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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2/5] 블랙 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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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앙보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299회 작성일 16-02-27 22:26

본문

  우는 내 만류를 물리치고 샌프란시스코 시청앞까지 픽업을 해주마 했다.

차라리 차를 내어주겠다고 우기고, 우의 아내도 그러라고 했지만 어차피 후배와

하루를 보낸 후 짐을 빼앗긴 이곳에 올 때는 후배가 데려다주기로 약속을 했다.

 

" 그래서 그 루이 암스토롱 같은 떡대, 해밀튼인지 그 양반이 꽤 오랫동안

자네를 협박했다는 거야? "

" 내 자신에게 어처구니가 없더라. 사람들에게 솔로몬의 지혜와 욥의 인내를 설교하던 내가

막상 일에 부딪혀서는 절절매는 모습이라니... 누구한테 고민을 털어놓지도

못하고 꽤 끙끙거렸지. "

" 네 무기 있잖냐? 기도 !! "

" 햐 요즘 베드로님이 얼마나 바쁘냐. 아프카니스탄 끝나면 시리아 방문해야지

거기 좀 잠잠하면 이라크 갔다가 팔레스타인 갔다가 정신없지 않겠어? 내 십자가를

내가 져야지 그분께 넘긴다면 어떡하냐. 명색이 목사인데 말야. "

" 그래서 베드로님이 분주하셔서 스마트폰 메일을 보내도 답이 없다 이거야? "

" 이놈아, 스마트폰의 괴로움을 알면서 그래? 행동반경이 넓어진다는 건

그건 곧 구속 반경 또한 넓어진다는 뜻이다. 너 그런데 서울에 전화는 했냐? "

 나는 아차 싶어서 서울에 전화를 해서는 고만고만 잘 되어간다고 아내에게 말했다.

아내는 일찍 퇴근해서 얼굴에 덕지덕지 오이를 붙이고 있다고 하면서, 귀국 때 정해준

화장품 잊지 말고 꼭 사오라며, 내게 대해서 별로 궁금한 게 없다는 듯 금방 전화를 끊었다.

 

 그러니까 해밀튼은 처음 쳐들어온 날, 어리둥절해 하는 우의 아내를 세탁실에 넣고

거칠게 문을 닫았다. 당연히 우의 아내는 핸드백 속 스마트폰까지 빼앗겼다. 

그리고는 다시 권총을 빙글빙글 돌리더니 총구를 우의 턱밑에 갖다붙였다.

 

시골 촌구석에서 조용히 살고 있었는데 왜 네가 가정사에 끼여들어 못살게 구느냐

이거였다. 우는 근간 자신의 행동거지에 커다란 문제점이 무엇이었는지

곰곰 떠올려봤지만 딱히 집히는게 없었고 차라리 총구가 안보이니까 기분 또한

곧바로 진정됐다. 해밀튼은 총구를 잠시 내렸다가 이런 말을 내뱉았다.

나는 종교를 모르고 관심 또한 없다. 아내 또한 그러기를 바라고 살아왔다.

내가 주먹을 휘두르면 아내는 악착같이 덤벼들었고, 내가 발로 걷어차면

아내 또한 지지않고 후라이팬을 집어던졌다. 내가 따귀를 올려붙이면 아내는

실성한 여편네처럼 사자의 발톱같은 손톱으로 내 얼굴을 북북 그어댔다.

그렇게 대판 싸우고 나면 나는, 그러니까 뭐랄까, 정신병자는 아지지, 암.

이상하게 흥분이 되어서 아내의 머리채를 붙들고 침대로 끌고가  옷을 갈가리

찢었다. 그렇게 잠을 잔 다음날 아침의 평화를 나는 즐겼다. 아내가 경찰에

신고하지도 않았고, 외딴집이라 주변에 신고할 녀석도 없었다. 나는 아내가

보호신청을 하지 않으리라 믿었고 아내는 그런 믿음을 잘 따라주었다.

그런데 네가, 우리는 아무 관심도 없는 나부랭이 사내를 한명 소개하면서부터

그 평화가 깨졌다. 왜 내 아내를 순한 양으로 만들었는가. 왜 내 양인 아내를

갓뎀  지저스, 그 얼어죽을 양반의 양으로 만들었냔 말이다. 나는 너를 용서할 수가

없다. 그래서 너를 없애려고 찾아왔다. 네가 무슨 권리로 이걸 믿으라, 저걸 믿으라

타인에게 강요하는가.

