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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별빛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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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육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94회 작성일 16-11-07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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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가 인기척에 잠을 깼을 때는 막 아침 9시가 지나고 있었다. 영재는 더 자고 싶었으나 두석이 영재를 보챘기 때문에 더 잘 수가 없었다.


“  아! 속 쓰려. 영재야 얼른 해장 할만 한거라도 만들어 봐! 지금 쓰러지겠다! 얼른! 빨리!  ”


영재는 두석의 보챔이 왠지 싫지는 않았다. 영재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부엌을 살폈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할 수 없이 라면 세 봉지를 끓여 대충 밥상을 차렸다. 두석은 라면을 보면서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맛있게 모두 비웠다. 둘이 아침을 마치자 두석이 커피를 끓이기 시작했다. 두석이 커피를 끓이며 영재에게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  넌 아직도 장가 안 들었냐?  ”

“  …. ….   ”

“  예쁜 색시 없냔 말이야!  ”

“  으, 응 아직!   ”

“  자식! 너 같은 놈도 남자라고…. 야 인마! 자고로 여자는 말이야! 그냥 자기여자다 싶으면 무조건 자빠뜨리고 봐야 돼! 그리고 애 하나 만들면 끝나는 거야!  ”

“  그러는 넌 결혼했냐?  ”


영재가 묻자 두석은 대답대신 지갑을 꺼내어 들더니 그 안에서 사진 한 장 빼내어 영재에게 던지듯이 보였다.


“  자 봐라! 니 형수님이다. 어때!  ”


영재는 사진속의 여자를 들여다보면서 순간 숨이 멈추는 것을 느꼈다. 햇살을 받으며 살며시 미소 짓고 있는 여자의 모습은 예쁘기 보다는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영재에게서 아무런 말이 없자 두석이 커피 잔을 영재 앞으로 내려놓으며 말했다.


“  왜! 너무 예뻐서 그러냐?  ”


그때서야 영재는 사진 속에서 눈을 땠다.


“  으, 응 예쁘다.  ”


영재가 다시 사진 속으로 눈을 돌리려 할 때 두석은 영재의 손에서 사진을 거칠게 빼앗았다.


“  이리 줘 인마! 닿아진다.  그러니까 너도 빨리 장가가! 사는 게 이게 뭐냐! 설탕도 없어서 블랙으로 탔다. 난 블랙 안 마시는 데….. 여자는 있어?  ”

“  아니, 이제 만들어야지!……  ”

“  빨리 만들어 인마! 혹시 너 독신주의자는 아니겠지?  ”


영재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두석에게서 처음으로 부러움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영재는 그토록 아름다운 아내를 두고 두석이 왜 이곳에 있어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영재가 쓴 커피를 한 모금 삼키고 어렵게 입을 열었다.


“  그런데 너, 새벽에 어떻게 된 거냐!   ”


그러자 두석의 표정이 이내 어두워졌다. 그때서야 두석은 몸 이곳저곳이 쑤시는지 몸을 움츠렸다 폈다.


“  이야기하려면 길다. …. 일이 꼬였다. 그 개자식이 나를 엿 먹이려고 했단 말이야! 강 사장 그 개자식이!…..   ”


두석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 그러다가 얼굴의 상처가 아픈지 상처가 난 부분을 어루만졌다.


“  무슨 일인데 그래! 내가 도울 수 있으면 돕겠다.  ”

“  니가?  ”


두석이 가소롭다는 듯이 영재를 바라보았다. 마치 그의 표정에서는 “ 너 같은 게?  ” 하는 음성이 섞여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다 이내 표정을 바꾸고는 정색을 했다.


“  아서라! 니가 낄 자리가 아니다. 아니, 괜찮다. 이렇게 숨겨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맙다. 아무튼 이 신세는 갚겠다. 조금만 기다려 상처만 조금 아물면 내 이 개자식들 전부다 처넣고 만다. 감히 이 이두석을 건드려?  ”

“  고맙다니! 그런 말 말아라! 우린친구잖아!  ”


그러자 두석의 눈빛이 순간 반짝이다가 다시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  그래! 친구! 그렇게 보니까, 학창시절에 너하고 나는 그리 친하지 않았어. 그렇지?  ”

“  무슨 그런 서운 한 말을 하는 거냐! 동창이면 다 친구지!  ”

“  아서라! 동창? 친구? 넌 순진한거냐, 모잘 한 거냐?  ”


순간 두석은 말을 잘 못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적어도 영재 앞에서는 모자란단 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두석은 흠칫 영재의 표정을 살폈다. 그러나 영재는 아무런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  그야 내가 좀 모자라긴 하지. 맞다. 그런데 왜 무슨 일 있는 거냐?  ”


그러자 두석은 잠시 망설이더니 이내 결심 한 듯 지갑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명함 한 장 빼내어 영재에게 건넸다.


