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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1/3] 나귀는 왜 돌아서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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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앙보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14회 작성일 16-03-09 20:05

본문

 

[단편소설 1/3]            나귀는 왜 돌아서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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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앙보르

 

 심산유곡이 첩첩이 둘러싼 심산유곡의 노른자, 그 동네를 정확히 아는

이는 없었더라. 혹자는 그곳을 일컬어 '신선촌'이라 불렀고 혹자는 '심산촌'이

맞다고 역정을 냈고, 어떤 이는 '아토란타수(亞土蘭他水)'나 '파라다이수(琶羅多理水)'

라 우겼으나 모르기는 매일반이었더라. 촌의 생김새는 조선시대 화가 안견의 몽유도원도나

소상팔경도를 횡폭으로 100보를 이어붙인 후 정중앙에 툭 떨어진 코딱지 모양이라 하나

이 역시 자신있게 증명하는 이 없었더라.

 

 농수산물 가공 및 직판점으로 먹고사는 허사장이 어느날 서신을 한통 받았더라.

내용인즉슨, 이것저것그것 주문한 것을 배달해준다면 황금 100냥을 주겠노라,

였더라. 인터넷 온라인으로 번창한 사업이, 전국 8도 뿐 아니라 세계 구석구석,

심지어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땅끝 마을 희망봉에서 배타고 하룻길을 가야

도착하는 콩쿠니아 마을까지 번개배달을 해주는 허사장이라서, 까짓것 어렵지 않군,

결심을 하게 만들었더라. 

 

허생원의 15대 손이라는 허사장은 서신을 배달하고 막 돌아가려는 우체부를

붙들고 물었더라. 발신지가 없는데 어떻게 배달하지요? 서신을 들여다보던 우체부가

제멋대로 그려진 약도를 가리키며 입을 떼었더라. 여기 지도를 근거로 찾아가세요.

담당 우체부가 다녀오는데만 보름이 걸렸답니다. 그래 그 분을 좀 만날 수 없겠소?

허사장이 하소연을 했더니, 그 우체부는 다녀오더니만 곧바로 사표를 썼답니다. 그리고

지방으로 이사를 가서 연락을 할 수가 없어요. 그리고는 빨간 오토바이를 몰고

바람처럼 사라졌더라.

 

 물건을 챙긴 허사장은 앞이 캄캄했더라. 1톤 트럭 분량인데 심산유곡 중 심산유곡이라

말이 안되었고, 군용품 장물시장에 뜬 미군 험비나 랜드로바 지프에 싣는다 해도 또 역시

말이 안되었더라. 머슴들을 부려 지어나르고 싶었으나 노조가 시퍼렇게 살아 있으니

그것 또한 말이 더 안되었더라. 여차저차 고민하던 허사장은 밤에 잠을 못이루었더라.

 

다음날 아침, 졸린 눈으로 아마존 정글에서 비행기 배 3번 바꿔타야 들어갈 수 있는

말코비야 촌에서 부탁 받은 원조 강릉오징어를 포장하던 허사장에게 좋은 묘수가 생각이 났더라.

그때까지 자고 있는 마누라를 발끝으로 깨워 가게를 맡긴 허사장은 동물농장으로 가서 든실한

나귀를 한마리 발견하고 그 앞에 섰더라. 값은 얼마든지 치루겠소. 돈을 건네받은 나귀 주인은 함지박만한

입을 채 다물지 못하고 나귀를 밀어댔으나 나귀 꼼짝을 안했더라. 다급해진 허사장이 나귀의 귀를

붙잡고, 4대보험에다가, 하루 여섯 끼 연어알, 홍당무, 사과, 대추, 감, 시금치, 양송이, 종합비타민, 

돌아와서는 몰디브 해변가 일주일의 휴가, 정직원 채용 등등

감언이설로 유혹했으나 더 꼼짝을 안했더라. 허사장은 포기하려다가 한번 더 구슬렸더라.