 

" 농사꾼이야, 그 양반? "

" 아니, 오토바이 정비사야. 오토바이 뿐 아니라 닥치는대로 해. 페인트도 칠하고

정원손질도 하고 잔디밭에 물도 뿌려주고 개밥도 던져주고 이것저것. "

" 자녀는 아직 없나보지? "

" 응. 맨첨엔 워낙 거구라서 나이가 많은 줄 았었어. 근데 나보담 젊더라고. 흑인들이

그래. 피부가 매끄럽고 탄탄해서 나이를 종잡기가 힘들어. 할배 같은데 우리 또래가 있고,

우리 또래 같은데 서른이 안된 애들도 있지. "

" 몇 살이야, 그 친구? "

" 아서라. 여기서 초면에 나이 물어보면 실례지. 샌프란시스코 교회에서도 그랬어.

초면에 나이, 출신학교, 고향, 염치불구하고 캐묻잖아. 그게 싫더라. "

" 문화적인 차이지 뭐. 묻는 건 죄가 아니잖아. 우리야 상대방을 위한 관심에서 묻는거구,

양키들은 프라이버시 땜에 그걸 꺼리는거 아닌감. "

" 물론 그건 이해해. 뭐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 그딴 얘기는 하고싶지 않아.

다만 내 입장에서 하는 얘기냐, 아니면 상대방 입장에서 얘기냐 그게 중요하다고 봐.

참, 해밀튼은 서른 둘이고 미리암은 스물 여덟이야. 전에 미리암이 알려주더군. "

 

우가 속도를 늦추면서 네비게이터의 안내멘트 볼륨을 조금 줄였다.

 할리 데이비슨. 검은 선글라스에 검정 가죽옷을 입고 머리에 두건을 쓴 채

치고나가는 할리를 나는 떠올렸다. 한때 나도 꽁무니 머플러에서 품어내는

둔중한 소리에 넋을 빼앗긴 적이 있었으므로.

 그런데 해밀튼은 오토바이 라이딩을 전혀 즐기지 않는다고 했다.

커다란 트럭을 뒤에서 들이받은 후 병원에서 반년을 허송했으며

그 병원에서 지금의 아내 미리암을 만났다. 미리암은 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있었고 매일 질리도록 해밀튼의 얼굴과 좋아지는 차도를 보자

점점 마음까지 기울어져서 해밀튼이 퇴원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청혼을 하니까

기다렸다는 듯이 덥썩 받아주었다.

 

 우는 그때 말했다고 한다. 그래 나는 죽어도 싸다. 당신 말은 일리가 있다.

나는 매일 고민하고 또 성직자의 자격에 대해 고민한다. 죽일 때 죽이더라도

잠시 차 한잔만 마시자. 너도 알다시피 우리집에 술은 없지만 네가 믿어준다면

술을 한병 사가지고 오겠다. 아니 돈을 줄테니 당신이 나가서 사와도 좋다.

네 선조들이 짐승처럼 피땀을 흘리며 일군 이 땅에서 나는 당신의 총알을 낭비할만한

위인이 아니다. 어떠냐고 묻자 해밀튼은 총구를 내리고 잠시 고민하는 눈치였다.

술 한잔 마신다고 죽이는 걸 잠시 미룬들 세상이 달라지겠나. 해밀튼은 중얼거리며 우를

보내어 술한병을 사오라고 문을 열어주었다.

우는 중고 픽업에 시동을 걸었다가 다시 집안으로 들어갔다. 술을 사본 적이 없으니

대체 무슨 술을 사야되는지 알아야 했다. 해밀튼이 무어라 떠들었으나 알아들을 수 없었다.

술을 산 적은 없었지만 마켓에 가면 어디 술이 한두가지라야 말이지. 결국 해밀튼은 투덜거리며

메모지에 술 이름까지 적어주면서 한마디 더 보탰다. 

나는 말이지 비싼 술 마시는 놈들은 쏴버리구 싶다구. 우는 차를 몰고 가면서 씁씁하게 웃었다.

비싼 술은 아닐지언정 목숨 걸린 술이구나, 아니지 세상에서 이렇게 비싼 술이 있을까, 내 참나, 오 주여.

 

 세탁실 쪽은 조용했다. 시끄러우면 얘기를 들을 수 없으므로 우의 아내는 문짝틈에

귀를 바짝 붙이고 엿듣다가 기도를 하다가 흐느끼다가 다시 엿듣다가 기도를 하다가

대도시를 버려두고 촌구석에 들어온 남편을 탓할까 하다가 다시 기도를 올렸다.

물론 그건 우의 아내가 어젯밤 고백을 해서 알게 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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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용담호님의 댓글

profile_image 용담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내용이 참 재미 있네요 단편 소설다운 면모를 갖추신 시앙보르님 꽁트와 소설방에 찾아 주시어서 감사합니다
다음편이 기대가 되는데요 잘 보고 갑니다

시앙보르님의 댓글

profile_image 시앙보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연필이나 만년필로 쓸 때는 그냥그냥 진도는 나가는데
자판으로 두드리면 콱콱 막혀서 애를 많이 먹습니다.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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