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절복통한 "아침 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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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절복통한 "아침 朝"
仁楚 양승만
사전 약속된 한 인사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내비게이션 덕에 아내와 함께 한 시간여를 달린 끝에 목적지에 쉬이 도달할 수 있었다.
초행길인데도 아무런 어려움 없이 올 수 있었으니 현대 문명의 진수에 자못 감탄할 따름이다.
옛날 같으면
몇 날 며칠 아니 몇 달을 걸려도 못 갈 길을
묻지 않고 단번에 갈 수 있으니 세상은 나날이 놀라울 일들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동구 밖까지 마중 나와 준 인사를 따라 그의 사무실로 들었다.
명함을 교환하며 인사를 나누고
용건을 두고 얘기를 주고받는 사이
어느새 스스럼없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되었다.
이때 아내가 웃음을 띠며 방금 받은 명함을 들여다보면서 혼자 말처럼 아주 조심스레
던지는 한 마디에 우리 둘은 한참을 무슨 말인가? 어리둥절하였다.
그리고는 이내
그 말뜻에 사무실 안은 온통 웃음바다가 되었다.
그야말로 배를 움켜쥐고 파안대소하였다.
아내가 내뱉은 말인즉슨
"아침마다 외출하십니까"라고 그분에게 질문 아닌 질문을 던진 것이다.
대관절 이 말이 무슨 말인가 싶어 영문을 몰라 얼떨떨한 순간
그 분의 명함을 들여다보며 말하던 아내의 모습이 떠올라 내 손에 쥐어져 있는
같은 명함을 다시 보는 그 바로 의문이 확 풀리면서 그만 주체 못 할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다름 아닌 명함에 한글로 새겨져 있는 이름이 "조외출"이었다.
외가에서 태어났다고 지은 이름이라는데, 이를 평소 남을 잘 웃기는
아내의 유머 감각이랄까 기지(機智)랄까 어쨌든 유머 병이 동(動)한 나머지
그만 남의 귀한 성 趙氏를 "아침 朝"로 바꿔 여기에 이름 "외출"을
갖다 붙여 생면부지의 인사에게 아침마다 외출하십니까? 이었으니 어찌 요절복통하지 않으랴!!
아내의 이 한마디에 우리는 한결 친한 사이가 되었다. (2016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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