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즐거운 추억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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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추억 1
김지명
군대생활을 추억한다. 젊은 시절의 규칙적인 훈련은 건강을 위한 운동으로 받아들였다. 혈기왕성하던 이십 대에 군 생활은 잊히지 않는 즐거움이다.
육군부사관 학교에서 일반 하사로 예비계급장을 달았다. 고향 친구 두 명이 함께 육군행정학교에서 정신교육을 받았다. 교육받는 중에 하늘에서 공수병들이 낙하하는 모습을 친구와 함께 자주 보았다. 특수부대 요원들이 아주 멋져 보이고 재미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친구도 좋아 보인다며 타보고 싶다고 한다. 행정학교 말년에 우리도 낙하산 타러 가자고 친구와 함께 의논하였다. 행정학교 졸업과 동시 공수특전단에 지원하였다.
공수훈련은 정신 교육이다. 공수교육은 군대생활 중에서 가장 힘들었던 기억으로 남았다. 공수부대는 부사관 이상 직업군인으로만 구성하였음으로 아주 강한 훈련을 받았다. 공수교육이라도 교관의 성격에 따라 훈련받는 정도가 다르다. 운동신경이 발달하여 조교의 시범을 보고 그대로 재연하였기에 개별적인 얼차려는 받지 않았다. 조교는 훈련병 앞에서 언성 높여 안전을 강조한다. 긴장이 풀리면 사고가 일어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훈련의 강도가 높을수록 안전사고는 줄어들었다. 장교도 훈련 받을 때는 계급장 없다. 생명은 직위 여부를 가리지 않기 때문에 부사관과 동등하게 훈련을 받았다.
조교의 눈빛은 아직도 생생하다. 병아리는 데리고 다니는 어미 닭처럼 조교는 호루라기 불면서 훈련병을 비행기 앞으로 인솔한다. 조교는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에 독수리같이 날카로운 눈만으로 우리를 긴장시켰다. 손을 높이 들면 모두 일어서고 내리면 앉았다. 한 번의 실수라도 생기면 개인적인 얼차려로 혼나기 때문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성으로 군가를 부르며 팔은 리듬에 맞추어 상하로 휘저었다. 오십 명의 팀원이 한 사람처럼 행동하였다. 혹독한 훈련을 받았기에 기계처럼 움직일 수 있었다.
탑승 전에는 반드시 기도에 동참한다. 종교인의 참석 여부에 따라 기도하는 의식이 달라진다. 신부나 스님이나 목사가 번갈아 참석하여 무사고를 기도한다. 처음 점프하는 날엔 스님이 동참하였다. 스님은 목탁을 두드리면서 불경을 암송하였다. 스님의 연불 뿐만은 아니다. 바라춤을 추며 고개를 돌려 두 손 모아 기도한다. 불자가 아니더라도 불경 삼매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스님의 기도에 심취하여 무사히 낙하하기를 두 손 모아 고개 숙여 빌었다.
낙하산 짊어지고 비행기에 오른다. 기내는 양쪽으로 길게 뻗은 의자만 있을 뿐 별다른 시설물은 보이지 않았다. 양쪽으로 길게 뻗은 의자에 빽빽하게 앉았다. 비행기가 이륙하여 3천 피트 고공에서 안전고도를 잡는다. 등에는 주 낙하산을 짊어지고 가슴에는 예비낙하산을 품고 의자에 앉아 조교의 명령을 기다린다. 주 낙하산과 연결한 안전 고리를 오른손으로 잡았다. 동체 천장에 만들어진 가느다란 파이프에 안전 고리를 걸고 점프명령을 기다린다. 조종사는 기류와 풍속을 계산하여 목적지가 가까웠다고 조교에게 신호를 보낸다.
