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애주가의 기상천외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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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애주가의 기상천외한 사연
仁楚 양승만
술이라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가 하면 지고는 못 가도 먹고는 간다는
오래전 잘 아는 이미 고인된 어느 한 술꾼의 이야기이다.
술을 두고는 결코 그냥 지나쳐가지 못하는 대단한 애주가이다.
이러하다 보니
살아 생전에 웃지 못할 일들로 수많은 일화를 남겼다.
물려받은 재산과 알뜰한 마누라 덕에
허구한 날 술독에 빠져 지낼 수 있는 복을 누렸다고도 할 수 있다.
옷걸이로 착각하고
전봇대 받침쇠에 옷을 걸어두고 길바닥에 잠을 자는 것은
예사이고 와이셔츠 입는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양복을 입은 채 열차를 타고
종착역에 와서는 잠든 사이에 누가 양복 안의
와이셔츠를 벗겨 갔다면서 말 안 되는 소리로 열차 공안한테
찾아 달라고 떼를 쓴 일 하며
벌겋게 달은 난로를 끌어안다가 잠바를 태우고 화상을 입은 일 등으로
그 사례가 부지기수이다.
그런 그가 어느 날 그만 술을 딱! 끊었으니,
모두가 의아해하는 정도를 넘어 신기하게 여기기까지 하였다.
그럴 것이 누가 물어도 도무지 입을 떼지 않으니
더욱 궁금증을 불어 일으켰다.
그러던 어느 날 절대 비밀을 지켜주는 조건으로 내막을 듣게 되었는데
듣고보니 실로 기절초풍할 일로서.
술을 안 끊으려야 안 끊을 수 없는 기막힌 사연이다.
술을 끊은 바로 앞날 저녁,
그날도 2차 3차로 몇 순배를 돌면서 거나하게 취하여 휘영청 달빛에
흥얼거리며 비틀 비틀 길을 걷는데,
얼핏 눈앞을 스치는 한 여인의 한없이 고운 뒤 태가 눈을 어지럽히더란다.
몇 번이고 고개를 흔들며 정신을 가다듬어 보아도
그럴수록 더욱 선녀도 그런 선녀가 없다 싶을 만큼의
대단한 미색인데다가
이마에 나풀거리는 머리카락마저도 매혹스럽기가 틀림없는
선계의 여인이더라고 한다.
그 길로 마치 자석에 끌리는 쇠붙이 마냥 자신도 모르게 끌려갔는데
그 밤이 죽어도 여한 없을 만큼 한없이 좋았다고 한다.
시간이 얼마나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는데
심한 갈증에 눈을 뜨고는
한동안 꿈인지 생시인지 분별 되지 않은 순간이 지나고
비로소 눈앞에 펼쳐진 아연실색할 일에 그만 뒤로 나자빠질 뻔하였다고 한다.
제발 꿈이기를 바랐지만 엄연한 현실이었다고-
선녀는 온데간데 흔적조차 없으며
어느 다리 밑 움막에 자기가 누워 있고,
웬 실성한 여자 거지가 산발을 한 채로 땟국이 줄줄 흐르는 얼굴로
히죽거리며 내려다보고 있는데,
얼굴 여러 군데에 희끔희끔 도로를 닦은 듯 때가 닦여져 있더란다.
얼핏 기억을 스치는 것이
희끔한 부분 부분이 혓바닥이 지나간 부분이 틀림없어
그만 기겁을 하고는 후다닥~!
다리야 날 살려라! 삼십육계 줄행랑을 치는데
더욱 가관인 것이
귓전에 닿는 야 이~! 도둑놈아~!! 나 혼자 어찌 사라고~!! 라는
소리가 한참을 이어지더라고 한다.
그래도 이만 하고 만 것이 천만다행이라면서-
그날 그 여자 거지를 집으로 데리고 가서
안방에 들지 않은 것만도 하늘이 도운 것이 아니겠느냐고 한다.
홀려도 어느 정도이어야지.
이때 생각만 하면 정나미가 뚝뚝 떨어진다면서 어찌 또 술 생각이 나겠느냐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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