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고 디폰테의 시식시종(試食侍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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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식시종(試食侍從)
우고 디폰테 원작

김광한
얼마전에 읽을 책이 다 떨어져 단골 책방으로 가서 목록을 살피던 중 우중충한 표지(내가 보기에)에
이해가 얼른 되지 않는 제목이 궁금해서 사 읽었는데 무척 재미가 있어서 소개한다. 물론 오래된 책
이다.서점에는 절판이 되어서 없고 내게 한 권있다.원한다면 드릴 수 있다.
시식시종(試食侍從)은 누군가에게 음식이나 음료를 대접하기 앞서 먹어도 안전한지, 또 독이나 독성 물질이 들어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섭취해 보는 사람을 말한다. 황제나 군주, 또는 암살의 위협이 있는 사람 등 중요한 사람들을 대접할 때 이러한 시식 과정을 거친다. 실제로 옛 권력자들은 독살을 두려워하여 시식시종을 두었다.최근에는 쥐와 같은 짐승으로 하여금 음식의 독성을 발견할수가 있다고 한다.주로 독재자들이나 악질 군주들이 독살을 겁내서 이런 특수한 신하를 두었다고 한다.아돌프 히틀러 무솔리니 김일성 삼부자놈 스탈린 폴포트 같은 역사상 가징 사람들을 많이 죽인 놈들이 제 목숨은 아까워서 이런 짓을 한다.
모두 읽을 때까지, 책 초반에 나왔던 옮긴이의 서문과 표지에 나온 지은이의 이름을 끝끝내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1500년대 시식시종으로 일했던 우고 디폰테의 이야기'이고, 지은이 역시 '우고 디폰테'이고, 자칭 옮긴이는 이 글이 씌여진 문서를 '발견하여' 옮겨 적는다고 썼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어지간한 소설 뺨 칠 정도로 박진감 넘치는 흥미로운 이야기였고 솜씨있는 글이었다. 자신의 이름을 딴 주인공을 넣어 만든 소설이라면 모르겠지만. 아니면 저자의 이름이 붙은 표지 따위가 소멸해버리고 본편만 남았는지도 모르지.
시식시종이란, 생명의 위협을 받을 여지가 있는 고귀한 신분의 사람에게 식사 때마다 붙어 독이 들었는지의 여부를 감별하는 시종을 뜻한다.
풋풋했던 시절 겪었던 사랑과 행복, 뒤이은 절망..그리고 높으신 귀족의 변덕에 의해 갓난아기인 딸과 죽을 뻔하다 목숨을 부지하는 대신 그의 시식시종이 되고, 점점 신임을 얻어가는 과정과..어여쁘게 자란 하나뿐인 딸을, 그녀를 탐하는 주인으로부터 구해내기 위해 목숨걸고 고군분투한 모습을 그린, 늙은 우고의 자서전이다. 이게 정말 실존인물이 직접 쓴 자서전이 맞다면, 영화를 연상시키는 스펙터클한 삶이랄 밖에..
순박하게 와닿는 문체가 이야기 전개에 드러나는 주인공의 성실함과 어우러져 여기저기 긴박한 상황들 속에서 우고 디폰테를 딱 전형적인 주인공 틱하게 만들었다는 느낌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아무 기대도 없이, 순전히 표지만 보고 집어들었지만 꽤 재밌게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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