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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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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구식석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38회 작성일 16-10-01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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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어느 때보다 깨끗한 몸이 되었다.

2년마다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건강검진과 함께 5년만에 다시 위와 장내시경을 받기로 날자를 잡았고, 오늘이 바로 그날인 까닭이다.

건강검진이야 어려울 게 없지만 역시 관건은 내시경이고 제일 먼저 닥치는 어려움은 장청소약을 먹는 일이다.

1포를 500ml의 물에 타서10분 간격으로 2회에 나누어 마시는데 모두 8포이다.

무려 4l의물을 마시는 셈인데 쉽게 말하면 2되의 비눗물을 마시는 셈이다.

그 맛이 환타에 하이타이 푼 물맛이라고 표현하면 정확할 것이다.
생각만 해도 메시꺼울 정도다.

그나마 이 미묘한 맛의 물을 마시는데 요령이 있다면 용액이 입안에 머무를 시간이 최대한 짧아지도록 정해진 양을 꿀꺽꿀꺽 단번에 식도로 넘기는 것이라고 하겠다.

아침6시에 마시기 시작하여 완전히 장을 비우고 나니 어느덧 8시40분이 되었다.

내시경 예약시간은 11시였지만 건강검진을 동시에 받아야 하기에 샤워를 하고 일찌감치 집을 나서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으로 가는 동안 그제부터 내린 가을비가 그치지 않고 내리고 있었다.

병원에 도착하여 건강검진을 마치고 나니 10시 40분.

드디어 위장내시경을 받아야 할 시간이 되었다.

처음으로 내시경을 받을 때는 집사람이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동행할 보호자가 없었던 까닭으로 비수면검사를 받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마취주사를 맞고 잠이 들어야 하고 또 잠에서 깨어나서 정신을 차려야 할 필요가 없으니 적지 않은 시간이 절약된다는 이유외에도 수면마취를 받고 의식을 잃은 채 타인에게 온전히 몸을 맡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 내시경검사는 모두 비수면검사를 받아왔었다.

그 외도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 비수면내시경은 수면내시경에 비해 그 비용이 절반밖에 안된다는 것은 또 다른 장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내시경실에서 접수를 하는 과정에서 질문 받은 적도 없었고 동의한 적도 없었는데 수면내시경이 신청되어 있었다.

아마도 별생각 없이 질문서에 내가 체크를 잘못했거나 의례히 수면검사를 하다보니 별도로 비수면검사를 요청하지 않아 그렇게 되었을 것이다

검사당일날 얘기하면 되려니 하고 넘어 갔던 게 실수였던 셈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간호사에게 수정을 부탁하여 비수면검사로 바꾸었다.

이런 헤프닝이 있고 난 뒤 간호사의 안내대로 뒤가 트인 민망한 옷을 입고 침대에 누워 검사실로 향했다.

잠시후 검사가 시작되고 내시경이 내 속을 빈틈 없이 이지저리 들락날락 헤집고 다녔다.

크게 통증은 없었지만 장청소약을 먹을 때의 불쾌감과는 또 다른 거북함이 밀려온다.

그리 짧지 않은 시간 말똥한 정신으로 이런 불편한 시간을 보내야한다는 게 힘들었지만 크게 못참을 정도는 아니었다.

위내시경 때는 의사가 내시경관을 통해 끝에 집게가 달린 길다란 줄을 밀어넣더니 뭔가를 잘라내는 듯 하였다.

평소 먹는 혈압약 외에도 추석 벌초 때 옻이 올라 먹은 피부약과 이가 좋지 않아 치과에서 처방받은 약 등 근래에 먹은 많은 양의 약들과 늦은 저녁을 과식을 하게 만든 퇴근후의 마라톤훈련과 가끔씩의 폭주 탓에 위괘양이 생긴 모양이었다.

다행히 검사 2주일전 불안한 징조를 보여 내시경을 결심하게 했던 장은 오히려 깨끗한 상태였고 사무실에서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이다보니 약간 불편한 부분이 생긴 외에는 큰 문제는 없었다.

여하튼 위든 장이든 결과가 깨끗했던 5년전에 비해 건강이 많이 상한 셈이다.

조직검사를 위해 잘라낸 위궤양의 정확한 결과는 1주일후에 나온단다.

위에 다른 큰 이상이 없다면 앞으로 최소한 4년 정도는 비교적 안전한 건강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검사를 모두 마치고 나니 속은 여전히 불편하였지만 마음은 가벼웠다.

평소 건강에 대해 별 생각없이 살다 병원에 와서 검사를 받고 위장에 작은 상처 하나라도 발견되면 마음이 덜컥 내려앉으며 최악의 경우를 상상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람의 심리인 모양이다.

그러면서 순간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 또한 마찬가지인 것 같다.

아마 10년의 세월이 흘러도 20년의 세월이 흘러도 병원을 다니는 이상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해가 갈수록 건강한 노인들이 빨리 죽어야 할텐데 하는 말이 마음에 없는 소리임을 더 잘 알게 되는 것 같다.

세상의 누구든 천수를 넘어 영생을 꿈꾸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의 심리를 존중해주고 인정해주는 것이 휴머니즘의 시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나이가 들면서 병원 갈 일이 점점 잦아지는 것 같다.

건강을 잃으면 그 빈자리는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법.

모두들 평안하고 선한 마음으로 근심없이 운동하고 살면서 건강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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