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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집의 한계
큰집 사촌동생이 작은집 형의 멱살을 잡고 마당에 팽개쳤다. 어렵게 찾아 온 동생집이었는데 마른 날에 벼락을 맞은 것이었다. 그것도 화의를 위해 모든 자존심을 내려 놓고 찾아 온 큰집 동생집이었다. 축담에 널브러진 80도 훨씬 넘은 형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노오란 살기어린 동생의얼굴을 바라 보고 있었다.
우리 이웃에 사사건건 아귀다툼으로 서로 옳다며 한 치도 굽히지 않는 사촌간이 있다. 사촌형은 그래도 그 대소가에 기둥이 되어 팔십이 다 되도록 대소사를 총괄 지휘해 왔고 대종회 회장도 역임할 정도로 명망이 있었던 분이었다.동장등 허접한 공무원을 정년으로 퇴직한 사촌동생은 일개지손의 장손으로 아비가 돌아가시자 눈이 돌아 갔는지 그 동안 모든 가문의 일을 사촌형의 분부대로만 움직이던 올가미에서 독립을 하려 했는지는 모르지만 장손의 파워를 부르짖으며 지손의 비조인 5대조의 묘도 상의 하나 없이 해체해서 산화하고 조부와 고조부 묘도 파묘 산화해 버린 것이었다. 기제사에도 참여하면 큰 형이 감 놔라 배 놔라로 심기의 불편함을 쌓아 갔고 머리 다 큰 장손을 장손의 위엄처럼 다루었으니 소문에는 아집과 고집이 둘째가라면 서러운 두 종반간의 다툼이 언젠가는 활화산처럼 터져 나오리라는 것을 알았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형이 보기에는 자기를 향한 거역 행위가 하늘이 뒤집어질 가당찮은 일이고 동생의 입장에서는 쌓였던 분의 마그마가 부풀대로 부풀어 올라 언제든지 압력의 정도에 따라 폭발할 것이란 걸 예상하고 칼날을 갈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며칠 후 80이 다 된 동생이 내게 왔다. 보고 싶지 않은 삭막한 얼굴로 비장하게 앉는 모습에 아집이 뚝뚝 떨어져 하마트면 양심이 움찔할 뻔했다.
"내가 다 늙어 가면서 이래라 저래라 간섭 받게 됐냐? 말투마다 하인 부리듯이 하고,말끝마다 지가 날 뭘 그리 많이 도와 줬다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고 말이야!"
억하심정이 구두 밑창 만큼 두꺼웠다. 하기야 작은 삼촌이 수리조합장으로 부시장으로 전임 하셨으니 둘 다 삼촌복을 못 받았다고야 하겠냐만 실타래처럼 얽힌 사연을 듣고 싶지도 않았고 풀고 싶지도 않았다. 그져 악몽이 깨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포용과 용서를 부탁하기엔 아집이 너무나 두꺼웠다. 혼자 씩씩거리던 아집이 슬며시 일어섰다.
며칠 후 80이 훨씬 넘은 4촌 형이 대머리를 쓰다듬으며 나를 찾아왔다.힐긋힐긋 내 눈치를 보며 소파에 앉으시는 품이 겸연쩍어 하는 건지 늙어 가면서 챙피한 걸 느끼는 건지 아니면 자기의 아집을 따듯이 안아 줄 건지 표정이 묘해서 내 안의 양심도 묘해졌다.
" 아 내가 지를 지금까지 얼마나 알뜰살뜰 도와 줬는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괘씸한 놈 같으니라구! 손을 끌어 장자 노릇하도록 이끌어 주고 해마다 곡수나면 꾸미꾸미 챙겨 줬는데 이 놈이 파묘를 하면서도 형한테 상의 한 번 안하고 지 멋대로 해! "
화가 단단히 나셨다.
"아제요 아제 성정으로 보아 상의해 봤자 허락을 안 해 주실 것이 뻔하니 자기가 장손이라 책임지고 한 것 아니겠습니까? 아제가 장손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냥 내버려 두세요, 요즈음은 국립공원에 있는 산소는 국가차원에서도 협력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
"아니 자네도 날 무시하는거야! "
졸지에 아집의 불티가 내게로 번진다
"아니 그게 아니고요, 이제 문중에서도 큰 어른이시니 넌짓이 모른척 해주시는 것이 어떠냐는 것이지요, 동생이 잘못한 건 동네사람들이 다 아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고 옛날에 여러모로 도와줬다는 것도 이젠 잊으세요, 동생도 80이 가까운데 그런 소리 들으면 기분이 그렇지 않을까요?"
