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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편소설] 알파시를 만나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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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앙보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87회 작성일 16-04-10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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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편소설]                 알파시를 만나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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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앙보르


 예루살렘 인근 성전 폐허에서 고민하던 하시드(어린 랍비나 교사) 하나가 
누더기 차림으로 수행에 몰두하는 고매한 랍비 알파시를 붙들고 여쭈었다.

" 야훼께옵서 만드신 이 세상이 온통 악으로 뒤덮혔습니다. 왜 에덴에서 악을
내치지 않으셨는지요? "

" 그대는 날마다 타나크(구약성서), 미드라쉬(주석 설교 방식이나 설교 교리 편찬),
탈무드를 읽지 않았느냐? 키뒤시 (유대교에서 안식일이나 축제일 밤, 포도주와 빵을 통해서 신을 찬미하는 기도)
에 기쁨으로 참여하지 않았느냐? "

" 단 한차례도 거른 적이 없습니다. 기름진 음식과 술과 여자를 멀리했습니다. 재를 뒤집어 쓴 
단식의 시간은 길었나이다. 고행의 머나먼 여정으로 제 발은 이제 나귀 발이 되었나이다."

" 제기랄, 그래 잘났구나! 절을 받지 못하는 하시드는, 하시드에게 굽신거리는 불목하니만
못하다는 말을 듣지 못했느냐. 야훼께옵서는 악을 만들지 않으셨다. 선의 부재가 곧 악이다. "

" 하오나 선이 악에게 곤경을 당하는 일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

" 웃기는 소리. 이해가 아니라 참아내기 곤란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 자네는 오랜 공부와 수행이 지겹지도 않은가? "

" 그래서 이렇게 여기 엎드립니다."

" 이보게 친구, 젖을 휘저으면 버터가 되지. "

" 그러하옵고, 코를 잡아 비틀면 노를 촉발하지요. "

" 내가 그대의 코를 잡아 비틀어주겠네. "

 랍비는 탈릿(기도수건)과 성귀갑(테플린)을 행낭에서 꺼내며 하시드를 바라봤다. 


" 쯔쯧 고집 센 친구로군. 자네를 일컬어 '미브카(그대 밖에서)' 같은 종자라 부르지. 
통곡의 벽, 그러니까 훼파되기 전으로 치자면, 예루살렘 동문 오른편 기초석 아래 
보물이 묻혀 있다. 그걸 내일 오전까지 꺼내오게나. 그러면 내가 답을 일러줌세. "

 하시드는 절을 한 후에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 통곡의 벽으로 내려갔다. 성전 동문 앞에는
수많은 참배객들이 성벽을 붙들고 기도를 드리거나 입을 맞추고 있었다. 일부는 이마를
성벽에 붙인 채 경전을 암송하고, 일부는 월계수 가지나 고벨화, 번홍화 꽃을 돌 틈에
꽂았다. 붐비는 인파와 성물을 파는 장사치들로 인해 동문은 지나가기조차 힘들었다. 

" 해질녘까지 기다려야겠군. 내가 무얼 바라고 사서 이런 고생하는지 원..."

 근처의 여관으로 내려가 나귀의 목을 축여준 다음, 무화과 그늘 아래 주저앉아 
무교전병을 조금 씹은 후, 순한 포도주 한 잔으로 입가심을 했다.
보물을 어떻게 꺼내지? 만일 들킨다면 자칫 태형이나 참수형에 처해질 수도 있다. 땅을 파고
기어들 수도 없다. 보물이란 건 뭘까? 사라진 법궤일까? 히스기야왕 무기고를 채웠다던 
금으로 만든 방패일까? 잡생각에 어지러웠다. 그는 뒷머리에 손깍지를 끼고 누웠다. 
땅거미가 내려앉자 사방이 희미한 등불로 장관이었다.

 그는 나귀를 묶어두고 성벽으로 올라갔다. 횃불들이 성벽 주변을 휘황스레 밝혔다. 
여전히 참배객들과 순례자들로 북새통이었다. 가까스레 동문 오른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대체 무슨 수로 이 거대한 돌덩이를 치우고 그걸 찾는단 말인가. 
난처하구나. 순례자들이 모두 떠나야 돌을 파든 하지. 
하시드는 그 자리에서 밤을 새우다가 새벽녘에 깜박 잠이 들었다. 

