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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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겨울여행
2월로 접어들자 날씨는 한층 누그러지고 있었지만 현우에겐 봄이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이제 다음 주면 삼월로 이어지기 때문에 따스한 햇살은 겨울 추위를 충분히 녹이고 있었다. 단 한 번의 마음 줌이 인연의 전부가 아니었기에 그 오랜 시간을 방황하고 있었다. 사랑을 사랑이라고 말 할 수는 없었지만 언제 부터 인지 가슴 가득히 혜진이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세월의 시간은 그들을 자꾸 미로 속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흔히 말하는 서로 만나지 않았어야 할 사람 이였다. 마음이 조급해 질수록 현우에겐 그녀가 자꾸 멀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꽁꽁 얼어붙은 혜진이 마음을 녹이기 위해 그동안 고민했고 무던히 애를 쓰고 그리했지만 그녀 마음은 언제나 제자리에 있었다. 현우에겐 그녀가 만족해야 할 어떤 조건도 아무 것도 없었다. 그녀에게 항상 무거운 짐만 가득 안겨 주게 되었고 그런 것들이 늘 미안한 마음에 주늑이 들어있었다.
요즈음은 왠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오늘도 천천히 튀근 길을 걸어 나오며 그녈 만나야 하는데 하며 버스 정류장으로 가고 있었다. 얼마를 걸었는지 버스 타는 것도 잊고 몇 정거장을 지나쳐 왔다. 정신이 온통 어디로 날아 간 것 같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차에서 내리고 다시 사람이 타면 떠나는 버스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정류장은 몹시 분주했다. 가판대 신문은 겨울 찬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찻집에도 많은 사람으로 가득했다 현우는 애써 그걸 부러워하지 않으려 하였다. 2월의 어둠이 사방으로 내리기 시작했고. 집으로 가는 버스 타기를 망설이던 현우는 마지못해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겨우 열었다. 상냥한 혜진이 목소리가 귓전으로 따스하게 들려왔다.
"지금 어디예요"
"응! 퇴근 길"
"그래요! 전화 기다렸어요. 보고 싶은데"
"그랬어? 좀 바쁜 일이 있었지"
"내일 주말인데 누구하고 약속은 없지"
"네?"
"아침에 강남터미널에서 기다릴 게 나 올수 있겠지?"
"왜요"
"그냥! 우리 그냥 아무데나 바람이나 쐬러 가지 않을래?"
",,,,,,,,."
"어쩌면 멀리 갈지도 모르니까 알아서 잘 챙겨와"
"알았어요."
"될 수 있으면 9시전에 도착하도록 하고"
"걱정 말아요. 저어 - 돌아다니지 말고 일찍 들어가세요."
"응..알았어..."
그제 서야 현우는 전화를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이제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현우는 약속이 있으면 어찌하나 걱정 했는데 혜진은 현우의 청을 들어 주어야 했다. 그녀도 그가 몹시 보고 싶었다. 현우는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서문동 주점골목을 걸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길목이란 주점에 들렸다 작은 냄비에서 순대국이 끓고 있었다. 물론 소주 한 병을 옆에 끼고 얼굴이 붉어지도록 혼자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주점을 나와 집으로 행하면서 혜진이 모습을 떠 올려본다. 아주 오래전부터 생각했던 겨울여행을 다녀오고 싶었지만 말을 꺼내기가 힘들었다. 다음날 아침이 밝아왔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현우는 서울을 떠나고 싶었다.
강남 터미널 그 곳은 언제나 사람이 많이 오고 가는 만남과 작별이 있는 곳 모두들 어딜 그렇게 떠나는지 아침부터 분주하다. 어디를 가야겠다는 정확한 목적지는 없었다. 그냥 그녀를 만나서 생각기로 했다 현우는 한쪽 모퉁이에 서 있었다. 출구를 바라보며 문을 열고오고 나가는 사람들을 유심히 바라보며 하나하나 사람들을 놓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빨간 가방을 메고 그녀가 황급히 대합실로 들어오고 있었다. 반가움에 현우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들어서 위치를 그녀에게 알렸다
"혜진아 여기야~ 여기!"
"늦었지요? 미안해요"
"아냐 됐어. 나왔으니까"
"일찍 나오려 했는데 집에 갑자기 일이 생겼어요."
