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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2/3] 나귀는 왜 돌아서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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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앙보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78회 작성일 16-03-10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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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2/3]    나귀는 왜 돌아서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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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앙보르

 

강릉 위쪽, 통일전망대 아래 해변에서 나귀가 다리 네쪽과 몸을 풀었더라.

나으리, 올라타세요. 짐도 무거운데 나까지 올라타면 쓰러질게야.

괜찮아요, 남북 한계선을 지나야 금강산으로 들어가지요, 꼭 붙잡으세요.

 

어쩔수 없이 나귀 등에 올라탄 순간, 백사장을 통해 최대 마력으로

나귀가 질주하는데, 이때 남쪽 초소 경계병이 외쳤더라. 초소장님,

저 앞에서 뭔가가 '휘~' 지나갔다지 말입니다. 거의 동시에 북한 초소 경계병도

외쳤더라. 초장 동무, 방금 저 앞에서 '익~' 하고 지나갔다 말입네다.

나귀가 금강산 초입에서 헐떡거리며 허사장을 내리는 시각, 남북 초소에서는 딸딸이

전화 돌리고 난리가 났더라. 앞 전에 우체부가 오토바이 최대로 밟고

달렸을 때 그때가 고스란히 재현되었더라.

 

 남측 초소에서 어쩌구저쩌구는 곧바로, 중대본부, 대대본부, 연대본부,

사단, 사령부까지 전파된 상황은 사령부에서 비화기를 통해 저쩌구어쩌구로 바뀌어

곧장 국방부와 계룡대, 청와대, 국정원으로 전파되었다가 잠시 뜸을 들인 후, 용산 미군사령부와

오키나와를 거쳐 인공위성을 타고 미국방성 펜타곤으로 날아갔더라.

 

북측도 마찬가지로, 남측과 같다고 건너뛰더니만 평양사령부에서 중국과 러시아까지

날아갔더라. 흑해 연안 소치에서 재혼한 아내와 샴페인을 터뜨리던 푸틴은 방금 도착한

메시지를 보더니 휴지통에 구겨넣고서, 비서실장한테 내일 아침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자기를 찾지 말라,면서 불같이 화를 내었더라.

 

 길벗이라고는 허사장과 나귀 뿐. 안친해질래야 안친해질 수 밖에 없는 신세라서 이런저런그런 이야기를

나누며 굽이굽이 첩첩산중을 걷고 또 걸었더라. 얘기는 주로 나귀가 했는데, 왜냐면 허사장은 농산물 가공 공장

직원 10명 얘기를 마치고 수산물 가공공장 직원 10명 얘기를 마치지마자, 군대에서 족구한 얘기와, 족구를

군대에서 어떻게 즐겼는가를 떠든 연고였더라. 나귀 가로되,

 

"나으리. 저는 석달만에 조실부모하야, 뭐 이런 얘기는 안하겠습니다. 다만 서러운 세월을 보냈답니다.

오죽하면 동물농장에 팔려온 신세겠어요. 우리에게는 삶의 곤조, 아니 모토가 있지요. 빈 등짝으로

살지말자. 우리는 누군가 등에 짐을 실어주면 행복합니다. 그런만치 상대방의 짐은 가벼워지기 때문이지요.

나으리처럼 미안한 마음에 일부 짊어매고 가는 분도 있지요. 그런 분은 나귀 배설물에서 진주반지를

찾는 것처럼 드물지요. 나으리가 선한 분이라 참 다행입니다. 그런데 궁금합니다. 자수성가해서

대한민국의 차세대 농어촌 지도자 100인에 선정되시고, 21세기 먹거리 발굴의 선두주자라는 나으리께서

정말 황금에 눈이 어두워서 특송에 나선 것인지요? 아니면 어쩌다 술 한잔 들이키고 벽에 걸어둔

'고객만족' 때문인지요? "

 

" 내 이제 불혹이지만 늘 유혹에 시달려서 이수는 넘겨야 불혹이 될 듯 싶다. 솔직이 황금에 눈도 어두워졌고,

그곳 신선촌인가 아틀란티슨가 하는 촌이 어떤곳일까 궁금하기도 했지. 아 이런 디지탈카메라를 챙겨오지

않았어. 찍지 않으면 믿을 이 없을텐데. 어쨋거나 그래도 '고객만족'이 우선이라고 믿어. 그리고 마누라

반경을 100킬로 미터 쯤 벗어나 며칠 살다오고 싶었지. 자 출출한데 요기나 하고 가자구. "

 

허사장이 자기 등짐 쌀포대를 열자 나귀가 뾰루퉁해졌더라. 나으리, 제 등에 있는 쌀을 먼저 드셔야죠. 소금도

많이 드세요. 산길이 험하니 꽤 무겁습니다. 허사장은 별수 없이 나귀 쌀 내려서 밥 짓고 나귀는 산나물 무쳐서

둘이 맛있게 요기를 끝낸 후, 어디로 길을 들지, 고민하는 허사장에게 나귀가 입을 열었더라.

