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木의 하루 > 소설·수필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소설·수필

  • HOME
  • 창작의 향기
  • 소설·수필

☞ 舊. 소설/수필   ♨ 맞춤법검사기

 

 

모든 저작권은 해당작가에게 있습니다.무단인용이나 표절을 금합니다

古木의 하루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93회 작성일 25-02-22 09:16

본문

​古木의 하루 





9조에는 매의 눈을 가진 늙으막한 여인 하나와 반달 같은 눈웃음이 이쁜 하얀 머리의 여자 하나가 우리 조가 되었다. 그리고 딸각발이 나를 비롯한 키다리 노신사가 우리 조가 되어 라운드에 올라섰다. 달마다 3째 주 목요일이면 으례히 시니어 월례회가 열리는 날이라 이날은 모두다 젊은 마음으로 초등시절 운동회처럼 아침부터 마음이 달뜬다. 영하의 추운 날씨인데도 하얀 운동화에 컬러풀한 의상이 눈이 부시고 선글라스에 얼굴을 감싼 가면들 때문에 누가 누구인지 어떤 얼굴인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그져 네네! 하며 실루엣과 느낌으로 서로를 인지한다. 


매의 눈이 공을 날린다. 굿샷! 하며 추임새를 넣고 눈웃음이 잇다라 딱! 하며 빨간공이 가루가 된 잔뒤 위를 굴러 간다. 굿샷! 키다리도 홀을 좀 지나긴 했지만 오비가 아니니 안도의 숨을 쉰다. 조장인 딸깍발이도 무난히 홀컵 가까이 공을 굴려 놓았다. 매의 눈과 눈웃음이 버디를 잡는다. 앞선 두 여인이 느닷없이 첫홀부터 버디를 잡는 바람에 딸깍발이와 키다리는 일순 부담이 간다.  신중모드로 홀컵을 뚫어지게 쳐다보다 요것쯤이야 하며 한참만에 툭 친 것이 홀컵을 빙글 돌아나가자 키다리는 풀썩 주저 앉는다. 딸깍발이와 키다리는 파로 마무리한 1번 홀.


홀이 진행이 되자 의외로 두 여성분이 서로 경쟁을 하며 눈치싸움을 하기도 하고 스코어보드를 적고 있는 나에게 매의 눈이 다가와 수시로 날카로운 눈길로 자기 스코어와 눈웃음의 스코어를 점검 하기도 했다. 그러면 눈웃음이 슬며시 다가와 저 여자는 공을 치기 전에 공을 건드렸으니 1벌타를 추가 해야하는데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고 있으니 정확히 스코어를 적어야한다고 딸깍발이에게 지청구를 놓는 것이었다. 그렇잖아도 경기전에 경기이사가 좌우라인의 오비 같은 것은 너그럽게 봐 주시고 홀을 넘어 라인 밖으로 넘어 가는 것만 오비처리를 하라라고 당부한 사실이 있기도 해서 노년들이 노는 것이니 나도 그냥 좋은 게 좋은 것이다라는 개념으로 대충대충 적다 보니 매의 눈과 눈웃음이 조장을 감시하고 있는 터였다. 


1라운드 나인홀이 끝나자 스코어 보드의 스코어 계산을 하였다. 눈웃음의 스코어를 보던 매의 눈이 라운드를 손가락으로 짚어 가며 정정을 요구 하였다. 눈웃음이 저지른 오비의 정확한 벌타를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눈웃음의 어깨에 기댄 눈웃음에 살짝 넘은 오비라인을 눈 감아 준 게 탈이 난 것이었다. 헛웃음이 났지만 매의 눈이 너무나 강경하게 어필을하니 양자를 세워 놓고 확인을 하는 촌극을 벌였던 것이었다. 두 여인이 다 인정하고 합의한 다음에야 서로 돌아서며 피식 웃고들 있었다. 두 여인의 승부욕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서로 잘하는 꼴을 못 보겠다는 듯 특유의 질시가 스물거렸다. 물론 깔끔하고 정확한 것이 공정하고 공평한 일이기도 하겠으나 불법이 횡행하고 내 법이 옳은 법이라고 입에 거품을 무는 세상에 노인들 놀이장에서야 좀 귀엽게 넘어갈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허공에 연기처럼 미소가 맴돌았다.


