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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비와 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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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96회 작성일 24-09-19 09:25

본문

​애비와 손자 





애비는 어릴때부터 듬직한 아이였다. 아기자기한 표현이 서툴러서 늘 빙긋이 웃기만 하던 아이였다. 그런 아이가 초등시절 할아버지가 돌아 가셨을 때 7일장 중에 3일을 할아버지 관이 놓여 있는 사랑방에서 홀로이 주검을 지켰다. 인근 가족과 고모들이 혀를 내둘렀다. 어떻게 저렇게 어린아이가 무서움도 없이 그것도 도회지서 살던 아이인데 할아버지의 주검을 지킬 수가 있을까. 전부 의아한 마음으로 장례를 치렀다. 내가 11대 독자니 애비가 12대 독자인 셈이다. 참 귀한 아이였다. 아내가 시집와서 가장 노심초사한 부분이 과연 대를 이을 수 있는냐는 것이었다. 위로 2살 터울 누나가 태어나고 시골 할머니에게 연락을 드렸더니 아무 말씀도 없으셨다. 내게는 금쪽 같은 첫 딸이었으나 후에 어머니에게 들은 얘기지만 전갈을 받은 할머니가 이틀을 이불을 뒤집어 쓰고 울었다는 것이었다. 그 만큼 손이 귀한 집안이었다.


13대 독자가 태어나는 날 백설이 하늘에서 가루처럼 흩뿌렸다. 며느리가 이쁜딸을 생산해 주었지만 며느리도 시어머니와 똑 같은 고민에 휩쌓였다. 오죽하면 아이가 세상에 울음을 터뜨리고 핏덩이가 나오는 날 아기를 받은 의사 선생님께 아들 맞아요라고 확인까지 했을까. 요즘에야 아기가 들어서기가 무섭게 아들인지 딸인지 확인을 하고 태명부터 성별이 구별 되어 지도록 지어 지레 불러댄다. 그런 며눌아이가 아들이 확실한지를 재확인 하고 있는 것이었다. 한편 생각해 보면 유책사항이 내게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대를 이었다는 안도감에 그 날은 아내와 알밤주를 몇 사발을 먹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손자는 애비보다 좀 성향이 다른 것 같다. 그래서 다른 성씨의 피를 섞어 자꾸 진화해 나가는가 보다 하고 뒤로 미소 짓지만 우선 당당하고 애비가 없는 욕심이 더 있어서 좋다. 단단하고 야무지다. 눈 빛에 지혜가 흘러 할애비를 두 손으로 이리 튕기고 저리 튕긴다. 다섯살 터울인 누나에게도 절대 지는 법이 없다. 동생 때문에 누나가 할아버지 하고 울고 와도 나는 대견해 죽는 데 아내는 버릇을 할아버지가 다 버려 놓는다고 질색이다. 이번 한가위 고유제도 할아버지가 절을 올릴때마다 어찌나 잘 따라하는지 웃음이 저절로 귀에 걸린다. 슬쩍슬쩍 눈치도 보아가면서 하는 절에 모두의 사랑을 흠뻑 받는 손자였다.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한 애비 성격때문에 참 무던히도 애 태웠다. 팔팔한 내 성격에도 문제가 있지만 사관학교를 가라 하면 음악을 한다 하고 경찰대학을 가라하면 그림을 그린다 했다. 그래서 내가 제일 싫어하는 미대를 갔다. 아내가 침을 튀기며 아들의 그림 솜씨를 자랑했고 아들이 한다하면 지구 끝까지 밀어 줄 태세였다. 죽이 맞다 못해 찰떡궁합이 따로 없었다. 인생을 중간평가로 가늠할 수 없지만 금융계통에서 고생하는 아들을 보면 나는 아직도 떨떠름하다.


뒷자석에 탄 손자가 할비의 손을 꼭 잡고 놓질 않는다. 고무라운 손으로 할비의 두 손가락을 꼭 쥐고 절대 놓지 않는다. 율이 할비 보러 또 올거지 하면 고개만 끄덕끄덕 한다. 세살백이가 꼭 잡은 두 손에 온기가 흐르고 사랑이 흐른다. 이제 할비 손 놓아야지 하며 애비가 주문을 하자 그제서야 잡은 손을 내려 놓는다. 피가 통한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고 어린 것이 무얼 안다고 잡은 손을 놓지 못할까. 작은 손을 흔들며 동구밖을 돌아 나갈 때까지 멍하니 허공을 바라본다.


이제는 흘러간 빛 바랜 명절이지만 나는 고집스레 우리의 고유명절을 고집한다. 우리 인간 사회의 근본인 가족을 지키려 하는 것이다. 가족이 있어 사회가 있고 그 사회집단이 나라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가족이 화목하고 단단해지면 윤리의 싹이 돋아나고 사랑이 피어난다. 사랑이 숲이 되어 파아란 오솔길을 걷고 싶다. 하늘의 솜털구름이 평화롭다.



추천2

댓글목록

물가에아이님의 댓글

profile_image 물가에아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슴이 따뜻해 지는 이야기 입니다~
전통이 살아 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가정이 건강하면 사회는 저절로건강해 지겠지예~
"내새끼~ 내새끼~"만 끼고 도는 치맛바람 어미들 때문에
사회가 이기주의로 넘치다 못해
범죄의 도시로 변해갑니다~
손자가 잡았던 손의 온기가 할아버지의 건강도 회복시켜놓을듯 합니다
고유명절 제대로 지켜 주시는 부분 고맙습니다~

계보몽님의 댓글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우리네 고유명절도 우리가 마지막 세대가 아닐까하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 옵니다
간편과 쾌락만 추구하는 세상, 자만과 물욕을 삼가하지 않으면
우리네 옛풍습은 전설로 남겠지요
눈 감고 앉아 있는  어른들이 더 한심하다고 해야할까요 ㅎ

야튼 찾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정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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