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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송(老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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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지명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61회 작성일 16-02-13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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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송(老松)
                                                            김지명

  청량산마루에 서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원거리 산봉우리들이 멋진 풍광을 자랑하지만, 근거리에는 아득한 층암단애 밑으로 뱀처럼 휘어진 물줄기와 바위 위에 물웅덩이는 멋진 화폭처럼 펼쳐진 모습이다. 절벽 바위 위에 무엇인가 눈에 들어오는 게 있다. 멋지게 자리 잡은 한 그루의 노송(老松)이 내 눈길을 끌어당긴다. 척박한 산에도 잡목이 군락을 이루지만, 나는 유별스럽게 바위틈에 홀로선 노송에 눈길이 간다. 산에는 잡목들이 서로 햇볕 받으려고 위로만 먼저 빽빽하게 경쟁한다. 넓은 공간에 홀로선 노송은 사방팔방 가지를 뻗어 너울너울 춤추며 멋대로 자란다. 껍질은 지극히 거칠고 두꺼워 오랜 가뭄에 갈라진 논바닥 같다. 둥치 속에는 수많은 나이테가 촘촘하게 원을 그리고 있을 것 같다.
  노송도 봄에는 송화(松花)를 흩날린다. 바위틈에서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노송이 악조건에도 번식을 위해 솔방울에 정성을 쏟는다. 물 한 방울 없는 바위틈에서 수십 년을 꿋꿋이 버틴 노송의 생명력을 본받을 만하다. 가뭄에도 버텨온 모습은 어디에도 비할 수 없이 모질게 보인다. 바위틈에 홀로선 노송의 뿌리는 천국까지 뻗었지만, 우듬지는 하늘아래 첫 동네에서 허공을 떠받친다. 홀로선 노송은 외로움을 즐긴다. 내가 산으로 들렀을 때 나무로부터 공으로 얻은 게 많다. 넘쳐나는 산소와 피톤치드다.
  바위틈에 노송은 계절에 여의치 않고 싱그러움을 자랑한다. 홀로선 소나무는 왕의 자리에 앉은 기분으로 외로움을 즐긴다. 척박한 바위 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넓은 공간에 홀로 자리 잡았다고 너울거린다. 때로는 하얀 계절에 독야청청 하는 모습이 아주 늠름해 보인다. 노송은 허구한 세월에 하늘에 짓눌려 허리가 휘어진 모양이다. 반드시 그래서만은 아닐 게다. 높이 자라는 것보다 넓게 자리 차지하려고 가지가 사방으로 뻗쳤다. 많은 가족을 포옹하느라고 고생한 대가로 둥치는 가뭄에 갈라진 논바닥처럼 두꺼운 껍질이 생겼다.
  늙은 소나무도 살아가는 방식이 있다. 껍질이 두꺼워진 노송이 세월에 끌려가면서도 가지는 늘어나지만, 꽃피고 솔방울 맺는 것은 애송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평소에도 굳센 본성으로 꿋꿋한 자태를 자랑한다. 칼바람이 불어오거나 태풍이 휘몰아쳐도 충분히 이해하고 포용하는 능력은 한계를 넘은 듯싶다. 노송을 무상으로 바라보는 나는 둥치에 기대어 속삭임을 듣는다. 인간은 한순간 살면서 산으로 오면 해로운 일만 골라 한다는 둥 잔소리가 들린다. 나는 소나무에 이렇게 일렀다. 나무를 사랑하고 관리하기 때문에 무성한 숲을 이룬다고 자랑삼아 말했지만, 노송은 수백 년을 버텨오면서 사람이 가장 무서운 존재라고 구시렁거린다.
