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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배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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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구식석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31회 작성일 16-04-19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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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기여코 난생 처음으로 '할배' 소리를 듣고 말았다.

해가 바뀌면서 머지 않아 할배 소리를 듣게 될 것이라는 불안한 마음을 내내 떨칠 수 없어 뜨거운 여름날 태양을 피해 그늘만 찾아 걷는 심정으로 할배란 단어를 살살 피해 다녔는데 오늘 꼼짝 없이 당하고 만 것이다.

내게 충격의 핵폭탄을 날린 상대는 4살배기 정도의 아이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던 도중에 젊은 엄마와 애기가 타서 '안녕하세요'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는데, 아이가 대뜸 '우리도 1층 가는데 할아버지가 벌써 1층 버튼을 눌러 놓았네'하였던 것이다.

'할배?' 순간 누구에게 하는 말이지 싶어 고개를 돌려 이리저리 할배를 찾았지만 엘리베이터 안에는 아이의 엄마와 아이와 나 외에는 아무도 없었고 아이가 말한 그 할배는 바로 나였던 것이다.

이제 겨우 고2 아이의 아빠인데...아직 할배가 될 마음의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는데...난데 없이 한대 맞은 듯 순간적으로 머리속이 텅 비어버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하나 억울해 할 것없는 일이다.

아무리 기분은 20대에 산다하더라도, 또 주름살을 감춘다 하더라 도 아이의 눈에는 내 나이가 훤히 다 보였을 것이고, 아이가 보이는 대로 말한 것은 틀림없는 진실이었으니 말이다.

그 당황스러운 상황에서도 한편으로 생각해보니 스무살 정도 아래의 아줌마나 아저씨들한테서 할배 소리를 듣지 않은 것만 해도 정말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인지 나를 할배라고 부른 그 아이가 얄밉다기보다는 귀여운 생각이 먼저 들더니 잠시 후에는 더 나아가 고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10년전 쯤인가..

마트에서 계산대 아주머니가 '아버님'이라고 부르는 소리에 '내가 왜 당신 아버님이냐'고 벌컥 화를 냈던 기억이 난다.

꽤 많은 산전수전을 겼었을 듯한, 그리 풋풋하지 않은 아주머니에게서 서로 간에 조금은 어울리지 않는 듯한, 아버님이란 말을 들었을 때는 어쩌면 함부로 취급당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에 화를 내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말이라고 생각했던, 처음으로 듣게 되면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 중년에서 노년기로 넘어가는 상징적인 말인, 할배란 말을 처음 듣고도 찰라의 정신적 공백상태의 증세외에는 큰부담감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 것은 아마도 가장 순결하고 가장 천진스런 아이가 그렇게 불러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보면 오늘은 정말 행운의 날이 아닐까 싶다.

그 아이에게 마음속으로 말해본다.

'아이야 고맙다 무엇보다 니가 나를 처음으로 할배라고 불러주어서..그리고 앞으로 너 때문에 할배란 소리를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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