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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주(婚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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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7회 작성일 24-10-0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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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주(婚主) 





하얀 머리를 귓가에 날리며 구순의 호명댁이 감나무 밑에 앉아 하염없이 울고 있었다. 장손주의 혼례식이 있는 더 없이 기쁜 날 가을하늘이 저리 파란데 어찌 저리도 슬피 우는지 옆에 앉은 능동댁이 어깨를 다독이며 같이 울고 있었다. 연신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던 호명댁이 한숨이 짙어지면서 " 내가 죄많은 년이지! 남편 일찍 잡아 먹고 생떼 같은 맏아들 저 세상 보내고 첫째 며느리 둘째며느리 다 가출하여 무소식이 된 지 오래고 혼주석에 앉을 핏줄 하나 없는 결혼식이 말이 되는가! 다 오래 산 게 내 죄지! " 하며 울부짓는 호명댁이었다.


한 집안의 맏며느리로 시집을 와 시어미도 안 계신 大農의 살림집을 맡아 당차게 살아가던 꿈 같은 신혼시절이 있었다. 완고했던 시아버지도 마음만 착하고 약골인 아들보다 활기찬 며느리를 보며 벙싯벙싯 웃음을 감추며 며느리에게 일찌기 곶간 열쇠를 넘겼다. 슬하에 4남매가 태어나고 집 안에 꽃향기가 피어나던 어느 봄날에 골골하던 서방이 졸지에 저세상 사람이 되어 버렸다. 하늘이 무너져 내리고 마른 날에 날벼락을 맞은 호명댁. 그때부터 처절하고 척박한 호명댁의 시련이 시작 되었다.


맏이가 직장에서 술을 얼마나 퍼마셨는지 어느 날부터 몸통이 퉁퉁 부어 오르더니 대구로 서울로 용하다는 병원은 다 다녔으나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불귀의 객이 되었다. 오열을 하던 호명댁이 혼절을 하고 말았다. 첫째 며느리가 시집을 와서 딸 하나를 놓고 저세상 사람이 되었고 뒤 이어 들어 온 며느리가 지금의 손주를 놓고 가출을 해버렸다. 팔자가 두꺼워도 한겨울 얼음장처럼 두꺼웠다. 두어 번의 지옥 같은 시련도 겪어냈으나 아들의 죽음은 멍든 가슴에 바위돌을 올려 놓고 말았다.하루 아침에 기울어진 집안의 몰락에 절망과 상실감은 아무도 짐작하지 못했으리라. 안으로 안으로 호명댁의 삶은 곪아터져 가고 애간장은 끊어져서 멍하니 하늘만 쳐다보고 살았다.


장손주의 혼례식에 누가 혼주로 앉느냐를 두고 말싸움이 시작 되었다. 삼촌이 아직 살아 있으니 삼촌이 앉아야 하는 쪽과 딸들은 고모부가 앉아도 된다는 설을 들고 나왔다. 시대가 아무리 변하였다고는 하나 그래도 피붙이가 멀쩡히 살아 있는데 고모부가 앉는다는 것이 말이 되는냐는 것이 조카들의 주장이고 딸들은 머리 허연 노인네가 앉는 것 보다 그래도 칠십 갓 넘은 고모부가 앉는 것이 모양새가 낫다고 입에 침을 튀겼다. 삼촌은 삼촌대로 순리에 어긋나는 逆理라고 호령이 일고 누가 혼례식장에서 혼주의 신상을 들추겠냐며 혼주석에 고모부를 앉히자는 설이 우세한 것처럼 나돌고 있었다. 아무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우왕좌왕 하고 있었다.


요즘 세상에 혼주석에 누가 앉으면 어떤가. 제발 가정사가 편안했으면 좋겠다는 게 내 생각이다. 특히 호명댁 마음이 편안했으면 좋겠다. 참 지지리도 독한 세상 잘 견뎌 오셨다. 이제 저 어두운 속울음을 멈췄으면 좋겠다. 그래야 먼저 간 남편도 아들도 마음 편히 저 세상을 살 것 아닌가. 그래서 세 사람이 만났을 때 빙그레 웃으며 서로 안아줄 것 아닌가. 당신 살아오느라 참 고생했다고 어루만져 줄 것 아닌가.


가을하늘이 차갑다. 가을바람이 저렇게 차갑게 불어도 신랑신부는 차가운 인생을 살지 않기를 바란다. 호명댁의 옛 영화를 기억해 주고 따듯한 봄날처럼 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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