조교는 실제상황으로 연출시킨다. 적지에 침투하여 임무를 수행하고 무사 귀환하길 바란다고 역설한다. 비행기는 낙하지점인 한강 백사장 상공으로 날아든다. 조교가 천장에 길게 뻗은 파이프에 각자 들고 있는 주 낙하산과 연결된 고리를 걸으라고 명한다. 뛰어내릴 때 넷을 세고 상공을 보라고 덧붙인다. 만약 주 낙하산이 펼쳐지지 않았으면 가슴에 안고 있는 보조 낙하산 안전 고리를 잡아당겨야 한다고 목에 힘주어 강조한다. 순서대로 뛰어내리다가 내 앞에 동료는 공포증이 심하여 뛰지 못하고 뒷걸음질할 때 조교는 사정없이 엉덩이를 차서 밖으로 밀어버린다.
동체 밖으로 몸을 던졌다. 긴장과 초조함은 어디로 사라지고 훈련받는 느낌으로 조교의 말에 따랐다. 파이프에 걸린 안전 고리를 앞으로 던져놓고 비행기 문 앞에 서서 떨고 있을 때 조교는 잡념을 없애려고 질문한다. 애인 이름을 큰소리로 외치라고 명령한다. 미숙아! 하고 고성으로 말했는데 조교는 모깃소리 같다면서 엉덩이를 찬다. 몸이 동체에서 벗어날 때 양팔을 최대로 펼쳐서 새처럼 날았다. 훈련을 강하게 받은 탓에 무의식중에 일만 이만 삼만 사만이라는 말소리가 나왔다. 4초가 지나고 고개를 돌려 하늘을 쳐다볼 때 낙하산이 펼쳐진다. 털컥, 낙하산이 펼쳐지는 충격에 아! 살았다 하며 긴장이 풀렸다. 공포심은 어디 가고 공중에 떠 있는 기분은 아주 좋았다.
엷은 나일론 천에 목숨을 맡겼다. 천 미터에 가까운 상공에 떠 있는 동안 환상적인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허공에 던진 몸의 안전을 점검하기 위하여 양발로 툭툭 마주쳐보면서 똑바로 모았다. 65kg의 몸이 서른두 개의 생명 줄에 매달렸다. 약한 바람이 불면서 낙하지점에서 벗어났다. 지면의 원을 내려다보면서 가고 싶은 방향으로 줄을 잡아당겼다. 빠른 속도로 내려간다. 삼천 피트 상공에서 지면까지의 시간은 약 50초 정도 걸렸다.
다행히 돌풍이 일어나지 않았다. 한강 하류의 하늘에 이백 명의 공수특전대원이 펼친 낙하산이 장관을 이룬다. 낙하의 훈련장인 한강 백사장 하늘을 꽉 메웠다. 지면이 가까워지자 낙하준비에 바짝 긴장하였다. 발을 모으지 않으면 접지할 때 골절상을 입을까 양발을 마주치면서 발바닥 면을 나란히 하였다. 지면에 내려앉을 때 약간의 바람 때문에 접지 후 불어가는 방향의 줄을 잡아당겼다. 지면에 내려오니 좀 더 머물고 싶었던 아쉬움이 남았다.
공수특전단에서 인내심을 배웠다. 20kg의 배낭을 짊어지고 10km를 60분 내로 목적지에 들어와야 호랑이 휘장에 별이 하나 붙는다. 열두 명이 한 사람처럼 움직여야 가능하다. 120발의 실탄으로 열두 명이 95% 이상 표적을 맞혀야 휘장 하나를 받는다. 이런 식으로 다섯 개의 별을 달아야 휴가를 갈 수 있고 휴식할 시간이 있다. 군대 생활에서 강한 훈련은 내 삶의 초석이 되었고 술과 담배를 끊는 결단 심도 있었다.
군대생활 중에서도 공수 이야기는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와 같다.
댓글목록
전영란님의 댓글

남자분들은 군대생활이 있어서 글감이 참 많겠습니다.
낙하할 때의 이야기가 긴장감이 있고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집니다.
잘 쓰신 글 감동입니다.
밀려오는 파도와 같은 이야기 많이 풀어놓으십시요.ㅎㅎ
지명이님의 댓글의 댓글

전영란 작가님 고맙습니다.
남자들의 군대생활은 여자들의 시집살이와 비슷하지 않아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모진 시어머니 만나면 고부간의 갈등 이야기 많겠지요.
사랑하면서 좋아죽겠다고 앓는 소리에 들킨 며느리
시모의 못된 언행에...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