그래 그래, 나도 수컷이라 네 심정 잘 알아. 목적지에 처녀로 늙어가는 암말이 있다구. 눈은 새벽별에

목덜미는 갓잡은 명태에다가 든실한 엉덩이에 네 다리는 대나무 밭에 쏟아지는 달빛을 닮았어. 그리고,

더 말을 이어가려 하는데 나귀가 갑자기 등을 갖다대고는, 그만 떠들고 빨리 올라타기나 하세요, 

올라타자마자 허사장 가게를 향해 비수처럼 달려갔더라. 

 

 떠나기 전 혹이 가로되, 돈도 좋지만 웬만하면 포기하게나. 거긴 들어가면 나오기 힘든 곳이라네. 그리고

전설처럼 내려오는 '천사의 방황'을 들려주었더라. 모년 12월 크리스마스 날이었다네. 한 천사가

그 마을을 향해 장도를 떠났다네. 제일 귀한 게 뭐겠나. 선물이라면 소금 아니겠어? 그런데 산길이 겹치고 끊어지고

또 겹치고 끊기고 하다보니 같이 떠난 라돌프라는 사슴이 그만 객사를 했다네. 길을 잃고 산채와 소금으로 연명하던

천사는 얼마나 비참했겠나. 떠난 천사가 돌아오지 않자 다른 천사가 그를 찾아 심산유곡을 향하는

산길로 들어갔다네. 그런데 그만 그 천사도 길을 잃었다는군. 워낙 깊은곳이라서 네비게이터도 쓸모가

없었다고 들었네만. 그렇게 이리저리그리 헤매다가 둘이서 딱 만났다는군.

 

뒤에 떠난 천사가 앞에 떠났던

천사에게 물었다네. 곧바로 날아서 돌아오지 뭐하고 있었소, 라고. 그러자 꾀죄죄한 천사가 노숙자 모드로

하는 말이 걸작일세그려. 당신도 한달만 더 헤매고 다녀보세요. 그러면 남아나는 날개는 없을 것이오, 라고.

둘이서 부둥켜 안고 대성통곡을 하다가 하늘로 전파를 날렸지만 심심산산유곡이라 위성통신은 고사하고 배터리가

방전되어서 통신조차 되지 않았다더군. 그러니 이베이에서 5천원 짜리 백업배터리는 유사시에 꼭 필요한거라네.

먼저 온 천사가 혼자라도 돌아가라 떠밀었으나 그러면 그건 천사가 아니라며 거절해서 또 붙들고 울었다네.

두 천사는 이왕 망가진 몸, 서로 약속 하나를 했지. 뒤에 오는 나그네들이 다시는 노숙자 모드가 되지 않게 해주자며

무릉도원인지 그 촌까지 산길을 만들어주자고. 그래서 두 해를 나무 열매를 따먹으며 길을 닦아주고 어찌어찌

구조팀이 UFO 타고 날아와서 하늘로 돌아갔다더군.

 

허사장이 눈을 빛내며 물었더라. 혹시 그 지도가 이거 맞는지 봐주시오. 그러나 혹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천사들이 지도를 남기지 않고 떠나갔다고 일렀더라. 다른 혹이 가로되, 그냥 포기하시오. 산삼처럼

보이는 사람에게만 그 길이 보인다 하더이다. 그리고 중간에 산적들도 있다고 하더이다.

 

가게로 돌아온 허사장은 벽을 올려다보았더라. 그냥 포기할까? 벽에는 '고객만족'을 사방 10리에서도

보일만치 크게, 그러니까 개업식 때 통뼈 환쟁이가 막걸리 열통을 받아먹고 써준 영업방침이 걸려

있었더라. 두 눈 질끈 감고 엎드린 허사장은 마누라에게 등을 밟고 올라가 표구를 떼라고 말했더라.

그러자 마누라 가로되, 자기 여편네도 건사를 못하는 위인이 고객만족은 무슨, 벼락같이 고함을 지르며

표구를 떼려는 찰라, 나귀가 허사장 마누라의 엉덩이를 뒷발로 그대로 걷어찼더라. 

그리고는 가게 앞에서 홀로 단식투쟁에 돌입해서, 이틀 후 어쩔 수 없이 나귀 등에 짐 싣고,

보는 이 나무랠까봐 허사장도 한 짐 짊어매고 동해안 위쪽으로 먼 길 떠났더라. (계속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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