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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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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7회 작성일 24-06-28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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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실사 





書出池를 지나 말랑밭 고개를 넘으면 작은 냇가가 나온다. 재실이란 마을길이 나오는 데 재실은 없다. 구불구불한 재실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면 금오산 맑은 물이 사철 흐르는 계곡에 관세음보살상이 서 있고 여러 협시보살들이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자리한 감실사가 있다. 천년의 사찰이지만 한심할 정도로 남루하고 초라한 절이라 여래전에 복전을 두둑히 아니 놓을 수가 없다. 그리고 가끔 이 절을 찾지만 사실 인연이 있는 공양주를 만나기 위해서다.


영선이는 먼 族弟간이지만 어릴때는 오빠오빠 하면서 나를 유독 따르는 편이었다. 내가 고등학교를 마치고 객지로 유학을 떠났을 때 대여섯 터울인 영선이는 고향에 남았다. 수시로 연락을 하던 여고생이 될 무렵 강원도 광산에서 죽을 고생을 하던 아버지가 졸지에 하늘나라로 가면서 집안이 급격히 몰락을 하는데 이때 영선이는 그 곱던 까만 교복을 벗어 버리고 산업화의 물결에 휩쓸려 고향을 떠나 버리고 말았다. 그 후로 영선이의 소식을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낳은 어미도 행방을 몰랐고 함께 뒹굴던 남매들도 둥지를 떠난 큰 언니의 행방을 몰랐다.


이따금 바람에 들려 온 소문은 결혼을 해서 아이가 있다는 망측한 소식도 흘러 들어 왔고 남편이 운전을 하는 운전수라는 얘기도 들려 왔지만 손에 잡힐만한 소식은 아니었다. 어떤이는 부산의 어느 유흥주점에서 영선이를 보았다는 해괴한 소문도 돌았지만 믿을만한 소식은 아니었다. 시골아이 답지 않게 서글서글한 눈매에 늘 푸근한 미소를 머금던 영선이,또래 아이들보다 한 뼘이나 더 늘씬하던 그 몸매가 걸리긴 했지만 술집이라니 얼토당토 아닌 사실로 믿고 싶은 세월이 그렇게 흘렀다.


비바람이 세차게 불던 날 두 아이를 안고 보따리를 든 영선이가 세파에 시달린 지친 몰골로 고향의 어미를 찾아 왔다. 딸을 본 어미는 축담에 쓰러졌고 애비 없는 영선이와 처음 보는 할머니 곁에 두 손녀는 여름밤 억머구리처럼 울어댔다. 혼절을 한 애미를 이웃들이 달려와 이마에 맺힌 식은 땀을 수건으로 훔쳐내고 한 바탕 폭풍우가 지나고서야 사위가 조용해졌다. 두 아이를 본 이웃들도 기절초풍을 했지만 더욱 놀라은 것은 아이들 아빠 없이 나타난 영선이의 삭신과 몰골에 더욱 놀랐다. 그 곱던 아이가 그 착하던 영선이가 의심과 미심쩍은 눈길은 한 참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어찌하랴 미친 세월이 그런 것을, 원수 같은 자식이지만 또 그 것을 품어야 하는 것이 애미인 것을,그리고 또 한 참을 살았다.


삶은 악착 같아 살아야 했고 이제 어미의 삶으로 살아야 하기에 애비가 남긴 미약한 재물로 읍내에 작은 식당을 냈다. 불철주야 열심히 일을 했고 아이들도 무럭무럭 자라 초등생이 될 무렵 내가 고향에 돌아 왔을 때 소주 한 잔을 놓고 마주 앉았다. 집안의 오빠인 나와 두 순배 정도의 저간의 인생살이를 나누고 있는데 안방에서 소도둑 같은 놈을 부르더니 오빠 나하고 같은 방 쓰는 사람이야, 정서방이라고 불러,,, 미안해! 오빠에게 좋은 모습 보여드려야 되는데 ,,,그 놈이 턱 나오는 것도 보기 싫고 턱 밑에 털복숭이도 싫고 아이들이 아빠아빠하는 것도 싫어서 애꿎은 소주를 몇 병이나 먹었는지 영선이는 알게다.


내가 정년을 하고 고향에 내려 온지 2년이 다 되어간다. 집 뒷켠이 금오산이라 구석구석 안가 본 곳이 없다. 유네스코 지정유적지로 지정된 그 명산을 참 많이도 다녔다. 하루는 재실을 지나 산을 오르는 데 감실사라는 아주 작은 암자가 하나 있어 무심코 들러 약수 한 잔을 얻어 먹을까 기웃대는 데 공양주가 어서 오십시오 하고 공손히 물 한 잔을 주신다. 시원하게 한 잔을 들이키는데 오빠 내려 오셨다는 말은 들었어, 내꼬라지가 이래서 찾아 뵙지도 못했네 하는데 맙소사 영선이었다. 60이 넘은 영선이를 절에서 보다니, 니가 여기 왠일이니! 오빠 미안해! 아이들 다 필혼하고 그래도 고향이 좋아 엄마 곁으로 왔어 마음 편히 살고 있어 무념무상으로 살고 있어 하며 제법 공양주의 언어가 몸에 배어 나도 모르게 합장을하는 지경에 이르는 상황이 되었다.


그래 영선아! 우리네 인생이 뭐 내 맘대로야 되겠니 말년에 편하면 됐지. 그래 오손도손 옛날처럼 함 살아보자. 나 죽거던 얼른 뛰어와서 내 아이들에게 기별해 주고 아무래도 니가 나보다는 오래 살지 않겠니. 지난 것은 다 잊고 살자. 지금 부터 새 인생을 함 살아보자. 감실사의 감나무에 감이 여물기 시작했다. 아까부터 양지쪽의 냥이가 둘의 자태를 응시하고 있다. 이따금 갸웃거리면서,,,
여름의 햇살이 소나무숲에 싱그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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