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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1/5] 블랙 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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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앙보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62회 작성일 16-02-25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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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편소설 1/5]

                           ** 블랙 썬데이 **

 

1.

 

" 다행이야, 하마터면 자네 얼굴을 못 볼뻔 했군. "


" 그러게 말이다. 널 보려고 못 죽은 모양이지?"


" 아직도 얼굴이 백짓장인데 겁 안났을리는 없고, 아

마도 상대방이 황야의 무법자 출신은 아닌 모양이야? "


" 이런 썩을, 햐 친구를 염려해야지. 솔직이 겁은 안

나더라. 전에 얘기했잖아. 권총을 든 손을 떨면 대항

하는 순간 죽는다고. 걔들은 초짜라서 여차하면 무조

건 트리거링이야. 다행히 이 녀석이 껌을 질근질근 씹

으면서 권총을 빙글빙글 돌리잖아. 이런 녀석은 빵에

몇번 갔다온 애라서 엔간해서는 트리거링 못하거든."

 

 전날 밤의 당직에 이어진 무려 15시간의 여독으로 죽을맛이었지만

생사의 갈림길에서 벗어나 홀가분하게 떠드는 우를 보니 피곤은

잊을만 했다.

나는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착륙하자

마자 후배에게 문자를 하나 날린 후에 다시 우에게 전

화를 한 후, 새크라멘토를 거쳐 이곳 트래스비까지 달

려왔다. 우는 공항까지 픽업을 오겠다고 언성을 높였

지만 다행히 내 목소리가 커서 내가 이겼고, 나는 그

벌로 버스와 택시를 번갈아 잡아타고 오느라 애를 먹

었다.


 우는 내 막역지우로 2년만의 해우였다. 샌프란시스코

에서 제법 알아주는 교회의 부목사로 시무하다가, 이

런저런 사정으로 트래스비로 흘러와 손바닥만한 개척

교회에 열중하는 중이었다. 우의 말을 빌자면, 며칠

전 그 사단이 났다고 했다.
 
"그러니까 딴 사람도 아니고 신자 남편이 총을 들고

쳐들어왔다 이거야? "


" 응, 나는 반가와서 포옹이라도 하려고, 여긴 얼굴만

보이면 무조건 디밀고 포옹부터 하잖아, 그래서 포옹

하려고 다가가는데 노,노 외치며 총부리를 내게 겨누

는거야. 첨엔 멍하더군. "


" 아내 이름은 미리암이고, 얼굴은 몰라도 진작 들어

서 남편 이름이 해밀튼이란 걸 알고 있었어. 그런데

도무지 떠오르지를 않더라고. 해 해 해 거리고 있는데

녀석이 내 면상을 한대 갈기지 않겠어. 얻어맞고 한번

휘청한 다음에 똑바로 섰지. 내가 대한민국 귀신 쫒아

내는 공수부대 출신 아닌가. 하하. 나는 뭐 이왕 닥친

거 어찌하나 머리를 공굴리고 있는데 아내가 걱정되는

거야. 그때 불쑥 외출했던 아내가 휘파람을 불며 엉덩

이로 문을 밀면서 들어왔거든."


" 아이들은? "


" 으응, 두 녀석은 실리콘밸리 근처에 외조부 댁에 놀

러가 있어서 무협극을 보진 못했어."


" 천만다행이다. 그래서...? "

 

 잠깐 소파에서 몸을 비틀 때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그제서야 나는 김치가 떠올라서 입을 열려는 우

를 잠시 만류하고, 가방을 열고는 김치를 꺼냈다. 은

근히 번져가는 김치 냄새가 신경 쓰인 탓도 있었다.


 서울에서 아내는 일 때문에 같이 동행하지 못하는 점

을 무척 섭섭하게 여겼다. 굳이 올려면 얼마든지 내게

묻어올 수는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성가셔서 내가

이런저런그런 구실을 막 갖다붙이고, 없는 구실은 만

들어서까지 보태서 가까스레 아내를 떼어놓았다.


 그러니까, 2년 전, 아내와 함께 샌프란시스코에 일주

일 정도 머물렀다. 이틀은 내 업무를 처리하고, 사흘

은 여차저차 떠돌아다니다가 지쳐서 나머지는 우의 가

족과 함께 보냈다.


그때 아내는 우의 아내에게서 무슨 얘기를 들었는지

허파에 바람이 가득 찼다. 아이들이 곧 고등학생이 되

고 중학생이 되는데 미국에 건너와 새로운 삶을 개척

하자고 우겼던 것이다. 어차피 매사에 결정권은 아내

에게 있었다. 그런데 미국행만큼은 아내도 쉽게 결정

하지 못했다. 영어도 그렇고, 아침이면 설거지감을 잔

뜩 쌓아놓고 아침도 거른 채 허겁지겁 연지곤지 대충

찍어바른 후 달려가야 하는 직장이 있어서였다.


  나는 아내의 정성에 감탄했다. 조금만 싸달라 부탁

을 했음에도 아내는 김치부터 시작해서, 잘 구운 김다

발과, 말린 표고와 더덕, 고추장, 된장, 꾸덕꾸덕한

시래기 한다발, 명란젓에 심지어는 죽염소금에다 이빨

쑤시개까지 챙겨주었다.
그중에서 하나라도 내가 가방에서 잡아빼냈다면 어쩌

면 두고두고 아내의 후환을 두려워해야 했으리라.


 무거운 짐을 챙기고나자 아내는 한소리 더 보탰다.

우목사님에게 김치만 건네주고 나머진 당신이 꼭 챙겨

드세요. 어제 사모님 아니 언니에게 전화해서 김치만

보내주겠다고 했으니깐요. 나는 심드렁하게 고개를 끄

덕이며, 짐짝만한 가방을 질질 끌고다닐 일이 암담해

져 아내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우의 아내가

등장하자마자 나는 가방을 열어 내 소지품을 제외하고

는 탈탈 털어주었다. 그 홀가분함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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