  바위틈에 둥지를 턴 노송은 위치를 모른다. 소나무가 비록 바위틈에 자라지만 멀리서 바라보아도 그 풍광은 어디에도 비할 바 없다. 노송이 나에게 주는 선물 ‘산소와 피톤치드’는 보약보다 더 좋다고 귓속말로 속삭인다. 내가 산에 오는 날엔 안개가 자주 덮인다. 안개가 산을 안으면 나무들은 흥분을 참지 못하고 숨을 몰아쉰다. 삶을 찾아 탄수화물을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산에 안개가 덮이면 산소의 음이온이 온 산에 흩날린다. 나에게 도움주려고 풍겨대는 공기가 가슴속으로 시원한 느낌을 준다. 눈이 이불처럼 덮어도 노송은 굳건한 자태로 하얀 계절에 칼바람도 이겨낸다. 솔잎 가지에 하얀 눈으로 덮였을 때 한 편의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
  노송은 이슬 먹고 살아도 가지에 물이 많다. 생명력이 강하여 비나 안개를 오래도록 만나지 않아도 죽지 않는다. 마른하늘에 수분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계절이 바뀌도록 가물어도 말라죽지 않고 바늘 같은 잎으로 버티는 끈질긴 생명력을 가졌다. 가뭄 속에서도 봄이면 유별스럽게 물이 많다. 노송도 어느 나무와 다르지 않아 봄이면 새순이 자란다. 지난해에 자란 새순을 꺾어 낫이나 칼로 껍질을 벗기고 하얀 섬유질을 집으면 물이 많기에 어린 시절에 송기도 깎아 먹었다. 봄이면 햇순을 돋게 하려고 가지에 물이 많다는 것을 아는 나는 자주 꺾었다. 봄이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송기를 깎아 양손으로 잡고 이로 갈아먹었다. 단물이 많다고 들었기에 50년대에 껌을 대신하여 질금질금 오래 싶었다.
  시골 아이들에겐 껌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무공해 자연식품이므로 건강에 아주 좋았다. 초등학교도 다니기 전에 두려움도 없이 뱀이 많은 산에도 고무신 신고엄마가 봄 캐러갈 때 자주 따라다녔다. 나는 절벽 바위에 붙은 노송처럼 살아간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쌀밥 한번 제대로 먹지 못하고 시래기 밥으로 아동 시절을 보냈다. 노송처럼 착상이 중요하다. 짝을 찾아 가정을 만들었지만, 어디서 둥지를 털고 살아야 하는 게 관건이다. 내가 머물던 집성촌을 떠나 허허벌판에 자리를 잡은 곳이 부산이었다. 국내 제2 도시라 많은 사람이 모여 살지만, 내가 아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어 허허벌판 같았다. 둥지를 털고 허리가 휘어지도록 노동의 대가로 내가 거주할 자리는 마련했지만, 주변이 허전하여 항시 외로움에 취하여 살았다. 즐거움을 찾아 단체가 있는 배움의 터전으로 다녔다.
  나는 노송이나 다름없이 살았다. 이름 모를 여인과 동래에서 삶을 즐기면서 젊은 시절을 보냈다. 노송처럼 연륜이 쌓이니 활동이 둔해진다. 함께 웃어줄 젊음은 사라지고 외로움만 더해간다. 아내가 외로움과 싸우면서도 하루도 쉬지 않고 가족을 위해 노력하듯이 나도 젊은 시절에는 노송처럼 여유롭게 살았다. 아내의 손바닥엔 두꺼워진 피부가 가뭄에 갈라진 논바닥처럼 금이 보일 때 늙었다는 느낌보다 안쓰러워 보인다. 모든 생명체는 연륜이 쌓이면 노송처럼 외로움을 즐겨야 하고 홀로서기에 자신을 가져야 한다.
  비바람이 휘몰아치거나 눈보라가 괴롭혀도 조금도 흔들리는 기색이 보이지 않는 노송이다. 흐름에 장애가 있어도 흡수하고 이해하며 화합하는 기세로 세월에 버티는 노송이다. 진눈개비가 펑펑 휘날리거나 태풍에 소나기가 쏟아질 때도 노송은 굳건히 참는다.
  노송의 봄맞이는 옥녀가 참을 수 없는 격정(激情)에 처하듯 하루가 다르게 새싹에 정렬을 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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