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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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 물 찾 기
빈손 김 희 종
우이천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자전거를 타고 간다.
늦가을의 조금은 차가운 바람이
귓볼을 기분좋게 간지럽히고
운동하러 나온 사람들의 발걸음이
경쾌하다.
군데군데 삼삼오오 둘러 앉아
고개를 숙이고,
바둑, 장기 삼매경에 빠져 있는
남정네 노인들의 한가로운 풍경이
서두를 것 뭐 있냐는 듯
유유히 흐르는 강물과 어우러져
평화롭기 그지없다.
길가 벤치에서 까만 선글라스를
쓴 앞 못 보는 중로의 신사가
하모니카를 연주하고 있는데
그 낭만적인 풍경이 어찌나
정겨운지 강변을 형형색색
물들이고 있는
늦가을의 정취와 어울려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 시킨다.
7080 하모니카 홀로 콘서트의
애잔하면서도 정감어린 선율 속에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뛰는
사람들, 걷기운동 하는 사람들
모두가 즐겁고 행복해 보인다.
스치고 지나가는 정겨운 풍경 속에
내 마음도 한껏 고무되어
페달위의 발은 날아갈 듯 가벼워
지고,
가슴 한 켠으로 부터 맑고
따스한 기운이 스멀스멀 차
올라와 온 몸을 포근히 채운다.
가까운 듯 먼 듯 저기 우뚝 버티고
서있는 북한산 백운대 위에
드리워진,
저녁노을이 오늘따라 유난히
핏빛으로 황홀하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은 찬란하게
빛나는 석양빛에 화답하듯
금빛 너울춤을 추고
자전거는 강물을 거슬러 느리게
느리게 굴러가는데,
강가 바위위의 키 큰 두루미가
못내 그리워하고 있었다는 듯
목을 길게 빼고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마음속의 근심 걱정은 오간데
없이 사라지고 가슴으로 밀물처럼
밀려오는 안온함과
형언할 길 없는 마음의 충만함을
안고 집으로 돌아온다.
아마 이런 마음의 상태를 행복이라
이르지 않을까
더 이상 무엇을 바랄 것인가?
채우고 또 채워도 만족할 줄
모르는 욕망이라는 괴물.
바벨탑을 쌓고 또 쌓아 본 들
그 끝에는 허무와 허탈감만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나는 이미 선험적으로 알고
있지 않은가!
행복이란 무엇일까?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행복이란 마치 어릴적 소풍가면
의례히 하게 되는 보물찾기와
같은 것은 아닐까?
보물을 찾으러 남들보다 앞서
먼 곳으로 갔다가는
허탕 치기 일쑤였고,
아주 특별한 곳에,
은밀하게, 숨겨져 있을 것이라는
나의 추측은 어김없이 빗나가고
말았어.
오히려 우리가 모여서 놀던
지근의 아무렇지도 않은 곳.
돌 밑이나, 바위틈새, 낙엽 속에
혹은, 집에서 가져온 사물들
어딘가에 숨겨져 있었어.
행복이란 것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거창하거나 화려한 곳, 또는
아주 특별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평범하게 경험하는
일상의 그 어느 곳에 흙속의 진주
처럼 숨어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무런 감동도 새로울 것도 없이
다람쥐 채 바퀴 돌 듯 반복되는
나의 일상이지만,
내 삶의 가장 많은 부분을
구성하는 곳이기에, 결코 하찮게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나에게 일어나는 일, 또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지금은
내가 알 수는 없지만, 그 나름대로
다 의미와 가치를 담고 있을
것이니
매일 매일 나에게 다가오는 것들이
아무리 사소하고 보잘 것 없어
보이더라도
관심을 가지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과 깊은 사랑의 마음을 담아
교감하려 할 때,
숨겨져 있던 보물은 그 정체를
드러내어 빛을 발할 것이다.
또한 내 남은 삶의 여정에서
슬픔과 고난의 반갑지 않은 손님은
또 어김없이 찾아 올 터인바
그 것들도 함부로 내쳐서는 안 될
내 삶의, 구성 요소의 필요한
부분임을 긍정하고,
그 어려움 가운데에서도 작은
기쁨과 행복을 찾아 누리려
부단히 노력 한다면,
내 삶은 축제의 마당이 되지
않을까?
나 이제 작고 가난한 마음이 되어
겸손 되이, 발걸음을 옮기며,
참된 행복의 보물찾기 나서려 한다.
댓글목록
몽진2님의 댓글

좋은글 잘읽고갑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