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에서의 단상 > 소설·수필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소설·수필

  • HOME
  • 창작의 향기
  • 소설·수필

☞ 舊. 소설/수필   ♨ 맞춤법검사기

 

 

모든 저작권은 해당작가에게 있습니다.무단인용이나 표절을 금합니다

횡단보도에서의 단상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박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1,791회 작성일 15-08-20 17:21

본문

 

횡단보도에서의 단상

 

동서남북을 종잡을 수 없는 도심에서 나의 나침판은 방향감각을 잃었다. 빌딩 그림자에 짓눌린 삼거리, 하늘은 노상 구정물 색인데 가로수 몇 그루 병든 보도 따라 늦가을 고추잠자리 같은 나는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린다.

 

횡단보도 옆에 대기 중인 장애인용 휠체어가 나를 유혹한다. '한번 타 보시지 않을래요.'하고, 때로는 나를 휠체어에 맡기고 싶다. 더듬이로 감을 잡을 나이가 오면 횡단보도를 더듬어 가는 내 모습을 상상한다. 반짝, 햇살 놓쳐버린 황혼에도 당당한 걸음이어야 할 텐데? 어눌한 운신으로 신호 타임을 지키지 못한다면 살아도 살아있음이 아닐 것이다.

 

알 만한 사람 한둘 횡단보도 앞에 서성댄다. 신호가 바뀌면 그냥 스쳐 지날 수밖에 없는 아는 사람. 횡단보도를 건너다 마주칠 때 반가이 손을 잡고 내 방향 쪽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그런 사람 있을까? 가족도 뿔뿔이 흩어지는 산업사회, 저 잘난 친구들이 내 못남을 반겨 준다는 건 기대하지 못할 현실이니 말이다.

 

사람다워야 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사람 냄새 물씬한 사람의 마을에서 피고 지는 풍경 같은 존재이고 싶어도 그 마음이 나 하나이면 외로움은 반드시 찾아오는 것. 숲처럼 어깨를 맞대고 향기를 교감하는 자연 같은 그런 삶, 허리 굽지 않게 먹는 나이가 부럽고, 먹은 만큼 무거워지지 않게 끊임없이 비워졌을 때 맑은 물 조잘대는 시내 같은 삶이 되리라.

 

횡단보도는 문명의 이기들을 제어하는 허용된 통로다. 문명을 가로지르는 유일한 이 횡단로가 인간의 물결 같은 흐름을 실어 나르고 있다. 목숨을 삼켜 가는 수레들의 질주 앞에 속수무책이 되는 사람은 날이 갈수록 운신이 위태로워진다.

 

단절을 풀어주는 소통구간에서 신호가 열리자 개 한 마리가 횡단보도를 건넌다. 신호의 약속을 기억하는 개를 보며 짧은 단상을 접는다.

 

 

추천1

댓글목록

몽진2님의 댓글

profile_image 몽진2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횡단보도를 건너는 그 짧은 시간의
생각이 이처럼 길수도 있구나 하는 감탄을
드립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좋은글 잘읽고갑니다.

용담호님의 댓글

profile_image 용담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어떠한 생각을 하였을까요?
참 재미 있는 부분에 귀가 솔깃해지는데요
박용님 고맙습니다 고운 글 잘 보고 갑니다

Total 1,768건 57 페이지
소설·수필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88 몽진2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80 0 08-23
87
하오의 연정 댓글+ 2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18 0 08-22
86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29 0 08-22
85 김해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52 0 08-20
84 淸草배창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77 1 08-20
열람중 박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92 1 08-20
82 대기와 환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17 0 08-20
81 몽진2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76 1 08-20
80
문상가는 길 댓글+ 4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23 0 08-19
79 박서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88 0 08-18
78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24 0 08-17
77 시몬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48 0 08-17
76 대기와 환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07 0 08-17
75 구식석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86 1 08-15
74 가을의 바다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98 0 08-15
73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86 0 08-15
72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01 0 08-15
71 몽진2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69 0 08-14
70 손계 차영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15 0 08-14
69 박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62 0 08-13
68 대기와 환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48 2 08-11
67 몽진2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70 1 08-11
66 kira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22 0 08-10
65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54 0 08-10
64
요지경 댓글+ 8
박서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93 1 08-10
63 NaCl 박성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11 0 08-09
62 몽진2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35 1 08-07
61
서천 꽃밭 댓글+ 8
박서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73 0 08-05
60 몽진2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43 1 08-04
59 대기와 환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06 0 08-03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