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이 이끌지 않는 글 - 지퍼를 고친 오늘 > 소설·수필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소설·수필

  • HOME
  • 창작의 향기
  • 소설·수필

☞ 舊. 소설/수필   ♨ 맞춤법검사기

 

 

모든 저작권은 해당작가에게 있습니다.무단인용이나 표절을 금합니다

목적이 이끌지 않는 글 - 지퍼를 고친 오늘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그린Choon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211회 작성일 17-06-30 07:46

본문

목적이 이끌지 않는

 지퍼를 고친 오늘


토요일인 오늘, 6월이 지나고 있다. 가게는 한가하여 돈은 적으나 몸은 편하다. 해마다 일이 터지는 프람시즌 드레스는 더이상 가져 오지 않으니 같다. 부모님이 하시는 옷수선 가게에 발을 들여 놓은지도 년이 넘었다.

 

얼마 찾아가지 않는 오래된 옷들 정리해서 팔려고 놓았다. 그리고 카운터에 “ON SALE (판매중)” 푯말을 붙였다. 나흘이 지났지만 아무도 관심이 없다. 옷을 고치러 왔지 사러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는지 푯말이 눈에 들어 오지 않나 보다.

 

옷과 친하지 않는 내가 지난 십여년간 옷을 고쳐 돈을 벌어 생계를 유지해 오다니. 그나마 지퍼는 나의 생리에 맞다. 후줄거리는 옷은 손에 잡히지 않아도 고정된 지퍼는 손에 어느새 익숙해 졌다. 물론 처음 지퍼를 아버지로 부터 배울 12불을 벌기 위해 4시간 생똥을 생각하면 이렇게 돈을 벌어 굳이 살아야 하나? 그런 캄캄함이 몰려 오곤 했다.

 

오늘 아침 전화 통이 가게로 걸려 온다. 나의 셀폰으로 자동 넘어 온다. 나는 으레 제껴 버린다. 문자로 답하려는 것이다. 손님에게 일일이 통화하는 것도 스트래스다. 그래서 문자로 손님들과 소통한다. 손님은 오늘이 결혼식인데 브라이드 메이드 드레스 지퍼가 벌어져 입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번 건은 통화를 했다. 손님이 얼마나 다급한지 문자를 하고 전화를 다시 걸었기 때문이다.

 

그럼 가져와 보라고 하곤 끊었다. 얼마 여자손님과 여동생으로 보이는 사람이 들어 왔다. 과연 드레스 지퍼는 가관도 아니었다. 어디서 했는지 보이지 않는 지퍼(Invisible zipper) 천에 박음질 까지 놓아 엉망이 되어 있었다. 문제는 박음질한 실을 떼어 내고 벌어지는 지퍼 대가리(슬라이더) 이빨에 균형을 맞추어 아래까지 내린 다시 올리면 거의 80% 고쳐 진다.

 

다행이 드레스는 그렇게 하여 10분만에 고쳐 졌다. 1 30분에 찾으러 오겠다고 했으니 있다가 문자를 보내어 되었음을 알렸다. 너무 빨리 문자를 보내면 일의 가치가 떨어 지므로 나는 시간 문자를 보낸 것이다. 가격은 일한 만큼 매겼다. 가격을 보시곤 어머니가 벌컥 하신다.

 

돌아가신 아버지와 지금 살아 계신 어머니는 주로 가격 때문에 싸우셨는데 아버지의 가격 매김은 나와 계산법이 같았다. 싸우시던 때가 생각이 나서 나는 어머니께 드린 것이다. 그래서  어머니의 입김으로 가격을20불로 했다. 정황상 손님은 급하게 찾아야 하는 비상사태인지라 비록 일은 금방 끝났지만 일에 가치를 많이 부여하는 어머니의 계산법을 따른 것이다.

 

지퍼는 이빨이 나가면 폐기해야 하는 알았는데 인터넷을 뒤져보니 방법이 있었다. (thread) 이빨을 만드는 것이다. 마치 치과기공에서 왁스로 이빨 모양을 빌드업하듯. 그래서 며철 전에도 잠바 지퍼 이빨 나간거 청바지 실로 이빨을 빌드업 해서 고쳐 주었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그리 오래 가지는 않을 같다. 실과 플라스틱은 강도면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옷을 고치는 것이 왠지 슬슬 천직이 되어 가는건가그렇게 하기 싫던 일이 말도 통하지 않는 미국땅에서 뾰족히 만한게 없어 하다보니 몸에 베어간다. 보통 미국사람들의 검소하게 입는 스타일 덕분에 옷수선이 먹히는 사업이다. 오래된 옷도 고쳐가며 유행 거의 없이 즐겨 입으니 말이다. 옷을 고치던, 몸을 고치던, 마음을 고치던, 구두를 고치던  고침, 치료 치유는 회복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그런 종류의 직업은 성격상 살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직업의 귀천은 없고 직업의 성격만 남는다. 글의 제목 목적이 이끌지 않는 애시당초 편하게 쓰고자 하는 글쓴이의 의도를 저버리고 결국 목적이 뚜렷한 명제를 남겨 버렸다. 언제나 글은 쓰다보면 방향이 잡히기 마련인가 보다.

 

2017. 6. 24 [23:45] 그린

http://www.text4soul.website/korean_index.php (내쉬빌 한인 네트워크)


추천0

댓글목록

대기와 환경님의 댓글

profile_image 대기와 환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년도 없고.. 몸만 건강하면 얼마든지 이웃을 위해..
자신의 노후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기에 참 좋습니다.
옷을 수선 하든 영혼을 고치든..
사용할 수 없는 것을  고치며 재생하고 다시 자신의 본문을 회복 시키는
막중한 일에 늘 사명감으로 임하시길!... 박수를 보냅니다.

그린Choon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그린Choon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바느질 사업에 막중한 사명감까지는 아니라도
의식주중 하나인 의복의 수선은
한국에서는 모르겠지만
미국에서는 상당히 인정해 주는 기술의 하나인거 같습니다.

워낙 서양인들이 손재주가 없어서
단추 다는 것도 못하는 아낙들이 많이 찾아 옵니다.
미국 이민을 고려 하시는 분께 옷수선 기술을 몸에 익힐 것을
추천합니다.

Total 1,768건 36 페이지
소설·수필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718 길벗514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92 0 07-04
717 童心初 박찬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7 0 07-02
716 마음이쉬는곳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6 0 07-01
열람중 그린Choon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2 0 06-30
714 景山유영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88 0 06-29
713 길벗514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3 0 06-28
712 김상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8 0 06-26
711 景山유영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7 0 06-25
710 길벗514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0 0 06-23
709 헤엄치는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75 0 06-23
708 길벗514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56 0 06-19
707 마음이쉬는곳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45 0 06-17
706 시몬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58 0 06-16
705 길벗514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62 0 06-16
704
말의 권세 댓글+ 2
장 진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1 0 06-16
703 길벗514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32 0 06-13
702 대기와 환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33 0 06-13
701 景山유영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59 0 06-06
700 구식석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8 0 06-06
699 벼꽃향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49 0 06-01
698 시몬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72 0 05-22
697 그린Choon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24 0 05-21
696 그린Choon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48 0 05-19
695 구식석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26 0 05-15
694 시몬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28 0 05-15
693 지명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91 0 05-12
692 물방울 유태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6 0 05-09
691 시민의소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0 0 04-23
690 또르륵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85 0 04-22
689 금경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65 0 04-07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