 짐승처럼 눈알들이 일렁거렸고 사기는 더욱 더 충천해 간다. 한참을 내려가다 내가 잡은 말뚝이 봉긋한 눈무덤을 툭 치자 과연 날렵한 토끼 한 마리가 진달래 가지 우거진 사이에서 후다닥  공중으로 뛰어 올랐다. 하얀 눈을 털고 오르는 토끼를 보자마자 옆에 있던 봉식이가 손에 든 막대기로 힘껏 허공을 휘둘렀다. 순간 아이쿠! 하며 홍갑이가 어깨를 부여잡고 눈 위에 나동그라졌다. 나는 홍갑이를 부둥켜 안았고 봉식이는 등을 갖다대며 눈으로 나를 채근하고 있었다. 둘러 선 아이들은 토끼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마을은 뒤숭숭했고 접골원에 다녀온 홍갑이는 그 후로도 오랫동안 산으로 오르지는 못했다. 그 아이들이 벌써 저 세상사람이 된 성급한 아이들이 몇몇이 있다. 오늘처럼 눈이라도 이렇게 펑펑 날리는 날이면 그때 그 아이들이 문득 생각이 난다. 토끼 사냥도 그 시절 놀이처럼 재밌었지만 마땅한 놀이처 없이 산으로 들로 헤맸던 그 시절의 아이들이 눈송이처럼 그립다. 눈송이가 커졌다 작아졌다 하더니 소나무 가지가 무거워 축 늘어졌다. 축 쳐진 어깨를 일으켜 찻물을 데운다. 참 향긋한 아침이다.



추천1

댓글목록

물가에아이님의 댓글

profile_image 물가에아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계보몽님 ~
안전 문자에 눈이 내려 어쩌고~~~
하길래 남의 동네 이야기 거니 했지예~ㅎ
양산 가는 날이라 한시간 정도 여유를 두고 나서는데
빗소리 예사롭지 않네예~
우산 챙겨들고 대문밖나서니 주차된 차 위에 하얀 눈이
거짓말 처럼 쌓였는데 비가 내리니
길바닥 눈은 살얼음 되어 걷기가 두렵고~
결국 시내버스도 제시간에 못 와서~~~~
눈 귀한 동네 밤에 잠깐 다녀간 눈에도 야단 법석 입니다~
에구 눈 내렸어면 비는 오지 말던가~ㅎ
돌아오는 길에 비는 그치고 포근 해서
혼잣말로 봄비 였었나~!?했네예~!!
추억을 더듬어시는 시간에
어제  오전 시간을 보태봅니다~
결과는 양호 했네예~
알러지에 먹고바르는 약 처방 받고예~!!
이제 한달후에 ~~~~~~
오늘도  행복하시길예~!!

안박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안박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물가에`아이* PHoto-作家님!!!
"양산"을 떠올리면,"통도寺"가 떠`오르고.."문`大統領"도..
 어데가 많이 便챦으신가 窮굼했더니만,"알러지`病" 이었군`如..
 生覺보다  養好하시니,千萬多幸 입니다`요!巪情을,많이 했습니다..
"물가에아이"作家님!&"계보몽"詩人님!"봄"이,옵니다!늘,健康+幸福요!^*^

계보몽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안박사님 계신곳도 북쪽이라 눈이 많이 왔으리라 생각이드는군요
눈길 조심하시고 마음편한 하루 되시길 빕니다
정아님은 명랑하셔서 다 잘 되시리라 응원합니다!

늘 방문하셔서 격려해주시는 안박사님께
감사의 말씀 놓습니다
감사합니다!

계보몽님의 댓글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아님 화이팅입니다!
양호한 결과가 나왔다니 정말 축하할 일입니다
지속적인 관찰로 한 달이 6개월이 되고 6개월이 일 년이 되어서 훌훌 털어내길 바랍니다!

창원에도 눈이 많이 왔군요!
이곳도 눈이 길에 쌓일정도로 뿌려대더니 정오쯤이 되니 싹 녹아 버렸습니다
눈길에 병원 다녀오시느라 고생고생 하셨습니다
봄눈이고 봄비였으면 좋겠네요

활기찬 하루 보내시고 소식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정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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