그들에게는 아직 남아있는 작은 무엇인가 있었기에 따스함에 두마음을 하나로 만들어주고 있었다. 지금까지 한 달 이상 연락이 없었다. 특별한 어떤 이유는 없었지만 얼마 전인가 작은 다툼으로 뜻하지 않은 오해와 고집 그리고 오기로 한 달을 서로 버티며 연락을 하지 않았다. 서로에 지존심이 그들을 더욱 외롭게 하였고 오해의 골이 깊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언제나 그것을 감싸고 있는 것은 현우였고 사랑을 구걸하는 것도 그였다. 여자가 사랑하는것보다 남자가 사랑을 구원하는 게 더 좋은 것이라 생각했다. 그들의 다툼이 어쩌면 보이지 않는 마력의 연속이 계속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한 달 만에 다시 만난 것이다
"아픈 데는 없었지"
"네!"
"무척 보고 싶었다."
"......"
현우는 혜진의 손을 꼭 잡는다. 나이에 걸맞게 외로움을 타며 혜진이 앞에선 더 쓸쓸해 보였고 그는 보이지 않는 눈물을 가슴으로 훔치고 있었다. 버스표를 사기 위해 매표소로 걸어갔다. 어디를 가야할까? 뚜렷한 목적지는 없었다. 그냥 같이 있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자동매표소 앞에서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다시 매표 안내원이 있는 매표창구로 다가갔다. 그냥 왠지 울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아니 좀 멀어진 두 사람의 사이를 가까이 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기로 했고 그러기에 그녀를 터미널까지 나오게 했지만 어디를 떠나야 할 지 갑자기 생각나지 않았다. 잠시 서성이던 현우는 행선지도 말하지 않은 채 매표소에 돈을 내 밀었다.
"뒷자리로 2장 주세요."
"어디 가는데."
"그냥 좀 전에 팔았던 걸로 주세요."
매표양은 잠시 머뭇하더니 아무 대꾸도 하지 않은 채 표를 밖으로 내 민다. 표를 받아 들고 혜진이 있는 자리에 와서야 천안 가는 버스표라는 것을 현우는 그제야 알았다.
"혜진아 우리 천안 가자"
"거긴 왜"
"그냥"
혜진은 더 이상 다른 말은 하지 않는다. 무언의 대답으로 그냥 그를 따라 가기로 한다. 자판기에서 커피를 뽐아 들고 한모금 마시면서 좀 기다렸다가 천안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곧 이어 차는 터미널을 빠저 나와 고속도로로 접어들었다. 아침 햇살이 따스하게 창가로 들어오고 있었다.
"어제 늦잠 잤더니 조옴 피곤하네."
"저도 집에 아빠 친구들이 오셔서 잠을 못 잤어요."
"그랬어? 천안에 도착하면 깨워 줄께. 자! 응?"
한참을 가다가 옆을 바라보니 혜진이 어느새 잠이 들어 있었다. 현우는 자고 있는 혜진에게 커텐으로 햇볕을 막아 주었다. 천안에 도착하면 어디를 가야 할지 생각은 나지 않았다. 그냥 천안에 내려서 점심이나 먹고 다시 올라올까 생각을 해본다. 그러나 오랜만에 만나서 무의미하게 보내고 싶지 않기에 어딘가 떠나기 위해 서울을 떠나지 않았던가. 차장가로 스치는 앙상한 겨울나무가 바람에 춤을 추고 있었다. 혜진에게 좀 더 가까이하고 싶었다. 흔들이는 그녀의 마음을 잡아놓고 싶다. 아니 얼어붙은 그녀의 마음을 사실은 돌려놓고 싶었다. 흔들리는 버스에서 눈을 감았다 떴다 하며 마음을 다스리고 있었다. 이윽고 차가 천안 시내로 접어들자 그녀를 깨웠다.
"혜진아~ 다 왔어"
"응?"
"그냥 우리 대천 바다에 가자"
"바다에!"
잠에서 일어난 혜진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랜 표정이었다.
"그럼 버스가 바닷가에 벌써 도착했단 거야."
"아니, 여긴 천안이야"
"근데 왜 이 차를 탔어. 난 한번으로 가는 줄 알았지"
"천안역에서 대천가는 기차 타야 돼"
"왜 그리 바보같이 그래, 한 번에 가는 걸로 해야지"
"미안해"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 한다고 하는데 정말 걱정이야"
혜진이가 이쁜 장난스런 짓을 할 때는 마치 어린애처럼 현우에게 응석도 부리며 반발 비슷하게 하지만 현우는 그것이 싫지는 않았다. 그러나 자신이 기분이 않 좋거나 또는 두 사람의 분위기가 좀 심각하고 어색 할 때는 깍듯이 존댓말로 응수를 하곤 했었다.
"꼭 목적지를 정하고 나 온 것은 아야."
"그런데."
"하지만 오면서 생각하니 그곳에 가면 그냥 좋을 것 같아"
“씨이~”
“겨울바다 좋잖아”
혜진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래 그곳에 가면 흐트러진 네 마음 꼭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현우는 혼자서 중얼거렸다.
