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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실(妾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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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88회 작성일 25-02-18 06:59

본문

​첩실(妾室) 





기제사를 모시다 보면 나는 늘 붓펜을 들고 지방을  쓰는데 증조부에 증조모가 두 분 조부에 조모가 또 두 분씩해서 考位 옆에 나란히 嫡室 繼室을 구분하여 쓴다. 족보를 더듬어 보면 옛날 벼슬께나 호령하던 양반가에는 正室을 두고도 정실에 첩실 삼실을 두어 그 가문의 위세를 떨었던 시절이 있었다. 가문의 과시를 그렇게 풍습처럼 이어지던 그런 세월이 있었던 것 같다. 고희를 넘은 우리 같은 초로들이야 그져 아비가 하던대로 술잔을 석 잔이든 넉 잔이든 놓고 제사를 모시면 되지만 이따금 며느리나 아이들이 음복을 할려고 자리에 앉으면 아버님! 왜 옛날에는 할아버님이 할머니들을 두 분씩이나 두셨나요? 하면 납득하지도 못할 구차한 변명 같은 넋두리를 설명할 엄두가 안 난다. 증조부가 찰방벼슬을 하셨으니 그 위세로 양반가에 두 할머니를 모셨을 것이고 그 아드님이신 할아버지는 아버지가 벼슬을 하셨으니 통덕랑공이라는 관칭을 얻었고 그래서 관습 같은 것에 따라 또 두 할머니를 모셨으리라 생각은 되지만 요즘 시선으로 보면 마뜩찮기는 아이들이나 나나 똑같다.


대개는 정실로 안방에 들어 앉으면 죽을 때까지 안방마님으로 영화를 누리며 살다가 죽기도 하지만 때로는 첩실이라도 정실인 안방마님의 사정으로 인해 안방마님처럼 뒤바뀐 삶을 살아가는 여인들도 있다. 내 할아버지의 정실인 월성최씨 할머니는 열여덟에 우리 가문에 사주단자를 보내오고 시집 갈 날자만 세고 있었다. 그런데 그 새색시가 시집 갈 한 달여를 남겨 놓고 병명도 모를 병을 시름시름 앓다가 홀연히 돌아가버리신 것이었다. 양 가문이 발칵 뒤집어 졌다. 세상에 이럴 수가 있을까? 혼사를 정해 놓고 새색시가 저 세상 사람이 되어 버렸으니 증조부는 아연실색을 하고 자리에 누워 버렸다. 혼사는 정해졌지만 시집을 오시지 못하고 처녀의 몸으로 이 세상을 떠나가버리신 것이었다. 그래도 정실인 할머니의 사주단자가 우리 가문에 들어왔으니 이 집 귀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증조부의 생각과 그 시대의 예법이었다. 시집을 오시지 못한 월성최씨 할머님의 묘소도 아직까지 때가 되면 벌초도 하고 돌보고 있지만 처녀 같은 작은 무덤이 서럽기만 하다. 그 후 계실로 학성이씨 할머니가 들어오시니 계실이 아닌 정실의 삶을 일생을 사셨다. 비록 일찍 청상이 되어 일생을 사셨지만 일개 가문의 주인이 되어 가문을 일으키셨다. 혹독한 한 세상을 등지고 가신지 40여년이 넘어가지만 돌아오는 기제일 마다 쓰는 지방에 계실로 기록이 되니 가문의 역사를 구구절절 아는 나로서는 음복을 할 때마다 아이들에게 침을 튀기며 설명을 곁들인다. 이 할머니가 안 계셨으면 여기 이 자리에는 아무도 없다고. 계실 아닌 정실 같은 삶을 산 학성이씨 할머니, 나를 그 토록 사랑해 주셨던 정실 할머니가 그립고 보고싶다. 


내 아는 여동생이 일생을 첩실로 살고 있다. 요즘 세월에도 그런 것이 있나 하고 반문해 마지않겠지만 한 달에 한 번씩 티타임을 가질 만큼 정다운 사이다. 우리네 인생살이 속내야 다 거기서 거기겠지만 암담하고 슬픈 얘기를 담담히 풀어낸다. 바깥양반이 80이 넘어 병중에 있으니 정실인 형님도 긴병에 효자 없다고 간병을 하다 본인도 지쳐서 80이 다 된 나이에 남편이 입원한 병원에 동반 입원해 있다고 찻잔을 기울이면서 귀뜀을 해주었다. 칠순을 넘었는데도 동생은 그래도 일부종사의 마음으로 산다고 했다. 형님도 간간히 들여다 보며 상황을 돌보기도 하고 병중인 남편도 지극정성으로 자기의 책임을 다 한다고 했다. 일견 갸륵한 마음이 가득하지만 가엾기도 하다. 본인이 저러히 가정을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니 어쩔도리야 있겠냐마는 이 시대에 보기드문 열녀임에는 틀림이 없다. 쾌락과 편함만 쫓는 이 말법의 시대에 그녀는 분명 반짝이는 윤슬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그녀의 마지막 여정이 행복하기만을 바랄뿐이다.


정실이든 첩실이든 다 고귀한 삶의 길일 게다. 사람의 길이란 천차만별이어서 어떤 삶도 함부로 재단할 수 없는 것이다. 느닷 없는 할머니 생각에 갈래길이 사방팔방 길어졌다. 멀방에서 할머니의 새벽기도소리가 들리는 새벽이다.

추천1

댓글목록

안박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안박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계 보 몽* 詩人님!!!
 本人의 家門에도,"適室`妾室(繼室)"할머니들이..
 가깝게는 "父親"도 事情上에,"繼(序)母"를 두셨으니..
 女人들의 "삶"은,至難합니다!"계"詩人님!늘,康寧하세要!^*^

계보몽님의 댓글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러셨군요, 여인들의 고단한 삶이었지요
억불숭유의 폐해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아직도 공맹을 모시는 춘,추계대제를 보면
우리의 정신문화가 어디쯤에 서 있는지...

오늘 하루도 무탈한 일상 빌어 봅니다
감사합니다 안박사님!

물가에아이님의 댓글

profile_image 물가에아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릴적 우리 작은 할아버지께서도
작은 할머니를 두셨지예
본 할머니한테 자식이 없다 보니 자식얻으실 요량으로 ...
아들 선호사상이였던 시절 후실 할머니 아들만 내리 셋을 낳고
막내로 딸을 얻었는데
그 자식들 마저 못 보시고 돌아가셨지예~
인자하시고 마치 육영수 여사님을 생각 나게 하셨던 큰 할머니
지금 생각 해도 가슴 아픈 일입니다
돈께나 생기면 첩실먼저 얻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 이니 여자의 일생이 참 힘들고
서러웠던 시절 이지예
요즘은 쥐도 새도 모르게...????
오늘도 행복 하시길예~~~~

계보몽님의 댓글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랬지요 대를 잇기 위해 계실 할머니를 둔 집이 많았지요
용케도 계실로 들어오신  분들이 아이도 많이 낳고 그 집의 기둥으로 살아기도 하지요
육영수여사를 닮으신 큰할머니가 많이 그리우시다니 인자하셨나 봅니다
젊고 돈 많으면 꼭 탈이 나지요 요즈음은 법으로도 다 풀어 놓았으니 선택의 문제로 남은 것 같기도 합니다
쌍전벽해의 세월에 현기증만 가득합니다

여독을 어서 풀어내시고 편안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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