키다리와 딸깍발이도 후반 라운드에선 선전을 하고 있었다. 세 홀을 남겨두고 조에서는 딸각발이가 월등히 앞서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상위 입상도 가능하다고 포기한 눈웃음과 매의 눈이 이구동성으로 딸깍발이를 응원하고 있었다. 조의 명예도 걸려있기 때문이었다. 결정적인 것은 파 파이브의 홀에서 결판이 났다. 딸깍발이의 세컨샷이 홀 언저리에 큰 원을 그리며 사뿐히 굴러 앉자 와! 하는 함성이 앞 선 이와 뒤따라 오던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손을 뻗어 응원을 해 마지 않았다. 딸깍발이는 여기서 이글만 잡으면 상위로 치고 오르는 것은 따논 당상이라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초긴장의 순간 떼구르르 하는 경쾌한 홀컵소리가 귓전을 때리고 두 손을 높히 치켜들며 환호하는 딸깍발이의 하이파이브가 길게 이어졌다.


스코어 보드 결과를 든 경기이사가 2등은 남산골 딸깍발이! 하고 부를 때 심장이 주책없이 벌렁 뛰었고 같은 조의 매의 눈과 눈웃음도 박수를 치며 즐거워 마지 않았다. 키다리도 구석에서 빙긋이 웃으며 축하의 웃음을 보내고 있었다. 참으로 오랫만에 보람찬 하루다 싶어 겨울 하늘은 더더욱 푸르렀고 마음은 운동회가 파하는 초등학교 교정으로 내달리고 있었다. 이파리 하나 없는 고목은 겨울바람에 앙상한 가지를 움츠리고 있었다. 따듯한 봄을 기다리는 듯 때론 움트기를 시도하였다. 기필코 봄이 온다는 것을 알기나 하는 것처럼.


추천1

댓글목록

물가에아이님의 댓글

profile_image 물가에아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우선 2등 하신걸 축하드립니다 ~^^*
경기장에 임하시는 주인공들의 이름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눈웃음 매의 눈 키다리~~~~
그런데 2등하신 님의
딸깍발이는 이해가 아니 됩니더예 ㅎ~
여럿 모이셔서 경기를 하시고
참 모범 환자로 사시는것 같아서 부럽습니다~
날 풀리면 핑계로 한시간씩 걸어야지 하는것도
자꾸 밀립니더예~게으런 핑계지예~!!
곧 봄이 오겠지예~
3월에 가면 ct한번 더 찍어보고 싶으네예
나름대로 노력중 이거든예~!!
늘 좋은 날 되시고예~ 행복하이소예~!!

계보몽님의 댓글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여자 두분의 질시가 재미가 있어 게임 내내 재밌었습니다 ㅎ
나이가 들면 노인들이 더 미숙해진다더니 실감나는 장면이었습니다
그 게 다 재미지요, 끝나면 다 웃고 마니까요
너그러운 마음씨로 노년을 살자 하는데 속이 끓을 때가 가끔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정기적인 씨티 검사로 암을 발견했기 때문에
꼭 필요한 진찰과정이라 생각 됩니;다

환희의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Total 1,757건 2 페이지
소설·수필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727
그들이 온다 댓글+ 4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 1 02-23
열람중
古木의 하루 댓글+ 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4 1 02-22
1725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 2 02-19
1724
첩실(妾室) 댓글+ 4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9 1 02-18
1723
신라의 달밤 댓글+ 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 1 02-16
172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 1 02-14
1721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4 1 02-12
1720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5 1 02-10
1719
사돈의 눈물 댓글+ 4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 1 02-09
1718
이 편한 세상 댓글+ 6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 1 02-07
1717 메밀꽃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 1 02-06
1716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 1 02-01
1715
헛디딘 인생 댓글+ 4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8 1 01-20
1714
실버타운 댓글+ 4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 1 01-05
1713
빛 바랜 사진 댓글+ 4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 1 01-03
171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 1 01-01
1711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 2 12-30
1710 초록별y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8 2 12-25
1709
동지 법회 댓글+ 5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 1 12-23
1708
첫 연주 댓글+ 4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 1 12-21
1707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 1 12-18
1706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 1 12-13
1705
추어탕 댓글+ 7
들향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7 3 12-11
1704
노년의 패션 댓글+ 4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 1 12-10
1703
만세다 댓글+ 4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 1 12-07
1702
그날 댓글+ 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 1 12-05
1701
여자의 길 댓글+ 4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 1 12-03
1700
겨울이 오네 댓글+ 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4 1 12-02
1699
쫄면집 형님 댓글+ 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1 1 11-24
1698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0 2 11-23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