“  내가 이런 사람이다. 그런데 청탁은 사양이다. 넌 특히… 하지만 너 한테 신세 진 것도 있으니까. 어려운 일 있으면 찾아와라.  ”


영재는 명함을 들여다보았다. 그곳에는 서울지검 강력부 검사 이두석이라고 박혀있었다. 순간 영재의 표정이 밝아졌다.


“  그럼 그렇지! 두석이 니가 그럼 당연하지 이래야하지!  ”

“  뭐가 말이냐?  ”

“  넌 당연히 검사나 판사가 되어있어야 한다고 말이야!   ”


그러자 두석은 소리 내어 웃었다. 그러다가 웃음을 멈추었는데 순간 적으로 알 수 없는 고독함이 두석의 얼굴에 묻었다가 사라지는 것을 영재는 얼핏 보았다. 영재는 이윽고 다그쳤다.


“  무슨 일이냐! 무슨 일인데 대한민국 검사가 이렇게 쫒기고 있는 거냐!  ”


두석은 한동안 아무런 대구도 없었다. 순간 두석의 표정이 어둡게 변했다는 것을 영재는 느꼈다. 둘은 한동안 아무 말 없었다. 그러다 침묵을 깬 것은 두석이었다.


“  그런데 너는 출근 안하냐?  ”


두석이 생각난 듯 물었다. 그러자 영재도 순간 얼굴빛이 흐려졌다.


“  음…. 그게 그러니까. 나 짤렸다. 어제부로. 그러니까 당분간 세 직장 구할 때까지는 출근 안 해도 돼!  ”


영재는 그렇게 말하면서 실실 웃어댔다. 그 모습이 마치 바보스럽게 보였다.




영재는 서울역 물품 보관소 앞에서 망설이고 있었다. 분명 두석이 시킨 데로 그는 행동하고 있었다. 두석은 영재에게 두개의 물품 보관소 키를 건네면서 키 번호 35번에서 나온 가방은 h기업으로 보내고 키 번호 50번에서 나온 가방은 두석에게 가져오라는 심부름이었다. 그것은 심부름이라기보다. 일종의 부탁 겸 거래였다. 두석은 영재에게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면 현금 천만 원을 주기로 했었다. 하지만 영재는 극구 사양했다. 


“  너는 나를 그렇게 밖에 안보는 거냐?  그래 니가 검사라는 신분이기에 염치를 무릎 쓰고 무리한 청탁으로 너를 부담스럽게 한 친구들도 있을 거야 하지만 나는 아니다. 물론 니가 친구니까 나도 너에게 부탁할 일도 있겠지만 나는 무슨 대가를 받고 일을 하지는 않는다. 너도 물론 그렇겠지만 말이야! 아무튼 이게 무슨 큰일이라고 그런 큰 돈을 주겠다는 거냐! 아무리 검사라지만 너도 월급쟁이 일 텐데. 안 그래?  ”


영재의 말에 두석은 못마땅한 듯 표정을 일그러뜨렸지만 마지못한 듯 영재를 서둘러 서울역으로 보냈다. 영재는 서울역으로 오는 내내 감동을 받아서 가끔 눈물을 찔끔찔끔 흘렸다. 그래도 두석이가 친구랍시고 직장을 잃은 나에게 천만 원을 선뜻 도와주겠다는 것이다. 이런 심부름은 그냥 도와주기 머쓱해서 도의상 그러는 것일 게다. 영재는 그렇게 생각했다.


영재는 두석이 시킨 대로 두 물품 보관함에서 두개의 가방을 꺼내 들었다. 그런데 순간 당황 했다. 둘 중에 어떤 것이 35번인지, 50번인지 순간 해 깔렸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무슨 특별한 구별 조건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두석의 말이 그때야 떠올랐다. 두개의 가방이 서로 비슷하니까, 일단 35번 가방을 h기업에 가져다주고 돌아오는 길에 또다시 서울역에 들려서 50번 보관함을 열고 집으로 돌아오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영재는 두석의 충고를 이해 할 수가 없었다. h기업에 들렸다가 다시 서울역에 오려면 차비도 2배로 들고 시간도 두 배나 소요되었기 때문이었다.