 꿈속에 하시드는 3층천으로 올라갔다. 눈 부신 빛 앞에서 스랍 (천상 천사)들의 
아름다운 찬양이 울려퍼졌다. 여섯 개의 날개를 가진 스랍이었다. 거룩한 야훼 앞에서 
두개는 눈을, 두개는 입을 나머지 두 개는 발을 가렸다. 그는 죽은 듯 납작 엎드렸다. 
그러자 스랍 하나가 날아와 그의 몸을 일으켜 세웠다.

" 친구여, 무슨 일인가? "

" 하느님의 영광을 직접 대면했으니 저는 죽을 것입니다. 아직 죽고 싶진 않습니다. "

" 지금 살아 있으니 죽지 않는다. 그래 무슨 일로 왔느냐? "

 하시드는 머리를 조아린 채 더듬거리며 저간을 들려줬다. 그리고 동문 기둥 아래 보물을 
꼭 찾아서 돌아가고 싶다고 아뢰었다. 

" 그 랍비가 장난을 친 게로구나. 그래, 그대는 가말리엘을 비롯해서 많은 스승과 
경전을 배운 훌룡한 친구다. 너는 예루살렘 성을 무어라 여기느냐? "

" 하느님이 매일 임재하시는 영화로운 장소입니다. "

" 잘못 알았다. 그렇다면 성이 기원 후 70년, 로마군이 침입 때 훼파되고 나중에는 이방인에게 넘어갔겠느냐. 
이스라엘 법궤처럼 우상은 반드시 사라져야만 한다. 그래서 성은 여러차례 폐허가 됐다. 
그 분은 지상의 성 따윈 괘념치 않으신다. 우상은 믿음 없는 인간의 상징일 따름이다. "

" 그렇다면 예루살렘을 향해 기도하는 건 잘못입니까? "

" 네 몸이 첫번 째로 가장 귀한 성이다.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의 성 또한 귀하다. 그 성을 제대로 
섬기지 못한다면 예루살렘 성이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예수도 하느님의 나라는 
네 안에 있다라고 하지 않았느냐. 그게 정답이다. 예루살렘 성은 손가락일 따름이다. "

" 에덴 이후, 지금까지 성전과 회당에서 모두가 질문을 던질 뿐, 답을 주는 이 만나질 못했습니다. 
이제 속시원한 답을 듣고자 합니다. "

 " 나는 그대의 어린 시절을 안다. 시장에서 보았다. 빨간 사과를 위에, 덜 익은 사과를 
아래에 감춘 수레를 그대는 뒤엎고 기꺼이 따귀를 맞았다. 그건 훌룡한 일이다. 
너는 금새 영웅이 됐고, 더 나은 삼손이나 다윗이 되려고 애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건 바로 잊었어야 했다. 그 일을 잊지 못한 그대는 결국 자신의 올무에 걸려 또
다른 사과와 나귀턱뼈, 그리고 물맷돌을 찾아 헤매었다. 

선지 이사야의 울부짖음을 네 이마에 새기거라. 

'너희가 내 앞에 보이러 오니 그것을 누가 너희에게 요구하였느냐.
내 마당만 밟을 뿐이니라. 헛된 재물을 다신 가져오지 말라.'

 사해가 내려다보이는 유대 광야에서 보낸 세월은 말하지 않으마. 석청(돌꿀)으로 
혀를 적시며 광야를 버틴 세례 요한은 여자가 난 중에 가장 큰 자였다. 허나 그는 
그 얘기를 결코 내세우지 않았다. 그래서 그가 위대한 것이다. 

광야에서 온 몸에 모래를 뒤집어 쓴 채, 입에 흘러들어온 모래알에서 
우주를 느낀 자, 축복 받은 이여, 이미 우주가 된 자가 무얼 찾아 헤매는가. 
악을 찾은 들 그대가 멱살이라도 잡을텐가? 화형이라도 시킬텐가? 전쟁, 살인, 
간음, 강간, 폭력, 절도, 폭행, 사기가 자행되는 세상을 왜 바라만 보고 있는가? 
 
언제까지 바빌론 강변에서 눈물바람을 할텐가. 동산이 사막이 되어간다고 언제까지 
넋두리만 늘어놓을 텐가? 사막이 옥토가 되는 꿈을 왜 버렸는가. 
그대는 점점 사막이 되어간다. 대추야자 한 그루를 왜 네 몸에 심지 못하는가?  

