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 내리는 여름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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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 내리는 여름 산 / 淸草배창호
봄에 내리는 비는 버선발 딛는 새색시 닮았고
가을비는 시상을 불러주는 서정이라서 누구나 시인을 만들지만
여름비는 변죽이 죽 끓듯 한 여인을 닮아
시방이라도 먹장구름이 몰려와 꽈리를 틀면 바람을 동반한 체
이내 집어삼킬 듯 성난 기세로 눈조차 뜰 수 없게
후 두둑 방울 같은 빗줄기를 마구 쏟아 붙는다.
길들이지 않은 야생마가 따로 없고
천둥벌거숭이 되어 도무지 가늠조차 힘들다.
여름비는 잠 비라 일렀는데
하루도 아니고 이틀이고 사흘,
도무지 행보의 낌새를 알 수 없으니
한바탕 야단법석을 쳐야 직성이 풀리는지 성깔머리 하고는,
온 산야가 찰랑찰랑 미어터질 듯이
팔월은 이미 청록으로 총총하게 채색을 늘었는데
장맛비에
절정의 유희가 성하의 본연이라면서
삽시간에 암벽마다 물줄기가 표호하며 분출하니
사계四季가 뚜렷한 이 강산에 여름 장맛비가 주는
또 하나의 경이로운 연출의 장관을 이룬다.
폭포를 이룬 하얀 포말이 산기슭을 감돌아서 콸콸,
토사가 내를 이룬 소리조차 신명이 났다.
장맛비 내리는 여름 산은 감상 할수록 감칠맛이 깊고
비바람이 토악질을 일삼고 있는데도
시절 인연이면 으레 원추리도 산나리도
아낌없이 여름을 피웠다.
장맛비 머금은 섶이야 고개조차 무거워 들지도 못하지만
광염으로 달구어질 여름나기를 견디려면
장맛비라도 흠뻑 포만飽滿이 생명의 끈이라서
만상의 이치에 순응으로 일상을 맞는다.
하늘을 구름으로 감싼 체 해거름이 되니 일순 소강상태지만
먼 산 계곡과 산등성에 운무가 수묵화를 빚었다.
노을이 없는데도 이 찰나의 묵중한 석무가 놓은 전경,
별리別離가 일탈하면 이런 모습일 건가.
댓글목록
대기와 환경님의 댓글

노을이 없는데도 이 찰나의 묵중한 석무가 놓은 전경..
젊음이 여름이 되고 그 시절 여름도 늙어감에..
터져라 목청 높혀 부르는 매미의 울음도 도심의 네온 불빛에 속아
슬픔도 이별도 없는 채 밤늦게까지 여름을 노래한다.
언젠가 나도 저렇게 목 놓아 애절하게 불렀던 노래가 있었던가?..
저만치 와 있는 이별이 무섭지 않은지...
매미 울음소리 도시의 여름을 도말 시키고 있다.
....장맛비 내리는 여름 산을 산책하고 갑니다.
....창호시인님!..오랫만에 산책 길이 즐거웠습니다.
淸草배창호님의 댓글의 댓글

늦더위가 무엇이 그렇게 미련이 남았는지
연일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올 여름,
불볕의 더위에 잘 지내셨는지요?
언제나 수필방에 좋은 글 많이 놓으심에 먼 발취에서 잘 감상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몽진2님의 댓글

한편의 시를 읽는 느낌입니다.
섬세하고 아름다운 여름산책,
아직은 무더운 여름 한날을
시원하게 상상하고 갑니다.
창호선생님 건강하세요.
淸草배창호님의 댓글의 댓글

수필로서는 많이 서툴다 싶습니다.
그저 격에 구애받지 않는 散文으로 소회를 적곤 합니다.
감사합니다.
몽진 선생님! ()
애니라인님의 댓글

배창호님~~타향이 고향이 되어버린 그리운 진주를 떠나 며칠전 부산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골목길마다 누벼진 그리운 세월 영원한사랑길 진주~~
고향땅에 찾아 이사는 왔지만 모두가 성그러워 따숩지가 않네요
열심히 배웠든 시니어 교육장 자유시장 길목마다 그리움을찍어두고 떠나왔습니다
淸草배창호님의 댓글

애니라인님!
아름다운 진주를 떠나 고향인 부산으로 이사를 가셨다니
웬지 많이 서운해 하실 것 같습니다.
시니어 교육장,
자유시장 길목마다 그리움을 남겨두고 떠나는 애니라인님의 심정을
십분 이해하고도 남음입니다.
삶이, 인연따라 오고감인데.. 그래도 고향으로 찾아가신것으로 위안을 삼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