 

" 가벼운 나침반은 챙겨오셔야지 그냥 오시면 어떡합니까요. 그렇다면 여기는 햇빛 달빛 별빛조차 들지 않으니

천상 방향이, 물이 없더래도 나무와 새들은 지구 자기장 영향을 받지요. 지도가 북쪽을 향하니

조기 저기 저쪽으로 무턱대고 저를 따라오면 됩니다. 아직 본길을 벗어나지도 못했어요. 기암절벽에

새겨진 '친애하는 지도자 동지', '북조선 아바이께 충성을' 글씨가 보이지요? 얘네들은 자연보호는

고사하고 아예 절벽을 비석으로 만들었군요, 몹쓸. 아마 조금 더 들어가야 첩길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겠어요. "

 

쳇, 돈을 떠나서 무식은 어쩔 수 없군. 허사장이 나귀의 옆구리를 간지르면 나귀는 콧잔등으로

허사장을 문대가며 장난질로 힝힝, 하하, 잠든 숲을 깨웠더라. 요기를 하고 잠시 쉬었다가 또 걷고, 걷다가

또 요기를 하고 잠시 쉬었다가, 또 요기를 하기 전에 요의와 큰것이 신호가 와서 숲속에서

노골적으로 볼일을 본 후 또 걷다가 먹다가 걷다가, 잠은 자야지 해서 또 잤다가 몇날 며칠을

먹고 걷고 싸고 잤는지 나중에는 잊었더라.

 

사방은 기암절벽, 신선이 노닐 듯한 백경천수, 휘어진 노송에 학이 뛰놀고, 선녀는 옷을 치렁치렁

가지에 걸어두고 때밀이 수건으로 박박 문대는데 나무 뒤에 숨어 들여다보니 거의 처녀귀신이어서,

행려병자 모드에 접어드는 허사장과 노새는 말을 잊었더라. 처녀가 물 속에 잠겼다가 푸후 나오면서

허사장을 향해, 숨은 오빠 같이 놀다가요, 소리에 걸음아 나 살려라, 더 깊은 계곡으로 줄행랑을 놓았더라.

 

그러나 방심은 금물. 산새들이 울음을 뚝 그치자 문득 산적이 떠올랐더라. 

 

말을 마치기 무섭게 산적들이 둘의 앞을 막았더라. 허사장이 카드 긁겠다고 우기자 산적 하나가 침을 찍

뱉았더라. 못 들었지비? 전에 다녀간 우체부가 말 아이 했지비? 가진 게 없으니 편지 주인을 통해서 

자기 외상까지 같이 보내겠다구 약속을 했지비. 허사장이 고개를 도리도리 했더니, 산적 왈, 거기다

특별 주문한 거 들었지비? 보쌈 처녀 일곱하고, 옥도정기하구 시마을 유머란 프린트 한 거랑, 또 뭐시냐,

생선 부탁을 했지비. 허사장 가로되, 그건 못 들었습니다만.

산적 두목이 허사장의 멱살을 틀어잡았더라. 돈은 필요 없데이. 소금이랑 가진 거 전부 내려놓지비.

저 나귀도 꽤 맛이 있어 보이누만. 놓고 가라우야. 글구야 빨랑 꺼지라우야! 


두목이 허사장을 팽개치자 나귀가 일렀더라. 나으리, 제 뒤로 몸을 숨기세요. 죽을 때까지 부려먹는다면

참으려고 했습니다만 삶아먹겠다는 건 나귀를 모욕하는 일이랍니다. 그리고 히잉, 콧숨을 내뿜자 

둘러싼 산적 일곱은 콧방귀를 뀌었더라. 그 순간 나귀가 몸을 옆으로 돌리면서 짐을 내리는 동시에

일어서면서 번개처럼 네 다리를 딱 두번 허공에 찼더라. 몸이 빠른 두목을 제외하고 여기저기 널부러진

산적 졸개들은 정확히 여섯. 최소한 전치 6주에서 5개월 중상이었더라. 내뺄 줄 알았던 두목은 그래도

두목이었더라. 화승총을 꺼내 나귀를 겨누더니 심지에 불쌈지통을 가져다 붙이는 찰라였더라. 

심지가 타들어가서 화약을 점화시키는 시간은 정확히 8초였더라. 


불이 드디어 붙었더라. 1초, 나귀가 몸을 낮추고 - 2초, 반동으로 허공에 뜬 나귀, - 3초, 거대한 몸이

화승총을 향해 날아감 - 4초, 몸을 코사인 구십도 회전 - 5초, 이어서 코사인 180도 회전 - 6초, 뒷발 

하나를 내뻗음 - 7초, 먼저 왼발이 화승총을 후려차고 - 8초, 뒤따른 오른발이 산적의 면상을 !!!


허사장이 나귀의 목덜미를 껴안고 입을 맞추고서 다시 있는 길은 그대로, 없는 길은 지도를 보며 

만들어가면서 청솔숲 노송숲을 헤치고 앞으로 계속 나갔더라. 그러다가 드디어 선경, 죽은 듯이

고요하나 평화가 전신을 휘감은 촌락이 저만치 안개 속에 드러나기 시작했더라. (계속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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