인간은 하느님께서 다가갈 때 항상 도망치기 바빴다. 반대로 인간이 덤벼올 때 
그분은 기꺼이 다가가며 매를 감수하셨다. 그분은 외로운 분이시다. 
뼈저리게 외로움을 느낀 인간은 그걸 안다. 멀리 계신 그분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낀다. 경전과 기도서에 코를 박은 이는 가깝다고 하나 멀다. 결코 그들은 그분을 
만날 수 없을 것이다. 자신들이 그분을 매일 밀어낸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천국은 아는 자들의 소유가 아니라 모르는 자들의 소유다. 그분을 모르지만 알려고 몸부림치는 자들
의 소유다. 그들만이 천국에 집착하지 않는다. 천국은 '카벳(히브리어:무거운, 진저리나는)'이 결코 아니다. 
천국을 매매하는 자들에게 저주를.

악은 하나에서 시작하고 모든 걸 태우지만 결코 영혼은 태우지 못한다. 
선도 마찬가지로 하나에서 시작하지만, 태울 수 있는 건 쥐뿔,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선은 영혼을 지탱시키는 유일한 파장(波場)이다.  악의 결과를 바라보고 울부짖으면서도, 
대는 왜 선의 남루한 차림새만 보고 그를 멸시하는가. 악이 승리했다면 
그대는 지금 이곳에 없을 터, 당당히 그대의 길을 가라. 선을 찾지 말고 그대 홀로 선을 이루라. 
 
주리고 목이 마르면서도 묵묵히 사막을 걷는 저 낙타처럼 가라. 낙타는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사막 어딘가에 자기를 기다리는 오아시스 따윈 낙타는 잊은 지 오래다. 신기루가 무엇인가. 
오직 낙타만이 신기루를 안다. 낙타의 순한 눈길을 보았는가. 그 짐승의 눈은 세상을 보지 않는다. 
신기루에 결코 속은 적이 없다. 낙타만이 결코 어긋난 적이 없다. 저 너머를 응시한다. 

네가 예루살렘 성벽까지 오는 동안, 나는 미카엘(천사장)의 허락을 받고 일곱 명의 누더기와
병든 자를 네게 보냈다. 네 나귀는 그들을 태우고자 여덟 번이나 발을 멈추었는데, 너는 죄 없는 나귀의
볼기짝만 때리며 갈 길을 재촉하더구나. 이제 그만 돌아가거라. "

 잠에서 깬 하시드는 나귀를 타고 랍비에게로 돌아갔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랍비가 
기도수건을 벗으며 껄껄 웃었다.

" 그대가 나를 이렇게 찾아온다면 영원히 답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돌아가거라.
왜 악을 만드셨는지는 나도 모른다. 확실한 것은 그것 뿐. 선의 부재 또한 따질 일이 못된다. 
네가 선이 되면 그 뿐. 천국을 위한 선은 선이 아니다. 네 안의 선을 따라 산다면, 
어느 순간 답을 찾을 수 있다. 쐐기문자는 선과 악을 보여줄 수는 있으나 본질을 설명할 수 없다. 
그대가 바로 본질이다. "
 

" 에덴의 선악과는 그럼 상징에 불과합니까? "

" 허어, 아직도 모르겠는가? 모든 이들이 에덴을 질문한다. 허나 여태까지 화염검(불검)을 
무서워할 뿐, 감히 에덴의 문에 도전한 이가 없다. 예수가 말한 좁은 문이 바로 그거다. 
화염검은 그 앞에서 기웃거리거나 머뭇거리거나 물러서는 자를 태운다.
 
허나 온 몸을 던지는 자는 그 문을 통과할 수가 있다. 아름다운 동산에 직접 들어갈 수가 있다. 
포도원을 허는 여우를 잡으라. 동산에서 아직도 배로 기어다니는 뱀, 루시퍼를 잡으라.
이런, 얼굴이 하애졌군. 자네도 그러니까 겁쟁이에 불과하지. 껄껄... "

" 그런데 왜 이곳에서 수건을 쓰고 성구를 낭송하니이까? "

" 어젯밤, 나는 네 눈이 열리기를 밤새워 기도했다. 나를 찾아오지 않도록 해달라고 매달렸다. 
답을 찾은 이는 나를 찾아올 일이 결코 없다. 내가 이곳에 머무는 건, 이곳을 방문하는 자들을 위해서다. 
자신이 성전이라는 걸 모르고 이곳 성전을 찾는 이들, 진정한 성이 돼야만 예루살렘 
을 대할 수 있다. 그걸 일러주기 위해 이곳에서 산다. 이곳은 곧 내 다른 몸이다. "

 비로소 하시드는 넙죽 절을 한 후, 나귀를 랍비 곁에 묶어두고 홀로 제 길을 떠났다. (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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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사악 알파시 : 11세기 현존한 히브리 랍비 겸 유대법전 편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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