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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편소설] 나무늘보를 대신 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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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앙보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23회 작성일 16-03-25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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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편소설]    나무늘보를 대신 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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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앙보르

 

  세상이 너무 엉망이어서 하느님께서 물로 심판하시기로 작정하고

노아에게 아라랏산 꼭대기에 커다란 방주를 지으라고 명하셨다.

 

암수 한쌍 씩 태우고 난 후, 노아는 리스트를 넘겨가며 마지막으로

확인을 했다. 그때 구석진 곳에서 느릿느릿 '개미핥기'가 기어왔다.

 

" 노아 할아버지, 아직 도착 안 한 녀석이 있어요. "

" 누구지? "

" 제 친구 나무늘보에요. 잠꾸러기에다 한 시간 열심히 달려도

고작 이 뱃머리에서 고물까지도 가질 못해요. "

" 이런 문을 닫을 시간인데 걱정이구나. 참, 나무늘보 친구라는

코알라, 판다곰은 제대루 들어왔니?  "

" 걔네들은 가까운 곳이라서 들어왔어요. 지금 저쪽 구석에서

댓잎 씹고 있거든요. 나무늘보를 기다려주세요. "

 

 노아가 하늘을 올려다보자 컴컴한 하늘은 금새라도 물을

퍼부을 기세였다. 다른 동물들은 빨리 배를 출발시키자고 성화였다.

일부에서는 노아 선장을 감금하고 배를 탈취하자는 선동자도 생겼다.

이왕 배 탄 김에 신대륙을 발견하러 가자고 난리를 피웠다.

개미핥기가 노아의 얼굴을 걱정스러운 얼굴로 올려다봤다.

 

" 할아버지, 출발하실 거 아니죠? 저 그 친구 없으면 안돼요.

그 친구 없으면 달팽이들도 다 죽을 거에요. 왜냐면 달팽이들이

그 친구 바라보고 산다고 했거든요. 코알라하고 판다곰도 같은 말을

했어요. 그러니까 꼭 살려주셔야 해요. 살려주세요 !

만일 출발한다면 차라리 저를 내려주세요. 그렇지 자기야? "

 

 개미핥기는 그 와중에도 열심히 꼬리에 묻은 개미를 혀로 핥아대는

암컷에게 물었다. 암컷도 차라리 내리겠노라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 어쩌지? 하늘의 밑뚜껑이 열려서 빗줄기가 조금씩 드세지고 있었다.

이곳을 금강산이라 치면, 강릉 정도는 와줘야 마중을 나가든 하지. 이건 뭐

부산역에서 출발해서 이제 역전 앞 횡단보도 지나고 있다니까 큰일이구나. 

방법이 없을까?

 

 이때 방주 한쪽에서 다투는 소리가 들려왔다. 배 출발 안하고 뭐하는 거야?

여기서 볼일을 보면 냄새는 어디로 가니? 한판 붙을래? 저 사납고 난폭한

짐승들은 왜 여기에 태운 거야? 그래 너희 초식동물들만 동물이라 이거야?

하느님은 우리 모두를 사랑하셔. 웃기지 마! 더럽고 치사하고 냄새만 풍기는

작자야. 덤벼봐, 이 나쁜놈아. 금새라도 서로들 치고받고 싸울 기세였다.

 

 비는 쏟아지고 냄새는 진동하고 고성방가에 고함소리에 정신이 없었다.

더군다나 찌는 듯이 더워서 방주 승객들은 누가 제일 열이 심한지, 그런 작자는

방주에서 강제로 퇴출을 시켜야 한다며 들쑤셨다. 비좁은 방주 탓으로 몸집이

커다란 짐승은 자진해서 내리라고 부추기는 짐승도 생겼다. 와글와글 떠들다가

결국 짐승들의 모든 시선이 공룡 부부를 향했다. 그럴만도 했다.

방주의 절반을 암수 공룡이 차지하고 또 냄새와 열은 얼마나 심한가. 한끼 식사로

다른 짐승들의 한달치 양식을 거덜내는 것도 한몫을 했다. 공룡을

둘러싼 짐승들은 철을 만난 제비처럼 지지배배 쉬질 않고 떠들었다. 배설물을

던지고 날카로운 발톱으로 할퀴거나 송곳니로 물어뜯는 짐승도 있었다.

노아의 아들들이 달려가서 가까스레 못된 짐승들을 떼어놓았다.

 

노아는 팔짱을 껴고 바깥을 바라봤다. 방주에 오르기 전 통신선을 전부

절단해서 하늘에 연락할 방도가 없었다. 우체부 비둘기도 날릴 수 없어서 심히 난감했다.