버스에서 내려 천안 역전에 도착하여 열차시간을 확인 해 보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더구나 좌석도 매진이고 입석뿐이었다. 주말이라 그런 것 같았다. 차표를 구입하여 다른 사람들과 함께 줄을 서서 대합실에서 기다렸다. 그리고 프렛트 홈으로 나와 기차에 오르니 서울서 부터 타고 내려 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두 사람은 좀 기댈 수 있는 의자 뒤편에 서서 흔들리는 열차에 몸을 맡겼다.
차창 밖으로 군데군데 녹지 않는 흰 눈이 빠르게 스치고 있었다. 두 사람은 가끔 서로 눈이 마주치면 그냥 싱긋이 웃기도 하고 멍하니 차창 밖을 바라보기도 하였다. 어떤 애기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많아서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 같이 있으므로 좋았고 처음으로 느껴 보는 이상한 감정이 현우를 그냥 흐뭇하게 해 주었다. 잠시 열차는 대천에 도착했다. 어느덧 짧은 겨울 저녁 해는 서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엷게 비추어진 햇살이 영하의 날씨가 더욱 추운 것 같았다. 두 사람이 역을 촘촘히 빠저 나와 현우가 앞장서 서 걸어 나오면 그녀가 그 뒤를 천천히 따라 나서고 있었다.
낯선 도시의 이방인처럼, 현우가 발길을 멈추면 뒤 따라오던 사람도 그 자리에서 멈추고, 다시 걸어가면 아무 말 없이 따라 왔다. 마치 어떤 거리감이 있는 것처럼 느꼈다. 저녁 햇살은 역 광장에 나서는 그들을 길게 그림자를 만들어 주었다. 우선 무엇을 먹어야 했기에 역전앞에 있는 좀 괜찮은 식당으로 들어섰다, 마침 손님이 없어서 좀 을씨년스러웠다. 밖으로 나가려 하다가 그냥 늦은 점심을 먹기로 했다. 식사를 하고 있는 두 사람을 식당주인은 이상한 눈빛으로 처다 보고 있어 몹시 불쾌 하였다. 추위도 녹일 겸 식당에 오래 앉아 있으려 하였으나 식당주인 때문에 바로 식당을 나섰다.
그리고 바닷가로 가는 버스를 올랐다. 버스엔 몇 사람 타지 않았고 차는 떨떨 거리며 시골길을 달렸다. 창가에 기대여 졸고 있는 혜진을 조심스럽게 현우의 어께에 얼굴을 묻었다. 얼마 후 버스가 해변가 어항 마을에 내려놓았다. 수평선으로 지는 저녁 해는 쓸쓸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던 추억의 이 바다를 모두가 기억하고 있을까 생각하며 바닷가로 접어들었다. 문득 그 옛날에 즐겨 부르던 바닷가의 추억이란 노래가 갑자기 생각이 났다. 겨울 파도는 성난 듯 밀려왔다 밀려가고 바다 바람은 차갑게 불어오고 있었다.
겨울 바다를 거닐고 있으려니 마음은 무척 후련했다. 삶의 고뇌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도우며 사는 밝은 세상이 필요 하다는 그저 평범한 이야기를 하였다. 그녀가 열심히 듣고 있었지만 그런 이야기가 따분 했던지 현우에게 장난을 청하였다.
모래위에 이름을 쓰면 지우고 다시 쓰면 또 지우고 쓰다 가는 도망가고, 그러면 그 뒤를 따라 가는 정말 영화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즐거운 두 사람의 장난에 무슨 구경이라도 있는 것처럼 신기하듯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밝게 웃어 주는 모습에서 현우는 잠시 자아도취에 빠져 있었다. 어느덧 해는 바다 속으로 들어가고 서서히 황금빛 바다 노을이 검붉게 변하고 있었다. 어둠이 밀려오는 적막한 겨울바다를 버리고, 이제 사람들도 하나씩 이곳을 떠날 차비를 하고 있었다.
"혜진아, 어때 겨울바다!"
"참으로 좋은 것 같아요 ――― 모두에게 좋은 일만 있었으면 해요"
어둠이 밀려오는 백사장을 나와 두 사람은 바다가 보이는 찻집에 마주 앉았다. 찻집은 바다가 잘 보이는 언덕위에 있었다. 커피가 나오자 이야기는 계속 되었다.
“내 마음을 모르는 것 같아 너무 속상 할 때가 있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그녀는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어떻게 말로 표현 할 수없는 그런 것들이 있었다.
계속
Live To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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