영재는 자신의 오른손에 든 가방을 35번이라고 믿고 싶었다. 분명 맞을 것이다. 내용물을 보고 판단하고 싶어도 007가방은 꼭 잠겨 있어서 열수가 없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가방의 무게였다. h기업으로 갈 가방의 무게가 훨씬 무거웠다.  그리고 집으로 가져 갈 가방은 거의 빈 가방이나 다름없었다. 그렇다면 맞다. 두석이 분명 가방의 내용물에 대하여 별로 쓸모없는 것이라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h기업으로 가져가야 할 가방은 아주 중요한 물건이라고 했으니 중요한 물건은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확신이 서자 영재의 표정이 한층 밝아졌다. 이제 가져다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영재가 무거운 007가방을 h기업 비서실로 가져다주고 집에 도착 한 시각은 오전 11시 경이었다. 영재가 의외로 빨리 집에 도착하자 두석은 내심 불안한 마음이 앞섰다. 이윽고 영재에게 물었다.


“  제대로 전달하긴 한거야? 키35번 물건 말이야! 분명 가져다 줬냐고!  ”

“  걱정마, 그 비서라는 여자에게 강태환 사장님에게 전해 꼭 전해주라고 신신당부하고 왔으니까.  ”


두석은 애써 안심하는 듯 보였으나 이내 영재가 든 007가방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것을 서둘러 빼앗아 들었다. 순간 두석은 가슴이 철렁하는 것을 느꼈다. 가방이 너무나 가벼웠다. 그러자 그는 울부짖었다.


“  이런 개자식들! 나를, 나를 속여!  ”


그리고는 서둘러 자신이 암기한 번호대로 가방 위쪽에 달려진 숫자를 하나씩 맞추어 갔다. 하지만 가방은 열리지 않았다. 그는 계속해서 가방을 열기위해 발악을 해 보았지만 열리지 않았다. 그는 후회와 분노가 섞여 연심 한숨을 내 뱉었다. 자신이 갈 걸 후회하고 있었다. 그가 직접 갔다면 50번 가방이 텅 비었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35번 가방을 절대 h기업에 넘기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돌렸다. 분명 그들은 또다시 그곳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었다. 이틀 전에 그는 비명으로 죽을 뻔 했었다. 그가 그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영재가 가져 온 가방에서 낯익은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35번 가방은 가방 밑 부분이 살짝 칠이 벗겨져 있었다. 그런데 그 벗겨진 모양이 왠지 비슷했다. 순간 그는 아차 하는 생각으로 35번 가방의 잠금 번호대로 숫자를 맞추고 가방을 열어보았다. 가방은 쉽게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는 영재가 h기업으로 전해줘야 할 서류들이 들어있었던 것이다.


두석은 몹시 화난 표정으로 영재를 쏘아보기 시작했다.


“  이런 머저리 같은 자식아! 가방을 잘못 가져 왔잖아!  ”


두석의 화난 모습을 대한 영재는 그때서야 자신이 어리석었다는 것을 생각했다. 번거롭더라도 두석이 시킨 대로 할 것을 하고 후회했다. 그리고는 이내 영재는 다시 h기업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헛고생을 했다고 생각이 들자 자신의 모자람을 스스로 책망했다.


“  미안하다. 두석아! 이리 줘, 다시 바꿔 가지고 올게…..  ”

“  됐어! 이런 부족한 놈아! 이미 끝났어! 너는 학창시절 때하고 지금하고 하나 변한 게 없구나! 그러니까 아직도 여자도 없고 이렇게 병신같이 살지! 내가 너 같은 머저리를 믿고 일을 시킨 게 잘못이지…. 아휴, 저런 병신 같은 새끼! 너 때문에 내 돈 2억 5천만 원 날아갔다. 알어? 너 때문에 나 엿 됐단 말이다. 너 어떻게 책임 질 거야!…  ”


두석의 질책에 영재는 그저 고개만 숙일 뿐이었다. 아무런 대구도 없는 영재를 한참이나 분을 삵이지 못하며 바라보던 두석이 이내 007가방을 들고 영재의 옥탑 방을 뛰쳐나갔다. 두석이 뛰쳐나가자 영재는 한동안 서서 서럽게 눈물을 흘렸다.


