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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낀 청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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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지명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49회 작성일 16-04-06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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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개낀 청량산 
                                      김지명

 

  봉화의 자랑인 청량산에 오른다. 청량산은 예로부터 아름답기로 유명하고 불교와 유교의 유적지가 공존한다. 미세한 물방울이 꽉 메운 숲속에서는 산새 소리가 들리지 않아 쥐죽은 듯 고요하다. 장인봉도 안갯속에 묻혔다. 안개가 온 산을 덮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늦은 가을엔 항시 맑았던 산이었는데 하필이면 내가 올 때 안개가 끼었는지 의아하다. 안개는 뭉게구름이 내려앉은 듯하여 눈앞이 갑갑하고 가시거리가 아주 가깝다. 짙은 안개가 산을 덮으니 밤보다 더 무섭다. 어려운 산행을 고민하는 나에게 안개가 화두를 준다.
  구름이 산에 이불을 덮었다. 산기슭에도 안개가 자욱하지만, 올라갈수록 더욱 심하다. 산에서 안개가 옷을 젖게 하지만, 숲속의 공기는 기분을 산뜻하게 한다. 산마루에서 안개가 앞을 막으니 어디가 절벽인지 알 수가 없다. 얼마의 시간 동안 산과 안개로 어울린 것이 에로틱하게 느껴진다. 안개가 산을 임신하였다가 출산하는 모습이 눈앞에서 펼쳐진다. 반세기가 넘도록 살아왔지만, 산과 안개가 몸을 섞어 하나 되는 신비로운 광경을 보는 순간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산꼭대기에 세워진 표지석에 장인봉이라고 적혔다. 예나 지금이나 하늘을 떠받친 정상은 어디나 마찬가지다. 지난번에 왔을 때는 안개를 허리에 걸친 산이 동양화를 보는 듯했다. 그때는 자연의 신비로움에 찬탄이 절로 나왔지만, 이번엔 투정만 나온다. 멀리 보이지 않아서다. 등산하려면 목적지는 산마루다. 산악인은 목적지인 정상에 오르면 힘찬 함성을 지르지만, 내 삶은 어느 시점에서 고함을 질러야 하는지 안갯속에 묻힌 산과 같다.
  안개가 산을 스쳐 가니 음이온이 풍부하다. 도심에서 탁한 공기와 씨름하다 산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니 기분이 상쾌해진다. 발아래 안개가 깔리면 공중에 뜬 느낌이다. 산마루에서 내려다보면 눈앞에 보이는 것은 오로지 안개뿐이니 참으로 기이한 현상이다. 깊은 숲속이나 폭포 언저리 또는 산속의 호숫가에는 산소 음이온이 풍부하다. 산으로 자주 다니면서 음이온을 많이 섭취한 덕분인지 내겐 잡병이 없으며 감기 한 번 걸리지 않았다. 등산하면서 건강의 활력소가 되는 음이온이 함유된 공기를 많이 흡입한 탓이다.
  공해가 없고 습기가 머무는 산에는 항시 음이온이 존재한다. 음이온은 세포의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피부질환을 예방하므로 흡입하는 만큼 몸에 좋다. 도심에서 마시는 공기보다 산에는 약 백배 이상의 음이온이 더 많다. 숲이 많은 산속에는 산소와 피톤치드를 흔히 접한다. 피톤치드가 주는 이로움은 어디에도 비할 수 없을 만큼 몸에 좋다. 아토피나 피부 질환 환자는 반드시 산으로 다녀야 하겠다는 느낌이 든다. 불치병이라는 암 말기 환자라도 산속에서 생활하다 보면 완쾌되는 사람들을 매스컴을 통해 흔하게 보는데 아마도 피톤치드 득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자연이 만들어놓은 작품을 밟고 세상을 바라본다. 척박한 바위틈에 뿌리내리고 버티는 노송이 안개를 반가워한다. 노송에게 안개는 생명수다. 청량산에서 반겨야 할 미물들이 보이지 않고 노송이 쉬었다 가라고 발길을 잡는다. 나는 노송에 기댄 채 피사체가 되어 카메라에 담기도 한다. 노송의 우듬지를 쳐다볼 때 구시렁거리는 속삭임을 듣는다. 나무의 천적인 사람으로부터 보호를 받아야 푸른 산을 볼 수 있다고 충고하듯 구시렁거린다. 내가 산마루에 우두커니 서서 외로움을 즐길 때 노송은 스쳐 가는 칼바람에 시달림을 받는다고 윙윙거렸을 때도 있었다.
  목탁소리는 불경을 엎고 산마루로 올라온다. 목탁소리에 끌려 묵은 번뇌 벗기려고 돌계단을 밟으며 절 찾아 내려선다. 한 계단 내려서서 문수보살 두 계단 내려서서 보현보살 계단을 밟을 때마다 보살 이름 부르며 안개를 헤친다. 스님이 안개를 헤치며 산마루로 오르다가 나와 맞닥뜨린다. 서로가 묵언 기도하듯 양손 모아 고개 숙이고 서로 가던 길을 간다. 스님은 속세를 벗어나 번뇌 망상에서 벗어나 오로지 증진을 위해 노력한다. 산마루엔 어른 바람이 풍경소리를 안고 올라오지만, 산 아래로 내려서니 아기 바람마저도 잠들었는지 안개가 움직이지 않은 청량산 계곡이다.
  세상에 같은 산은 하나도 없다. 사람마다 얼굴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듯이 산이 가지고 있는 전설과 풍광은 제각기 다르다. 산은 흠집 없이 간직하다 후대에 물려주어야 하는데, 청량산에는 산사와 구름다리를 건설하면서 많은 상처를 남겨놓았다. 배와 등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에 계단을 만들면서 남긴 흉터가 길게 녹슬었다. 산도 연인처럼 아껴주고 사랑한다면 공으로 얻는 게 많다. 체력단련을 위해 장소를 제공해주고 나무의 항생물질로 알려진 피톤치드를 흔하게 흡입한다. 이처럼 산이 주는 고마움에 보답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오로지 인간을 위한 이기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연을 훼손만 한다.
  중년에 깔딱 고개 올라도 피로를 견딜 수 있다. 산은 이처럼 많은 도움을 주지만, 나는 자연을 훼손만 할 뿐 아무런 덕을 주지 못한다. 안개가 없을 땐 아름다운 풍광이 더욱 찬탄을 유도한다. 반세기를 넘게 쌓아온 나이테가 보폭이나 속도를 아주 더디게 하더라도 산에 오르는 마음은 젊을 때와 다르지 않다. 중년이라 하더라도 젊은 산악인과 함께 등산한다. 급격한 경사에도 거북이처럼 꾸준히 오를 수 있는 지구력을 가졌기에 가능하다. 아무리 어려운 산이라도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다는 김호성의 시조를 교훈 삼아 꾸준히 걷는다.
  안개를 헤치며 무사히 산행을 마친 나는 하루의 여정을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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