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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둥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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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9회 작성일 24-01-03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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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둥오리 




아침이면 습관처럼 연못으로 나간다. 첫째는 건강을 위해서 못둑길을 걷기 위함이고 둘째는

400년 정자가 밤새 안녕하신지 선조님을 직접 뵙는 심정으로 못둑길을 돈다. 바람이 좀 차갑

기는 하지만 요즈음은 연못에 청둥오리가 출연을 하는 바람에 재미 하나가 추가되니 궁금하

여 옷깃을 여미며 즐거운 마음으로 산책을 나간다. 앙상한 연대蓮臺사이로 유유히 연못을 누

비는 청둥오리 가족들을 보면 나도 한 때 올망졸망 가족을 이루고 행복했던 지난날에 잠긴다.


그해 여름은 무던히도 더웠다. 아내가 다급한 목소리로 사무실로 전화가 왔다. 시골에서 전

화가 왔는데 아버지가 기침이 심해서 읍내 외과에 가서 가슴사진을 찍었는데 폐암이 많이 진

행된 것 같다는 의사의 진단이 나왔다는 것이었다. 서울에 있는 큰병원이라도 가서 정밀진단

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의견도 같이 전해왔다는 것이었다. 60대 중반의 비교적 건강하셨던 체

질이어서 청천벽력이었다.


되돌릴 수 없이 멀리나간 병고의 상황때문에 수술 한 번 못하고 시골집으로 철수한 가족들은

침통한 마음을 뒤로하고 야위어 가는 아버지를 위해 최선을 다짐했고 소문에 쫓아다니며 폐암

에 좋다는 것은 안 해 본 것이 없을정도로 정성을 다했다. 솔잎을 방에 깔아 주무시면 산소가

많이 배출되어 병든폐를 소생시켜준다는 말에 뒷동산에 올라 자루자루 한가득씩 매고 오기도하

고, 민들레뿌리를 갈아 드시면 항암에 좋다고해서 동네골목길에 노랗게 핀 민들레뿌리의 씨를 

말리기도 했다. 삼복더위는 지칠줄 몰랐고 병은 야금야금 타고 있었다.


더위가 수그러질 때쯤 청둥오리가 환자의 기력을 회복시켜서 암세포를 죽여준다는 희소식(?)이

들려왔다. 지푸라기도 잡는 심정이어서 실낱 같은 희망이 일어섰다. 그러나 이 한여름에 어디를

가서 추운 겨울에만 날아오는 청둥오리를 구할 수 있단 말인가. 사나흘을 읍내 보양식 집들을 이

잡듯이 뒤지고 다녔다. 지치고 지친 여름해가 기울어 갈 때 우리는 모든 것을 포기했다.


문천가에 있는 허름한 가게에 앉아 막걸리 한 잔을 하고 있는데 주인이 우리가 나누는 얘기를 들

었는지 꿩요리하는 친구집이 있으니 그 집으로 가보라는 것이었다. 꿩은 주로 겨울에 잡아 냉동

시켜 놓고 년중 장사를 하니 같은 鳥類이기도 하고 혹시라도 모르니 가보라는 얘기다. 물어 물어 

찾아 간 꿩요리 가게에는 과연 냉동이 된 한 주먹도 안 되는 청둥오리 한 마리를 주인이 들어 올

리며 담배연기를 시원하게 뿜어내고 있었다.


그 작은 한 마리를 탕으로 푹 고아 놓으니 희끄무레한 국물이 마실만 하셨는지 땀을 흘리며 한 그

릇을 다 드셨다. 실 같이 풀어진 오리살들도 한 가닥 한 가닥 맛있게 다 드셨다. 그 후로 3일만에

돌아 가셨다.


연못에 청둥오리들이 평화롭다. 그 귀한 청둥오리가 쌍쌍히 무리지어 노닌다.

문득 아버지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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