하고 곁눈질로 아집과 고집을 살핀다.
80대와 70대의 생각이 다르고 70대와 60대의 계산법이 또 다르다. 첨단화 된 시대에 기준이 될 가치관이 없다. 사회적 합의도 없고 그럴 사람도 없고 그럴 기관도 없다. 그져 모두 내가 잘났다. 무가치가 혼재된 물욕의 시대인 것 같다. 종교는 종교대로 우리 종교가 잘났고 우리당이 유일당이고 내 생각이 최고인 시대다. 티브이를 보면 잘난 사람이 너무 많다. 타협과 배려는 어디에도 없다.
아집과 고집을 버리고 용서와 포용으로 가는 세월을 기다린다. 겸손과 겸양으로 이웃과 덕을 쌓으며 살아가고 싶다. 사람이 없다. 외로운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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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pan style="font-family:'바탕체', BatangChe;font-size:14pt;"><b>아집의 한계</b></span> </p><p><span style="font-family:'바탕체', BatangChe;font-size:14pt;"><b><br></b></span></p><p><span style="font-family:'바탕체', BatangChe;font-size:14pt;"><b><br></b></span></p><p><span style="font-family:'바탕체', BatangChe;font-size:14pt;"><b><br></b></span></p><p><span style="font-family:'바탕체', BatangChe;font-size:14pt;"><b><br></b></span></p><p><span style="font-family:'바탕체', BatangChe;font-size:14pt;"><b>큰집 사촌동생이 작은집 형의 멱살을 잡고 마당에 팽개쳤다. 어렵게 찾아 온 동생집이었는데 마른 날에 벼락을 맞은 것이었다. 그것도 화의를 위해 모든 자존심을 내려 놓고 찾아 온 큰집 동생집이었다. 축담에 널브러진 80도 훨씬 넘은 형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노오란 살기어린 동생의얼굴을 바라 보고 있었다.</b></span></p><p><span style="font-family:'바탕체', BatangChe;font-size:14pt;"><b><br></b></span></p><p><span style="font-family:'바탕체', BatangChe;font-size:14pt;"><b>우리 이웃에 사사건건 아귀다툼으로 서로 옳다며 한 치도 굽히지 않는 사촌간이 있다. 사촌형은 그래도 그 대소가에 기둥이 되어 팔십이 다 되도록 대소사를 총괄 지휘해 왔고 대종회 회장도 역임할 정도로 명망이 있었던 분이었다.동</b></span><b style="font-family:'바탕체', BatangChe;font-size:14pt;">장등 허접한 공무원을 정년으로 퇴직한 사촌동생은 일개지손의 장손으로 아비가 돌아가시자 눈이 돌아 갔는지 그 동안 모든 가문의 일을 사촌형의 분부대로만 움직이던 올가미에서 독립을 하려 했는지는 모르지만 장손의 파워를 부르짖으며 지손의 비조인 5대조의 묘도 상의 하나 없이 해체해서 산화하고 조부와 고조부 묘도 파묘 산화해 버린 것이었다. 기제사에도 참여하면 큰 형이 감 놔라 배 놔라로 심기의 불편함을 쌓아 갔고 머리 다 큰 장손을 장손의 위엄처럼 다루었으니 소문에는 아집과 고집이 둘째가라면 서러운 두 종반간의 다툼이 언젠가는 활화산처럼 터져 나오리라는 것을 알았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형이 보기에는 자기를 향한 거역 행위가 하늘이 뒤집어질 가당찮은 일이고 동생의 입장에서는 쌓였던 분의 마그마가 부풀대로 부풀어 올라 언제든지 압력의 정도에 따라 폭발할 것이란 걸 예상하고 칼날을 갈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b></p><p><b style="font-family:'바탕체', BatangChe;font-size:14pt;"><br></b></p><p><span style="font-family:'바탕체', BatangChe;"><span style="font-size:18.6667px;"><b>며칠 후 80이 다 된 동생이 내게 왔다. </b></span></span><b style="font-size:18.6667px;font-family:'바탕체', BatangChe;">보고 싶지 않은 삭막한 얼굴로 비장하게 앉는 모습에 아집이 뚝뚝 떨어져 하마트면 양심이 움찔할 뻔했다.</b></p><p><b style="font-size:18.6667px;font-family:'바탕체', BatangChe;">"내가 다 늙어 가면서 이래라 저래라 간섭 받게 됐냐? 