두석이 돌아 왔을 때는 날이 어둑어둑 질 무렵이었다. 영재는 낮에 서 있던 그 자리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뒤에서 두석이 소리 없이 다가와 영재의 어깨를 툭 쳤다.


“  영재야! 나가자 우리 술이나 한잔 하자.  ”


두석의 제안에 영재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제차 두석이 보채자 그때서야 영재는 자리에서 일어나 두석을 따랐다. 그들이 앉은 곳은 시끌벅적 한 실내포장마차였다. 두석이 일부러 그곳을 고른 것 같았다. 그들은 내내 조용하다가 술과 안주가 도착하자 두석이 영재에게 한잔 따르며 입을 열었다.


“  낮에는 내가 좀 심했다. 미안하다…….  ”


두석의 미안하다는 말에 영재는 그때서야 표정이 풀렸다.


“  아니야 내가 더 미안해 너 말대로 했더라면 이렇게까지 되지 않았을 텐데  모두 다 내가 멍청하고 못나서 그래…. 나도 잘 안다.  ”


그러자 두석은 소주를 단숨에 비우고 스스로 빈 잔에 술을 따라 부었다가 다시 단숨에 비었다. 


“  그런 자책은 하지마라! 보기 안 좋다.  ”

“  아니야, 두석아, 나는 늘 그래, 낮에 니가 나에게 했던 그 말 모두 다 옳다. 틀린 말이 아니다. 내가 그런다. 며칠 전 회사에서 짤린 것도 내가 기계 부품을 바꿔 끼워가지고 5천만 원짜리 기계가 영영 쓰레기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짤린 거다. 물론 기계 값 때문에 퇴직금은 못 받고 말이다. 내 퇴직금보다 기계 값이 훨씬 비싸지만 그래도 기계 값 물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었지…. 나는 늘 그래 두석아! 앞으로 다른 직장 다니기가 겁난다. 또 사고 칠까봐! 미안하다 두석아….  ”


두석은 영재의 말이 끝나자 그에게 소주를 손수 따라 주었다.


“  영재야 그래도 나는 솔직히 니가 부럽기도 하다.  ”


영재는 두석의 의외의 말에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두석이 자신을 부러워하다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내심 영재는 자신을 위로 하려고 하는 두석의 배려라고 생각했다.


“  왜 그런 줄 아니? ….  ”

“  ……………….  ”

“  내가 왜 그럴까? 솔직히 나 같은 사람은 누구나가 볼 때 말이야. 참으로 남부럽지 않은 직업도 가졌고 또 권력도 있겠다. 마음 만 먹으면 돈도 만질 수 있고 말이야 참으로 부러운 사람이겠지 나라는 사람 말이야 …. 하지만 영재야 그것은 아니다. 나는 최근에 그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이 사진 봤지?  ”


그러면서 두석은 자신의 아내 사진을 영재 앞에 꺼내 놓았다.


“  참으로 예쁜 여자야. 난 그 여자와 결혼하기 위해서 개 같은 짓도 참 많이 했다. 짖어라 하면 짖어야 했고 꼬리를 흔들라면 꼬리도 흔들고 덤으로 그놈들 발도 핥아야 했으니까. 무슨 말인지 이해 못할 거야.  ”


두석은 소주잔을 비우고 다시 말을 이었다.


