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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편소설] 어머니의 도플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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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앙보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32회 작성일 16-02-29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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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저편에서 이모가 길길이 뛰어서 급히 영등포 역사로 달려가

KTX에 몸을 실었다. 아내에게는 내일 아침 고향에서 올라와 곧장

사무실로 출근할껀데 아마 점심 때 쯤 될꺼라고, 걱정말라고 해두었다.

 

서울을 벗어나 2시간 정도 달려 소도시가 보이자 나는 역전을 나와 곧장

택시를 붙잡고 병원으로 달렸다. 도시의 외곽에 자리잡은 병원은 너른

주차장과 주변을 감싼 야산과 빽빽한 나무들로 인해 사뭇 목가적인 풍경이었다.

 

 이모는 어머니 곁에 앉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다가 조금전에 병원을

나갔다고 했다. 응급실에서 산소마스크와 링겔을 팔뚝에 꽂고 있으려니 싶었던

 어머니는 뜻밖에도 일반 병동에서 환우들과 떠들고 배를 붙잡고 웃고 있었다.

어리벙벙했다. 인사를 드리고 곁에서 서울 손주 소식을 몇마디 주고받다가, 

과일을 깍아 주위에 한 접시씩 돌렸다. 

그러다가 얼굴에 꽂히는 눈길들이 부담스러워 전전긍긍했다.

 

 나는 잠시 휴게실에서 커피 한잔 마시고 이메일을 처리할게 있다며 물러나왔다.

이모가 역정을 낸 적은 여지껏 없었다. 그런 이모가 왜 내게 역정을 내었을까?

가까이 사는 누이가 병간은 맡아서 했고, 병원비라 해도 이모까지 신경 쓰이게

만들 사안은 아닌데 말이지. 

 

 이메일을 처리하고 잠시 구글 뉴스를 보는데 누군가 내 어깨를 툭 쳤다.

어머니는 차분한 모습으로 이야기를 좀 하자고 했다. 탁 트인 바깥으로 모시고 나갈까

하다가 어머니가 머리를 흔들어 아무도 없는 휴게실에서 단 둘이 앉았다.

자판기에서 음료수 하나를 건네자 어머니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이제 고집을 꺽고 며느리의 권유대로 서울에서 같이 살려고 작정하셨을까?

아니면 고만고만한 질병 중 하나가 생사가 걸린 암으로 판명이라도 되었을까?

그러나 얘기를 듣고나자 나는 어이가 없어 초가을 꿀벌처럼 붕붕댔다.

 

 어머니는 어젯밤 자정을 지난 시간에 소피가 마려워 잠을 깼다. 주변 환우들은 모두

단잠 혹은 아픈잠에 빠져 있었고 어머니는 조용히 화장실을 향했다. 신축건물 4층

병동에는 양쪽으로 화장실이 있었는데 가운데 병실에서 꽤 멀었다. 복도는 환했으며

불빛을 받은 바닥재는 번들번들했으나 미끄럽지는 않았다.

 

 어머니는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사위가 한단계, 그러니까 스마트폰

조명을 한단계 낮추는 정도로 어두워졌다. 눈이 침침해진 탓이려니. 어머니는 화장실을

나와서 메인 복도에서 꺽으려고 몸을 틀었다. 그때 형광등이 깜박이고 화장실 쪽을 다시

뒤돌아보았을 때 왠지 서늘한 기운이 들어서 몸을 떨었단다. 꼭 누가 서있는 것 같더라.

어두워진 화장실 그리고 그 너머 유리창이 까맣더라. 내가 좀 눈이 좋은편이냐. 거기

까만 유리창에 쪼그마한 내 모습이 비치더라. 그런데 말이지, 내 옆에 시꺼먼 뭔가가

우뚝 또 서있는게 보이더라.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 나는 눈을 부비고 다시 봤어야.

분명 창틀은 아니더라. 내 이쪽, 그러니까 왼편에 누가 서있어서 그쪽을 돌아봤어.

아무도 없더라. 다시 창문 그림자를 보는데, 지금도 심장이 부들부들 떨린다야. 분명 

내 왼쪽 여기에 사람, 머리 있고 몸뚱아리 있고 팔을 흔드는 시꺼먼 누군가가 서있더라. 

그래도 혹시 내가 치매가 오나보다, 저쪽 병실 쪽을 보니까 텅 비었어. 

하긴 간호사들도 종일 치닥거리에 고생했는데 좀이라도 쉬어야지. 아무도 없더라.

기분도 그렇고 해서 부랴부랴 병실 쪽으로 오는데 등 뒤에서 어머, 이게 누구세요, 소리가 들려서

기절하는 줄 알았어. 병원 청소하는 아줌만데 웃으며 내쪽으로 와서 안심했어야. 그런데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면서 병실 거의 다 와서 돌아보니까 아줌마 안보이데. 안보여. 근처에

병실문이 닫혀서 만일 열고 들어갔으면 내가 알았을텐데. 너무 징혀서 후다닥 들어와 이불을 뒤집어 썼어.

 

어찌 잠 들었다가 다음날 눈을 뜨니까 그 생각이 나더라. 그런데 요상치? 아무리 생각해도

그 청소부가 옷은 여기 청소부 옷인디 얼굴은 못본 얼굴이었거든. 아니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었어.

나랑 닮았든가 암튼 그랬어. 에구 무서워 죽겠다. 들리는 말로는 여그가 옛날 커다란 묏자리였단다.

네 이모가 그러면서 자기도 기분이 이상타면서 병원 옮기자고 난리법석을 피웠어.

내가 만류하는데도 바쁜 너를 불러내려서 미안쿠나.

나는 고개를 저었다. 크게 아픈 것두 아니니까 하루 더 쉬었다가 그냥 퇴원하시라고 했다.

간호원에게는 표내지 않고 어머니 화장실 갈 때 좀 봐달라고 다짐을 받아두겠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뜻밖에도 어머니의 커다랗고 맑은 눈에 눈물이 어렸다. 그러더니 내 손을 꽉 붙잡았다.

죽는게 무서워서 그런게 아니란다. 겁이 나서 그래. 너도 당해보면 아마도 이 에미 심정을 알께다.

어머니는 기여코 눈물을 쏟으셨다. 나는 붕붕거리는 날개를 거두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친절한 의사를 만난 탓에 대충 병간 운운하면서 서울로 모셔가려고 한대니까 퇴원을 승락했다. 

그 병원을 나서면서 휘이 둘러보았다. 처음과는 다르게 병원의 너른 주차장은 썰렁했으며 

주변을 감싼 야산은 우중충하고 거기 빽빽한 나무들은 침침했으며 사이사이 섬뜩한 기운이 묻어났다.

떠나는 내내 다시는 돌아보지 않았고 어머니를 다른 병원- 화장실 달린 병실에 다시 입원을 시켜드렸다. 

 어머니를 꼭 껴안아준 후, 다시 역전에서 서울로 올라오는데 기분이 묘했다.

 아내가 물어보면, 노인성이 그렇지 뭐 걱정 안해도 돼, 하고는 입을 다물기로 했다. 치매도 아닌데

멀쩡한 어머니를 치매로 몰 수는 없었으니까 말이다. 나머지는 정말이지 뭐라 설명할 재간이 없다. (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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