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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저 한 방울의 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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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564회 작성일 16-09-04 19:12

본문

아들아,
해지는 저물녘에 흐르는 강물을 보아라.
인생은 물과 같아서
큰 강물이 되면 낮은 곳으로 흘러 흘러
네가 꿈꾸는 세상처럼
큰 바다를 만나게 된다.
네가 우울한 날은 풀잎 위에 이슬처럼 맺혀
어디로 흘러가야 할지 모르는 날도 있을 거다.
하지만 두려워할 일은 아니다.
한 방울의 물로 맺은 너의 뜻이
비록 작은 물 한 방울에 지나지 않겠지만
바위를 뚫는 낙숫물을 생각해라.
세상에 가장 단단한 바위도
어딘가 결을 보이고 틈을 보이기 마련이다.
그 틈을 비집고 들면
물을 허락할 것이고
세월의 부단한 정진이 있다면
산이라 말하는 이름을 쪼개어 바위라 부를
하나를 이루어 낼 것이다.

우리 마음은 작은 옹달샘이란다.
여름날 소낙비에 이는 소요를 보고
가을이면 갈잎을 흔드는 저녁 바람에도
일렁이는 번뇌를 보며
하늘을 품어 볼 수 없는 길고 긴
부동의 겨울이다가
어느 덫 봄이 오고
세상의 모든 꽃이 작은 옹달샘에
얼굴을 묻는 걸 보게 된다.

비록 작은 옹달샘이지만
스스로를 닦아 거울이 되어야
길을 잃은 나그네의 물 한 모금을
허락할 것이다.
별이 없는 캄캄한 밤에
그 고요를 담아낼 수 없다면
작은 물고기 한 마리도 키워낼 수 없다.
우리가 옹달샘이라 말하는 작은 못을
나를 위해 가두려 하는 마음이었다면
이내 말랐을 것이다.
다른 이를 위해 힘껏 밀어주고
세상의 가장 낮은 겸손으로
길을 찾아 못을 버렸을 때
함께 떠나는 힘이 된다.

여름날의 소낙비처럼
우리는 느닷없이 낙심하고
마음 둘 곳 없어 고독한 날도 있을 거다.
그 비는 태평양을 건너온
외로운 섬들의 눈물이었다는 걸
생각해 보아라.
무인도는 사람이 살지 않아 무인도가 아니라
뭍을 그리워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섬이라
무인도는 아니었을까?
네게 찾아온 소낙비는
너보다 더 외롭고 고독한
저 바다 위에 섬 소식이었는지 모를 일이다.
빗물 한 방울 방울마다
이 세상은 살 가치가 있다고
따뜻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고
풀잎에 물이 올라
꽃이 피게 된다.

아들아 가을은 산을 오르는 단풍처럼
물들고 싶구나.
누구를 사랑해서 물들지 못하였다면
가을은
너무 쓸쓸하고 고독할 것 같다.
사랑은 때로 물을 말리고
가을볕에 나뭇잎을 불태워야 한다.
먼저 초록에 물들어야 하겠지
먼저 따뜻한 양지에 손을 뻗어야 하겠지
그리고 먼저 하늘을 향에 외쳐야 한다.

"나는 그저 한 방울의 물이 아니다."

풀잎에 오르고
나무에 오르고
꽃과 열매에 오르고
나는 무엇이 되고자 오르고 오른다면
그 어떤 의미가 되는 것이다.
네가 나무 한 그루에 오르지 못하였다면
숲에 단풍은 물들지 않았다.

세상에 가장 작은 티끌 하나도
물을 찾아간다.
세상에 가장 높은 하늘도
눈물을 감추지 않는다.
세상 가장 낮은 바다도
날마다 외로움을 견디려 뭍에 오른다.
네 눈물의 의미를 새기지 마라.
더구나 서러워 흘리는 눈물이라면
네가 독을 품은 뱀과 같이
네 몸에 독이 오른다.
후회는 이미 지나간 일이다.
미련을 두려 미련 떨지 말고
티끌처럼 물을 찾아가라.

눈물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
마음이 없는 뇌 색조의 울음소리는
아름다운 폭포수의 소리를 가르는
한밤의 곡조였다.
눈물은 마음의 메아리다.
네 마음을 씻어 내지 못하였다면
옹달샘처럼 하늘을 품을 수 없을 것이다.

부디 네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바위를 뚫는 낙숫물처럼
부단히 정진하고
네 몸을 천금처럼 아껴주었으면 한다.
세상 그 어떤 실의와 고통도
웅덩이에 고인 빗물처럼
네 얼굴에 흙탕물을 씌우겠지만
때로는 시간이
모든 것을 잠재워 줄 것이다.
웅덩이에 앉은 티끌들을 탓하지 마라.

나는 네가 세상에 태어날 적에
내 깊은 곳에 울림을 들었다.
사람은 너무 행복하면
눈물마저 감동에 북받쳐
흐르지 않는다는 것을
너는 내게 가르쳐 준 아들이다.
네 탯줄을 가위로 자르며
나를 다시 태어나게 해 준 너를
사랑한다.
아버지라 불러 준 너를 위해
나는 세상이 참 아름답다
살아 볼 가치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다윗 왕의 반지에 새긴 솔로몬의 문구를
새겨본다.

"다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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