말투마다 하인 부리듯이 하고,말끝마다 지가 날 뭘 그리 많이 도와 줬다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고 말이야!"</b></p><p><b style="font-size:18.6667px;font-family:'바탕체', BatangChe;">억하심정이 구두 밑창 만큼 두꺼웠다. 하기야 작은 삼촌이 수리조합장으로 부시장으로 전임 하셨으니 둘 다 삼촌복을 못 받았다고야 하겠냐만 실타래처럼 얽힌 사연을 듣고 싶지도 않았고 풀고 싶지도 않았다. 그져 악몽이 깨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포용과 용서를 부탁하기엔 아집이 너무나 두꺼웠다. 혼자 씩씩거리던 아집이 슬며시 일어섰다.</b></p><p><b style="font-size:18.6667px;font-family:'바탕체', BatangChe;"><br></b></p><p><b style="font-size:18.6667px;font-family:'바탕체', BatangChe;">며칠 후 80이 훨씬 넘은 4촌 형이 대머리를 쓰다듬으며 나를 찾아왔다.힐긋힐긋 내 눈치를 보며 소파에 앉으시는 품이 겸연쩍어 하는 건지 늙어 가면서 챙피한 걸 느끼는 건지 아니면 자기의 아집을 따듯이 안아 줄 건지 표정이 묘해서 내 안의 양심도 묘해졌다.</b></p><p><b style="font-size:18.6667px;font-family:'바탕체', BatangChe;">" 아 내가 지를 지금까지 얼마나 알뜰살뜰 도와 줬는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괘씸한 놈 같으니라구! 손을 끌어 장자 노릇하도록 이끌어 주고 해마다 곡수나면 꾸미꾸미 챙겨 줬는데 이 놈이 파묘를 하면서도 형한테 상의 한 번 안하고 지 멋대로 해! "</b></p><p><b style="font-size:18.6667px;font-family:'바탕체', BatangChe;">화가 단단히 나셨다. </b></p><p><b style="font-size:18.6667px;font-family:'바탕체', BatangChe;">"아제요 아제 성정으로 보아 상의해 봤자 허락을 안 해 주실 것이 뻔하니 자기가 장손이라 책임지고 한 것 아니겠습니까? 아제가 장손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냥 내버려 두세요, 요즈음은 국립공원에 있는 산소는 국가차원에서도 협력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b></p><p><b style="font-size:18.6667px;font-family:'바탕체', BatangChe;">"아니 자네도 날 무시하는거야! "</b></p><p><b style="font-size:18.6667px;font-family:'바탕체', BatangChe;">졸지에 아집의 불티가 내게로 번진다</b></p><p><b style="font-size:18.6667px;font-family:'바탕체', BatangChe;">"아니 그게 아니고요, 이제 문중에서도 큰 어른이시니 넌짓이 모른척 해주시는 것이 어떠냐는 것이지요, 동생이 잘못한 건 동네사람들이 다 아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고 옛날에 여러모로 도와줬다는 것도 이젠 잊으세요, 동생도 80이 가까운데 그런 소리 들으면 기분이 그렇지 않을까요?"</b></p><p><b style="font-size:18.6667px;font-family:'바탕체', BatangChe;">하고 곁눈질로 아집과 고집을 살핀다.</b></p><p><b style="font-size:18.6667px;font-family:'바탕체', BatangChe;"><br></b></p><p><b style="font-size:18.6667px;font-family:'바탕체', BatangChe;">80대와 70대의 생각이 다르고 70대와 60대의 계산법이 또 다르다. 첨단화 된 시대에 기준이 될 가치관이 없다. 사회적 합의도 없고 그럴 사람도 없고 그럴 기관도 없다. 그져 모두 내가 잘났다. 무가치가 혼재된 물욕의 시대인 것 같다. 종교는 종교대로 우리 종교가 잘났고 우리당이 유일당이고 내 생각이 최고인 시대다. 티브이를 보면 잘난 사람이 너무 많다. 타협과 배려는 어디에도 없다.</b></p><p><b style="font-size:18.6667px;font-family:'바탕체', BatangChe;"><br></b></p><p><b style="font-size:18.6667px;font-family:'바탕체', BatangChe;">아집과 고집을 버리고 용서와 포용으로 가는 세월을 기다린다. 겸손과 겸양으로 이웃과 덕을 쌓으며 살아가고 싶다. 사람이 없다. 외로운 하루다.</b></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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