“  나 같은 놈은 있는 게 공부밖에 없었어. 아무것도 없었지. 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오로지 공부, 공부, 공부였어. 집은 찢어지게 가난하지 어머니는 밤마다. 술집 나가서 술 취해서 들어오지 아버지는 술 먹고 벌어 온 어머니 돈 가져가서 노름판에서 살다가 집에 안 들어오는 날이 더 많지. 나는 그런 구정물 같은 생활을 하고 느끼면서 오로지 공부, 공부, 뿐이었어. 공부 아니면 나는 아버지 같은 폐인이 될 거라고 생각했지. 미친 듯이 공부했어. 그래서 검사가 되었지. 왜 검사 되었을까? 내가 검사가 되자 달라지는 것이 무엇이었냐면 바로 권력 이었어 그리고 주위의 시선들이었지. 하지만 나는 그따위는 필요하지 않았어. 그것은 바로 돈이었어. 돈도 있어야 권력도 따라온다고 하지 않아? ….. 내가 처음으로 돈을 만진 것은 대학 동창 놈으로부터야. 내가 검사가 되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검사 딱지 붙자마자 몇 달 안 되서 연락해 오더군. 자기 동생이 술 먹고 경찰을 패서 교수직 박탈당하게 생겼다고 제발 살려 달라는 거야. 그래서 난 그놈에게서 3천만 원을 받았어. 무마해 주는 조건으로. 피해 경찰은 내가 따로 자리를 해서 천만 원 선에서 해결을 보았지 순간 이천 만원이 내 수중에 들어오더군. 정말 황홀 했어. 아! 내가 공부를 했던 보답이구나. 남보다 더 잘해서 내가 이렇게 부자가 되는구나. 나는 물불을 가리지 않았어. 돈 되는 것이라면 다했지. 내가 강력부로 옮겼을 때는 제법 큰 돈들이 다발로 굴러 들어왔어. 그러나 혼자 해먹기에는 위험부담이 커서 윗선들에게 내 수입의 3분의 1을 바쳤어. 그래도 나는 짭짤했지. 제법 돈이 들어오니까. 여자가 생각나더라. 어머니가 이미 보아 둔 여자가 있었어. 그 여자가 바로 이여자야 나는 첫눈에 반했지. 그 여자도 나를 맘에 들어 해서 맞선 보는 자리에 나왔다고 했지. 헌데 그 여자 내 집안이 제법 돈이 많더라고. 나도 왠 만큼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 여자네 집안에 비해서는 나는 기어 다니는 개미정도로 밖에 되지 않았어. 나는 횡재를 불렀어. 아! 내가 이런 행복을 누리려고 공부를 했구나!. 훗! 하지만 나는 그 대가로 철저히 개가 되어야 했지. 내 아내의 아버지라는 사람은 조직의 보스인데 온갖 탈세며 그의 부하들이 저지르는 온갖 범죄에 대하여 나는 어떤 수를 써서라도 막았어야 했지. 나는 점점 지쳐갔어.  ”


두석은 이미 취기가 올라 혀가 구부러져 있었다. 영재는 가끔 술잔 만 비운 채 두석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  영재야 너 그 사진 속의 여자 너도 탐날 정도로 예쁘지?  ”


영재는 어렵게 고개를 끄덕였다.


“  하지만 빛 좋은 개살구다. 얼굴은 예쁜데 하는 짓은 추악해 견딜 수가 없어. 또한 태생도 속일 수가 없는 여자야. 날마다 친구들하고 어울려 클럽에나 다니고, 간혹 바람도 피는 것 같더라. 내가 그러지 말라고 말리면 그 여자는 더 하더라. 사랑? 후후후, 사랑 따위는 애초에 없었다. 그 여자는, 그 여자는 독신주의자였거든. 마지못해 결혼 한거야 나 같은 말 잘 듣는 개 한 마리 얻으려고, 그 여자 아버지 때문에 결혼은 해야겠는데 얼굴 괜찮은 검사를 찾은 게 나였지. 쿠쿠쿠. 나는 그들의 애완견으로 팔려 간 거야. 그것을 깨닫는 순간은 이미 늦었지. 하지만 나는 이혼을 결심했고. 장인에게 말했어. 그러자 순순히 허락하더라. 나는 순간 해방감을 느꼈지만 그 뒤에 찾아오는 궁핍은 나를 미치게 만들었어. 어떻게 해서든 장인과 내 아내 보다 더 잘살고 싶었어.  ”


두석이 이혼했다는 말에 영재는 순간 안타까워하는 것 같았다. 그들은 한동안 술잔을 기울며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두석이 결심을 하듯 말을 이었다.


“  영재야 니가 낮에 들고 온 그 가방 안에 무엇이 들어 있었는 줄 아니? 바로 여당 국회의원인 신영섭 의원이 k기업으로부터 받은 로비자금 장부야. 장인이 그러더군 이혼 시켜줄 테니까. 마지막으로 신 의원을 죽여 달라는 거야. 그 이유는 아마 조직 폭력을 말살하려는 신 의원의 움직임 때문이었겠지. 그대가로 장인은 이혼과 변호사 사업자금 10억을 약속했지. 그 장부는 내가 대검 부장검사에게 건네 줄 사건 파일이었고 한데 나는 생각이 바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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