빗줄기가 심해지자 주변은 더욱 컴컴해졌다. 평지에서도 오기 힘들텐데, 나무늘보가

폭우를 뚫고 산비탈을 올라 여기까지 온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물 쪽에서 웅성거림이 심해졌다. 배 출발 안하고 뭐하는 거요? 우릴 봉으로 보남. 

제길 배 괜히 탔어. 환경청에 고발하겠어. 이거 음식도 형편 없고 생수도 없고 말이 아니군.

혹시 자네 술 가진 거 있남? 피켓 시위를 합시다. 아니 어버이연합을 부릅시다. 소란이 

점점 격해졌다. 심지어 어떤 동물은 배에 구멍을 뚫어버리겠노라 쿵쿵댔다. 덩치만 컷지

머리는 새대가리 공룡은 왜 아직 안내린거지? 우리가 모두 덤벼들어 내쫒아버리자구.

분위기는 거의 폭동 직전까지 갔다. 


그때 수컷 공룡이 노아에게 다가왔다.


" 어르신, 절 내려주세요. 저는 몸집만 크고, 밥만 축내고 쓸모가 없어요. 저 때문에

다른 동물들이 피해를 당하는 것도 볼 수가 없구요. 제가 달려가서 나무늘보를 데려올테니

그 친구를 대신 부탁합니다. 그러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


공룡 발톱에 올라탄 개미핥기가 그 얘기를 듣더니 모기만한 소리로 떠들었다.


" 내가 친구니까 내가 갈꺼야 !! "

" 네가 종일 달려도 내 두 걸음도 못되잖아. 여기 있어. 내가 네 친구를

금방 데려다줄게."


 노아가 적극 만류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컷 공룡이 방주를 내려갔다. 수컷이

극구 밀어넣는데도 암컷이 그 뒤를 따랐다. 눈물은 빗줄기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으나 노아는 그 눈물을 봤다. 그리고 조용히 손등으로 눈가를 훔쳤다.


 공룡이 사라지자 철없는 동물들은 얼씨구나 쾌재를 불렀다. 촐랑거리기 좋아하는

여우가 족구를 하자며 발 밑에 있던 공 하나를 세게 걷어찼다. 그리고는

비명을 지르며 데굴데굴 굴렀다. 난데없이 공이 날아오자 돼지가 주둥이로 받았다가

얼굴이 피투성이가 됐고, 이어서 튄 공을 곰이 앞발로 내쳤다가 역시 길길이 뛰었다.

공이 아니라 고슴도치였다. 열 받은 고슴도치는, 어디 너희들 당해봐라, 가시를 더욱

꼿꼿이 세웠다. 눈치 없는 하이에나가 제딴에는 묘기를 부린답시고 몸을 허공에서

한바퀴 돌린 후 걷어찼는데, 모양새에 비해서 결과가 처참해서 그제서야 동물들은

족구를 그쳤다. 개미핥기가 개미 몇 마리를 가져다주지 않았다면 고슴도치가 방주를

온통 휘저었을 건 자명했다. 

(고슴도치가 심술을 부리면, 동물들은 하선 때까지 선 채로 잠을 자야 한다)


소란이 멈추자 동물들은 뭔가 허전하다는 걸 느꼈다. 가시에 

찔려 신음하는 몇몇을 제외하고 모두들 숙연해졌다. 밀림이나 숲속, 그리고 평원, 들판, 

바위틈, 굴속과 야산에서 암묵적으로 지켰던 나름의 도리가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던 것이다.

 

초고속으로 달려간 수컷 공룡이 그때까지 졸고 있는 나무늘보를 업어와서는

재빨리  방주 안으로 밀어넣었다. 그리고 암컷 공룡마저 안에 밀어넣었다.

노아가 말할 틈도 주지 않고 그대로 방주문을 닫으려는데 그때 암컷 공룡이

노아를 밀치더니 커다란 몸을 방주 아래로 던지면서 문을 닫았다. 수컷 공룡이

비명을 지르는데도 암컷 공룡은 굵은 삼나무로 방주문의 빗장을 바깥에서 

단단히 걸었다. 


마치 하늘의 강둑이 터진 것처럼 폭우가 쏟아졌고 강풍이 휘몰아쳤다. 근처의

나무들이 뿌리가 뽑혔고 바위들이 요동을 쳤다. 정상을 향해 점점 물이 차올랐다.

 

 얼마 후, 방주가 두둥실 떠올랐다. 노아는 그제서야 터지는 울음을 참을 수 없었다. (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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