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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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잊혀진 아득한 북관대로
그 신작로에서 동짝으로
오리넘이 떨어져 나 앉은 곳
봄 이면 보리가 누렇게 익던곳은 웃말토
가을에 금 빛 물결이 일던곳은 앞 벌
그 벌 가운데 매미골 방죽이 있었고
흙구뎅이 자리엔 마르지않던 샘 웅뎅이도 있던 곳
장마당에 장서는 날이면 개장국집엔
된장국에 시레기처럼 어우러지던 걸쭉한 얘기들
왼짝으로 오리쯤에는 괸돌이
십리께엔 마치미가
이십리 너머엔 비석거리가 있어
먼 옛날 임금이 여드레를 자고갔다는 여덜뱀이도
그랬다고 언놈이 팔야리라 쓰고 읽게 만들은
그위에 울 아버지 고향 뱅길이 가는길엔
솟다백이도
맑은담이도
서파두 있었더란다
두껍바위 지나 오리를 가면 솔모루
게서 오리를 더가면 빈 터에
양눔부대 들어온다 터 닦는 날
도자 삽날에 끌려나온 구렁이를
가마솥에 과 먹은 그날밤
하늘이 무너지도록 비가내려
구렁이 안 잡순 노인네 한 집만 남고
꽁고먹은 자리메루 모두 쓸려갔다던 때가 내 다섯살
그래서 남은게 하나도 없는 빈 터
그 아래 파발맥이 자취도없이 이름만 남고
솟대도 없는 장승배기엔
가시돋친 아카시아 새끼를 쳐 우거지고
우리집은
윗 말 말미
아랫말 담뱅이
산 넘어 당님말 새
외딴 집
그래서 그런지
서낭도 고개도 없는 곳 우리집을
당꿀집이라 불러주던
울미 집 숙이 아부지도
두리굴 집 할무니도
울타리는 소낭구 가쟁이
물거리 참나뭇가지를 꽂아 세우고
울짱을 덧대어 묶은 집
봄이면 채마밭 여가리에
개살구 개복숭아 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여름이면 왕탱이 벌이 윙 윙 거리며 날던 곳
가을날 뒷간 지붕에는 달덩이만한 박 이 달리고
울타리에 기대어 선 아름드리 밤나무엔
겨우살이가 붙어나고
이영으로 이어올린 지붕이 노적가리 닮았다고 생각해 보던 집
아침이면 말미 학교에 가는 아이들
장날이면 이고 지고
소 팔러 가시던 돼지 아부지
나이롱 양말 고리땡 바지
비로도 치마 사러가던 순이 엄마
바라보고 구경하느라 문지방에 걸터앉았다
삼춘한테 뒤통수를 으더맞던 그 집
이맘때 쯤 대추나무에는
짜글짜글한 마른 대추가
서너개 매달려 있을...
진 외가는 자뛰였구요
큰집은 쇠푼이 사셨더랬어요
외갓집은 이네미
그너머 꽃네미엔 대장쟁이 아재네두 사셨더랬소
장잰말로 시집간 큰 집 조카는
나보담 열 댓살 더먹었구요
독쟁이 사시던 입이 찢어졌던 아저씨
오실때마다 작고 예쁜 오지 항아리를
울엄마에게 가져다 주시던 곳
방물장수 다래끼장수
밤 잠 얻어 자고 가고
염불인지 우물 우물
목탁만 두들기던 늙으신 스님
할아버지 사랑방에
몆 날 며칠을 묵어가던
아련하게 떠오르는 고향
굴고개 너머
우리집 가는 길에는
울엄마 가슴닮은 산 이 있었고
북쟁이라는 높은산도 있었더라오
추천1
댓글목록
대기와 환경님의 댓글

향수가 머물고 엄마냄새가 나는 집은
어느듯 재개발로 사라지고...
잘 지으진 현대식 건물이 아무리 윤이 나도
그때 그 추억의 늙은 노모의 때 묻은 부엌 문고리
장독대가 반질반질한 그 항아리의 추억은 어디에서
볼 수 있을런지요?..
옛 사진같은 희미한 추억으로 다녀왔습니다.
김 해인님의 댓글의 댓글

잘사나 못살았거나 어릴적옛집은 지금도꿈속에있는것같습니다.
추억한자락 잡으셨다니 감사합니다.
金富會님의 댓글

솟다백이.......
저도 아는 지몀인데......다른 지방에도 비슷한 말이 있군요....
어느 시절의 한 때를....또렷하게 각인 하는 듯
좋은 글 감상하고 갑니다.....
泉水님의 댓글

지나가던 과객이온데 글이 하도 심향하여....
이렇게 좋은 현대 시절가조가 왜 책에는 안나오는지요.
청하옵건데 시조방에도 옮겨주시면
두고 두고 향취할 듯 합니다.
사설시조로 보기에도 모자람이 없는듯 합니다.
물론 파행시조라 여길분도 있지만
정감있는 내용하며 리드미컬한 글맛이 아주 일품 진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