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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시가 열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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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83회 작성일 17-11-08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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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시가 열리면


아무르박


젊은 시절 배낭여행을 갔습니다.

강원도 삼척에서 태백으로 가는 길
버스는
소위 말로만 듣던 아흔아홉 구비 산길을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해는 산마루에서 계곡으로
뉘엿뉘엿 저물고

여장을 어디에 풀어야 할까?

두렵기도 하고
그 외로움은 밀물처럼 밀려 왔습니다.

나는 왜 가난한 집에 자식으로 태어나
많은 것을 참고 참아야 하는가?

부모에 대한 원망과
저의 좁은 사회의 관계에 대한 절망이
벽을 만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떠나 온 여행이었는데

해가 저물녘에 태백시에 다다랐습니다.
먼발치에서 보이는 도시의 불빛들이
제가 지금껏 산등성이를 넘어온
아흔아홉 굽이
불안과 초조함은 잊은 채로

그래, 여기서 하루만 살자.
그래, 지금까지 잘 살아왔다.

안도감이 들더이다.

그때 알았습니다.
산을 넘어가는 아흔아홉 굽이 저 산길에
산과 계곡이 펼쳐져 있었지만
한 번도 길을 막은 적은 없었습니다.
스치고 지나간 많은 나무와
계곡을 흐르던 물이
저마다의 거리를 두고 있어
아름다운 숲길이었습니다.

왜,
찌들고 서러웠던 생각에 사로잡혀
비로소 떠나 왔던 여행이었는데
행복하지 않았을까요?

사람의 관계는
제가 넘어왔던 저 아흔아홉 굽이
길이었습니다.

우리의 삶처럼 말입니다.

길은 좁혀지고 산등성이를 만나겠지만
우리 삶도 저기 저 길처럼
관계의 설정만 잘 할 수 있다면
못 넘어갈 산이 없고
못 헤쳐간 계곡이 없습니다.

저기 감나무에 홍씨가
왜, 붉은 피를 토하는지
그 깨달음을 되새기는 시간이
우리 삶의 어머니,
홀로 저무는 내 어머니의 낙조는 아니었을까요?

함께 지켜주고 싶어지는
마음의 깨우침은 아닐는지요?

어느 날, 퇴근 무렵에
어머니가 생선을 사 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집에 들어선 아들의 손은
빈손,

애야, 생선은 어디 있냐?

아들은 그렇게 말했답니다.

어머니, 생선 장수가 생선 대가리만
팔지 않는다는 되요.


가난한 집에 자식은
빨리 철이 드는 가 봅니다.
비록,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없는 듯 보이나
가난했기 때문에
세상과 타협하는 법을 배웠고
가난했기 때문에
돈으로부터 갈등을 이겨내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또, 가난했기 때문에
가족이 이 세상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었습니다.

어머님이 생선 대가리만 드시던 이유를
깡 보리밥이지만 
늦은 밤, 돌아올 아들의 귀가를 기다리며
아랫목 포대기에 묻어 둔 양은 밥통의 온기를
이제 올까 저리 올까
옷깃에 묻어온 바람이 차가울까
끓이고 또 끓였을
졸아붙은 양은 냄비의 된장찌개를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누구를 원망하기보다
누구를 사랑 할 수 있는 마음을
대물림으로 전해주신 어머니의 사랑입니다.

홍시가 열리면
까만 비닐봉다리에 한 소쿠리 담아
집으로 갑니다.
그럴때마다 어머니는

누가 먹을거라고 이렇게 많이 사 오냐?

하고 되물으실겁니다.
어머님들은 지금껏 살아 온 생이 그러 했듯이
본 마음을 속이고 살았습니다.

그 마음을 깨우치라고
저 감나무는 계절이 익으면
홍시가 열리는 거라 믿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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